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순환경제로의 전환, 핵심은 도시
[E·D칼럼] 순환경제로의 전환, 핵심은 도시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23.09.06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미홍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 이노베이션 담당관

폭염과 홍수로 만신창이가 된 여름이었다. 유럽에 덮친 폭염의 사상자는 6만명을 넘어섰고, 초대형 산불이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를 집어삼켰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은 도시를 초토화로 만들었고,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 곳곳에는 물폭탄으로 인한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상 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문명의 산물인 도시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대상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50%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이 수치는 2050년까지 70%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는 경제성장의 엔진이다. 전 세계 GDP의 약 85%가 도시에서 생성되고, 세계 에너지의 2/3 이상이 도시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도시는 인류의 가장 큰 오염원이기도 하다. 전세계 CO2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양의 폐기물을 생성하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의 이중성은 한국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하루 평균 폐기물 배출량은 45만톤 이상이다. 그 중 약 15%가 매립되고, 약 30%가 소각된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연 평균 매립되는 폐기물의 비율이 1% 이하라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환경부는 수도권 내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발표하였다.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은 재활용하고 남은 잔재물이나 소각 후 남은 재만을 매립할 수 있게 된다. 수도권 이외에 지역들은 4년 후인 203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소각시설 등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을 위한 노력을 가속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립지, 소각장 등 전통적인 폐기물 관리와 처분 방식은 탄소중립 도시 달성을 위해 극복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도시 지역의 폐기물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가치 사슬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필자는 원재료를 절약하고 폐기물과 부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경제가 해답이라고 여기고 있다. 순환경제는 도시의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기후위기를 모두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순환경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 생태계에서 완벽한 순환경제를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은 균형을 유지하면서 번영하고 성장하며 소비한다. 떨어진 낙엽이 땅의 양분이 되듯, 수명을 다한 후에도 모든 것이 다른 무언가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인류의 경제는 순환(Circular)형태가 아닌 선형(Linear)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만들고 사용하고 버려진 것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선형경제가 자리잡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발전 과정에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인구증가와 도시의 확산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순환경제 전환은 도시가 당면한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도시는 에너지와 자원을 가장 많이 소비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자원 관리와 효율적인 운용 기회를 제공한다.

상상해보자. 지자체가 관리 운영하는 토지, 교통, 건물 등 도시계획에 순환경제 개념을 적용한다면 도시는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가 밀집된 메가시티는 그 효과가 보다 강력하고 즉각적일 것이라 예상한다. 이처럼 도시는 혁신과 사회경제적 변혁의 발판이며,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순환경제 전환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시는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가 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 계획은 2024년까지 도시 폐기물 재활용 70% 달성, 이산화탄소 5만9000톤 감축 등이 동반되어야 하는 야심 찬 목표다. 그리고 코펜하겐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순환경제 전환을 적극 도입하였다.

덴마크 순환경제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마바케(Amager Bakke) 또는 코펜힐(Copen hill)로도 알려진 자원회수시설이 있다. 이 곳에는 코펜하겐시뿐 아니라 인근 5개 도시 생활 및 산업폐기물이 매일 트럭으로 실려 들어와 소각되며 열병합 과정을 거쳐 9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난방열로 재탄생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코펜힐이 도심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여왕이 머무는 궁전에서 단 2km 떨어져 있으며, 대중 레저를 결합한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코펜하겐 도시의 새로운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덴마크 도시의 순환경제 전환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의 건축회사 레네어 그룹(Lendager Group)이 디자인한 리소스 로우(Resource Rows)는 버려진 주택의 폐자재로 지어진 덴마크의 첫 주거 단지이다. 말그대로 버려진 건물의 벽면을 뜯어 모듈 형태로 가공하여 그대로 새로운 건물의 벽면으로 활용한 것이다.

폐자재들은 다양한 곳에서 확보되었는데 덴마크 대표 맥주인 칼스버그(Carlsberg)의 폐쇄된 양조장에서 잘라낸 벽면과 코펜하겐 지하철 재건축 현장에서 나온 목재 자재도 리소스 로우의 외벽 및 내부 표면에 사용되었다. 총 92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단지 시공에는 폐자재 460톤이 사용되었고, 유리, 벽돌은 100% 재활용 자재로만 시공되어 예상 탄소배출량의 29%를 절감하는 효과를 이루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사회 동향에 발맞추어 순환경제 전환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있다. 2024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폐기물의 발생 억제와 적정 처리에 초점을 두었던 자원순환기본법과 달리,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와 더불어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방안 확대를 통해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순환경제 전환을 지원하는 추세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야기한 결과이다. 그러나 인류가 단순히 기술 발전을 멈추거나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것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팬데믹과의 싸움은 귀중한 교훈을 제공했다. 우리는 공공과 민간 부문이 서로 배우고,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기 위해 전례 없는 속도로 혁신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이 교훈을 도시가 소비하고 생산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적용해야 한다. 원재료를 절약하고 폐기물과 부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경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길이다.

※ 칼럼의 내용은 주한덴마크대사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김미홍 선임 이노베이션 담당관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