[분석] 빨라지고 있는 ‘느린 독일’,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도 붙을까
[분석] 빨라지고 있는 ‘느린 독일’,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도 붙을까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3.02.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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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 건설 계획 발표 후 10개월 만에 신속 준공
‘답답하고 느린’ 독일의 변화 가능성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례 평가
향후 독일 에너지전환·인프라 사업 속도와 관련 새로운 전환점 될 듯
하벡 부총리 “계속 이같이 일할 것이며 동일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확대할 것”
규제 개혁 분야 ‘시대전환’ 성공할 경우 한국 진출 기업 비즈니스 환경에도 영향
일부 시민단체 “절차 간소화가 시민참여 제한”… 우선순위 두고 연정 파트너간 갈등
주독일 한국대사관 ‘독일, 에너지위기 대응 주요 변화 트렌트 : 속도전’ 분석자료

지난해 12월 17일 독일에서 최초로 가동한 개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은 건설 계획 발표 이후 10개월 만에 전례 없이 신속하게 준공됐다. 이를 두고 관료주의적 업무관행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온 ‘답답하고 느린’ 독일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사례는 향후 독일 에너지전환 및 인프라 사업 속도와 관련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독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은 ‘독일, 에너지위기 대응 주요 변화 트렌트 : 속도전’ 자료를 통해 이를 분석했다. <변국영 기자>

 

▲LNG 터미털 가동 의미

지난해 12월 17일 독일에서 최초로 가동한 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부유식)은 10개월 만에 전례 없이 신속하게 착공-준공-가동돼 지난 1월 3일 미국발 첫 LNG 운반선의 입항으로 본격적인 공급을 개시했다.

독일 정부는 빌헬름스하펜(부유식2·추후 고정식 1) 외에 브룬스뷔텔(부유식 1·추후 고정식 1), 슈타데(부유식 1·추후 고정식 1), 함부르크(부유식 1), 루브민(부유식 3) 등 5개 항에 LNG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LNG 터미널 준공과정은 예외적인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중복적인 법제와 다양한 규제, 담당 부처의 관료주의적 업무관행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돼 온 ‘답답하고 느린’ 독일의 변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숄츠 총리(사민당)는 하벡 부총리(녹색당)와 린트너 재무장관(자민당) 등 연정 파트너 대표들이 총출동한 개장식 연설에서 “단 5개월 만에 26km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200일 만에 계획·설계에서 가동까지 이뤄낸 것은 세계 신기록”이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독일의 속도이며 독일도 변혁(새로운 출발)과 빠름(속도)을 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속도의 기준점

이 사례는 지난 20여 년 간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규제 개혁과 관료주의 완화를 보다 강력히 추동하는 모델로서 향후 독일 에너지전환 및 인프라 사업의 속도와 관련해 새로운 기준 및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슈뢰더 내각 II기(2002∼2005)의 경제사회개혁정책 ‘Agenda 2010’으로부터 본격화된 독일 정부의 규제 개혁 및 관료주의 완화정책은 이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추진돼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재 신호등 연정 역시 지난 2021년 연정협약 내 각 분야 규제 개혁과 관료주의 완화 방침을 명확히 제시하고 관련 대책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연방정부는 2021년 4월 수십년만의 최대 에너지 관련 법 개정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부활절 패키지’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확대를 위해 승인 절차 간소화와 관료주의 완화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의결했고 숄츠 총리는 6월 21 독일 재계의 대표단체인 독일산업연맹 주최 ‘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해 각종 인프라 사업의 계획-승인절차를 적어도 절반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10월 건설 계획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가속화를 위한 건물정보모델링 포털 구축 및 개시, 소송 관련 절차 개혁을 위한 행정법원법 개정, 주정부와의 ‘계획·승인·이행 가속화를 위한 협약’ 체결 등을 추진했다.

숄츠 총리는 개장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앞으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할 새로운 독일 속도”라며 다른 많은 시설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벡 부총리 역시 “계속 이와 같이 일할 것이며 동일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확충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논란·갈등

규제 개혁 및 관료주의 완화에 대한 정재계의 광범위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시민ᆞ환경단체들의 견제, 연방부처·연정파트너간 우선순위 선점 경쟁, 연방-주정부간 권한 다툼 등으로 향후 논란과 갈등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규제 개혁과 관료주의 완화를 정부에 요구해 온 독일 재계는 특히 연말연초 신년사 등을 계기로 이 사안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프라 및 산업 플랜트의 현대화, 산업입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주요 언론들도 유사한 논지의 사설과 논평을 게재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ᆞ환경단체들은 주요 인프라사업의 계획-승인절차 간소화가 이 과정에 대한 시민참여의 제한 및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하는 졸속대책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LNG 가속법’ 조차 법적으로 문제가 많으나 에너지위기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소송을 자제할 뿐이라며 더 이상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소송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모든 분야에서 규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연정 파트너간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특히 도로·수로·교량 등에 중점을 두는 디지털교통부(자민당)에 대해 환경부(녹색당)는 재생에너지와 철도 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관련 법안 제출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중순 개최된 연방-주정부간 ‘계획·승인·이행 가속화를 위한 협약’(일명 ‘가을 패키지’) 마련을 위한 합동회의에서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연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관련 행정소송에서 풍력발전기와 고압송전망, 고속도로 등 중요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우선 처리토록 하는 등 승인 절차상의 사소한 오류가 전체 프로세스를 장기간 중단시키지 못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려는 연방법무부(자민당 소속 장관)의 계획에 대해 연방행정법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

이에 따라 독일이 규제 개혁 분야의 신속한 ‘시대 전환’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성공 여부는 독일 내 ‘속도의 경제’ 측면뿐만 아니라 독일·유럽의 인프라사업 방식 및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벡 부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2022년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안 마련, 절차 간소화, 관료주의 단계적 완화 등 여러 장애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에 진전을 이뤘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2023년 본격적으로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린트너 연방재무장관도 지난해 외교안보정책에 이어 금년에는 경제재정정책의 ‘시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면서 주요 과제의 하나로 인허가 절차의 단축과 간소화를 제시했다.

특히, 사민당은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금년 대대적인 21세기 인프라 정책을 추진해 철도, 에너지, 학교, 미래첨단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프라 확충 및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LNG 터미널 건설 속도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숄츠 총리와 마찬가지로 사민당 클링바일 대표도 “모든 분야의 인프라 현대화에 이 LNG 터미널 건설 속도가 적용될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독일의 속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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