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은 희토류 자석의 글로벌 공급망 장악을 노리고 있다
[이슈] 중국은 희토류 자석의 글로벌 공급망 장악을 노리고 있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3.04.2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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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 수출 금지 검토… ‘자석은 경제 성장·국가안보 전략물자’
국제사회 중국 의존도 강화 통해 탈탄소 사회 경제모델 주도권 장악 의도
중국, 밸류체인 상류서 하류까지 구축…고성능 자석 제조 세계 시장 80% 이상 차지
일본, 중국에 점유율 빼앗길 수 있으나 공급망 지배 목표로 하는 중국에 ‘장애’ 요인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나 풍력발전용 모터 등에 필요한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에 대해 국가 안전을 이유로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 속에서 동력의 전기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중국은 자석 공급망을 장악해 성장이 전망되는 환경분야에서 패권 차지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분석한 중국의 동향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중국 정부 동향

중국 정부는 제조업 등 산업 기술 수출규제 관련 리스트 ‘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 목록’의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목록의 의견 공모를 위한 개정안을 공표했다. 희토류를 사용한 고성능 자석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 등을 추가해 ‘제조 기술’ 수출 금지가 새롭게 포함됐으며 의견 공모는 지난 1월 하순에 마감돼 이르면 연내에 개정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정안은 수출 금지·제한에 대해 ‘국가안전 보장’과 ‘사회 공공이익’을 지킨다는 목적을 명시했다. 시진핑 정부는 자석이 경제 성장의 관건이며 국가안보에도 관련된 전략물자라고 정의했다.

시진핑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해 군사 외 경제, 문화, 사회, 과학기술, 정보, 자원 등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공급망도 그 중 하나다. 시 주석은 2020년 내부 회의에서 국제사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자석 제조 기술의 수출 금지도 그중 일환이며 환경 분야에서의 핵심기술을 중국 국내에 가둬 중국을 분단화하는 미국·유럽에 대한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현황

중국 정부는 환경 분야에서 국제사회 중국 의존도를 강화함으로써 탈탄소 사회의 경제모델의 주도권을 가지려 한다는 분석이다.

희토류의 개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는 중국 광둥성 샤오관시 신펑 광산의 현지 주민들은 “이 근처 산 전체에 희토류가 잠들어 있다. 개발은 이제부터”라며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광산은 중국 남부에 편재하는 ‘이온 흡착형’으로 불리는 광산 중 세계 최대급이다. 이온 흡착형은 자석의 내열성을 높이는 디스프로슘 등의 ‘중희토류’를 다량 포함하고 있. 최근 중국은 육지로 이어져 있는 미얀마로부터의 수입도 늘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중국의 중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 원료의 채광, 정련, 합금, 자석 제조까지 자국 내에서 완결할 수 있는 체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희토류의 생산을 늘리며 자석의 제조 설비도 확대함으로써 저비용화를 도모해 세계 시장의 지배를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기술 수출규제 목록인 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은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등 고성능 자석 제조기술을 수출금지 항목에 새로 포함시켰다. 중국이 예전에는 자석 공급망으로 원료 채굴 상류만 장악했으나 이제 하류 제조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0년 9월 오키나와현 센카쿠제도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 충돌 사건이 일어났을 때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규제하는 대항 조치를 취했다. 중국도 당시부터 자석을 제조했으나 제조기술분야에서 일본에 크게 뒤져 최상류에 해당하는 ‘채굴한 희토류’를 카드로 삼은 바 있다.

중국은 이후 희토류 채굴뿐만 아니라 정련 합금에서도 기술을 크게 향상시켜 고성능 자석 제조에서 세계의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월에는 채굴뿐만 아니라 정련, 수출까지도 관리하는 ‘희토류 관리 조례’의 초안을 공표했다. 규제를 가하는 급소를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옮겨 공급망 전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취지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탈탄소화에 대해 전기자동차를 늘리는 등 전동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며 중국이 자석 공급망을 지배하면 환경 분야 전체의 지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환경 분야 패권 확립 포석은 태양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수출규제 리스트 개정안은 태양광 패널 재료가 되는 실리콘 제조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중국은 실리콘 등 태양광 패널의 주요 재료 생산에서도 세계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도 ‘공급망의 중국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대응 방안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 있는 고성능 희토류 자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국에 제조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 왔다. 현재는 중국 기업의 대응과 첨단 자석 제조 장치가 중국에 매각돼 중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겼다.

일본 정부는 군사 전용이 가능한 화물과 기술의 수출관리에 대해 외환법에 따라 대량살상 무기 등으로 전용될 우려가 큰 물자를 나열해 규제하는 ‘리스트 규제’와 리스트에 기재돼 있지 않아도 폭넓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캐치올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이 일본 희토류 수출규제를 걸었던 2010년경 중국 정부 여러 고위급 관계자들은 일본 기업에 “희토류 응용기술을 가져오면 희토류를 공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를 응용해 제조한 고성능 자석은 각종 무기에도 이용할 수 있어 지난 2012년 캐치올 규제 대상에 자석을 추가했다.

기술 유출로 이어지기 쉬운 중국 현지 생산 움직임은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나 2014년경 일본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합작기업을 설립해 현지생산을 시작했다. 첨단 자석 제조장치도 중국에 대량 매각된 결과 중국 현지 업체들이 기술력을 빠르게 높여 저렴한 고성능 자석이 대량 유통 되게 됐다. 일본 업체들은 과당경쟁에 노출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대기업의 구동용 모터에 쓰이는 자석을 95% 이상 공급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 리스트 개정은 일본에서 유출된 자석 제조기술을 자국 기술인 것처럼 규제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현시점에도 일본에는 TDK나 신에쓰 화학공업 등 여러 자석제조업체가 있어 세계의 자석 제조에서 약 1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저비용 대량 생산에 의해 향후도 점유율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나 자석 공급망의 지배를 목표로 하는 중국에 있어서 일본의 존재는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응 방안

우리나라도 최근 중국의 ‘희토 영구자석 기술 수출금지 조치’ 등 중국 관련 공급망 현안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무역협회는 “기술 수출금지라고 할지라도 신규 영구자석 제조업체의 국제시장 진입을 제한해 우리나라의 영구자석 수입처 다변화 및 자립화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중 공급망 경쟁이 격화될 경우 현재의 기술수출 금지가 품목수출금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네오디뮴 영구자석 제조업체인 성림첨단산업이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고 사마륨 코발트 영구자석은 국내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기술 수출금지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향후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희토류 등 핵심 원소재에 대한 선제적이고 실효적인 공급망 안정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기술 수출금지’로 인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구 희토자석 제조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부장 공급망안정 종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희토류 품목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품목별 위기 대응 시나리오’역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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