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목표가 기존 제출한 것 대비 수정되어 포함되어 있는데, 에너지 전환 부문은 기존에 비하여 감축 목표가 상향 조정되었다.
세부적으로는 태양광 및 수소 등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전력수요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한편 이달 초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여기에는 분산에너지에 대한 기본계획수립 및 시행, 계통 운영 측면에서의 배전망 관리와 감독, 계통영향평가 실시와 이행뿐만 아니라 지역별 차등 요금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에서 발표 및 승인한 에너지 관련 계획과 법안들을 들여다보면 요금체계를 손보겠다는 내용들이 곳곳에 포함되어 있다.
에너지 전환 부문에 있어 국가 의무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요금체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에너지 시장 가격기능의 정상화, 합리적 가격신호 제공 등이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속된 에너지 요금체계에 대한 조정 및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이것은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보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기 쉽지 않고 그 누구도 선뜻 앞장서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은 백분 이해가 된다. 국제적인 에너지 통계들을 살펴보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과 큰 상관없이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전기기기 사용이 보편화 및 증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된다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세탁기 및 건조기 등의 사용을 줄여 그 전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 조정에 따른 증가분은 그대로 수요자가 감당할 몫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하여 국민적인 반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새 며칠 동안 전국적으로 계속된 황사와 미세먼지 현상으로 저 멀리 뿌옇게 보이는 산들을 생각하면, 푸른 산을 볼 수 있는 데에 필요한 비용의 지불 의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합리적으로 요금체계를 조정하고, 동시에 그 배경과 취지를 잘 설명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이해를 구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어른들이 해 나가야 할 몫을,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떠넘기지는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