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기연구원 - KERI for the Electrified World
[기획] 한국전기연구원 - KERI for the Electrified World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3.09.25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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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화(Electrification) 기술, 탄소중립 이끈다
산업용 전동기 효율 향상,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적 수단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불편 해결, 국내·외 전기차 시장 확대 기여 전망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탄소중립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연구개발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KERI는 1976년 설립 이래 전력 및 전기기술 연구개발과 성과확산, 시험·인증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전력산업과 중전기기 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특히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를 맞아 전기화 선도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다.
전기화 시대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전기화는 인간과 사물을 초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의 완수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KERI가 자랑하는 친환경 ‘전기화’ 기술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한필완·김동준·최재학 박사가 슈퍼 프리미엄급(IE4)급 산업용 전동기를 개발하고, 기술 확산을 위한 오픈 플랫폼 구축에도 성공했다.
(왼쪽부터) 한필완·김동준·최재학 박사가 슈퍼 프리미엄급(IE4)급 산업용 전동기를 개발하고, 기술 확산을 위한 오픈 플랫폼 구축에도 성공했다.

슈퍼 프리미엄P(IE4)급 산업용 전동기 개발

KERI 전동력연구센터가 국내 최초로 산업용 전동기(삼상유도전동기)의 효율을 ‘슈퍼 프리미엄급(IE4)’으로 개발하는 것을 넘어 중소기업이 관련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오픈 플랫폼’까지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용 전동기는 전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전동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 이상에 달한다. 지난 2018년 KERI는 전 세계 전동기 효율을 3%만 높여도 1GW급 원전 108기를 짓지 않아도 되고, 가치로 환산하면 약 34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의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산업용 전동기의 효율 향상은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저효율 전동기 퇴출 정책 시행과 함께 효율이 더 높은 전동기를 의무 사용하게 하고 있으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는 국제 효율 표준에 따라 전동기 등급을 일반(IE1) - 고효율(IE2) - 프리미엄급(IE3) - 슈퍼 프리미엄급(IE4) - 울트라 프리미엄급(IE5) 전동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산업 분야에서 IE3급 전동기만 생산·판매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일부 선진국은 이미 IE4급 규제를 시작하며 앞서가고 있다.

KERI의 성과는 국내 산업용 전동기의 80%를 차지하는 15kW 이하 용량의 전동기를 IE4급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미 IE3급 전동기도 프리미엄이라는 명칭을 가질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 이상의 목표를 위해 연구팀은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IE3급 대비 효율이 1~2%p 이상 높고, 에너지 손실도 20%나 줄일 수 있는 IE4급 전동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IE4급 달성은 효율 향상 뿐만 아니라 재료비 절감도 중요했다. 비싼 재료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방법이 용이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접근 가능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분야별 최고 연구기관들과 손을 잡았다. 전동기는 KERI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생산 제조 공정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료 기술에는 한국재료연구원이 나섰다. 이들의 전문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고효율과 가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IE4급 전동기를 산업 현장에 확산·적용하기 위한 ‘웹 기반 오픈 플랫폼(URL: iexdesign.com)’도 구축했다. 기업이 고효율 전동기를 제대로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연구개발 투자, 숙련된 전문가의 설계 능력, 고가의 외국산 해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KERI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클루와 함께 개발한 설계 프로그램과 오픈소스 기반 해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존 대비 낮은 비용으로 오픈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미 과제 수행 기간(2019년~2022년) 동안 함께했던 기업들의 전동기 매출 실적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는 등 큰 효과를 본 상황이기에 기술의 파급력이 기대된다.

KERI 한필완 박사는 “전동기의 설계, 재료 활용, 생산 공정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IE4급 산업용 고효율 전동기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수요기업이 IE4급 고효율 전동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홍보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023년 글로벌 산업용 전동기 시장은 680억달러 규모다. 국내 산업용 전동기 시장은 20억달러 규모이고, 연평균 성장률은 7.9%로 예측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26년까지 IE4급 전동기 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시기에 많은 전동기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 관련 SCI(E)급 논문(11편) 게재와 특허(11건)를 다수 출원한 KERI는 15kW급 이상 200kW 이하 중대형 용량에 대한 IE4급 전동기 개발, IE5급을 위한 가변속 및 비 희토류 영구자석 전동기 개발 등 시대적 요구에 대비한다는 목표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기술을 개발하고 OCPP 2.0.1 인증을 받은 KERI 연구팀. (왼쪽부터 손상우·이재조·박창운 박사)
세계 최초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기술을 개발하고 OCPP 2.0.1 인증을 받은 KERI 연구팀. (왼쪽부터 손상우·이재조·박창운 박사)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기술 개발

KERI 전력ICT연구센터 이재조 박사팀이 개발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기술(Mode 1/2-only CS)’이 세계 최초로 ‘OCPP(Open Charge Point Protocol) 2.0.1’ 인증을 받았다.

OCPP는 전기차 충전기의 운영 및 유지 관리를 목적으로 개발된 OCA(Open Charge Alliance)의 산업 표준이다. 일종의 통신 규격으로 충전 이용자를 위한 정보 안내, 사용자 인증, 충전 스테이션 상태 및 고장 관리 등에 적용된다. 현재 전 세계 50개 이상의 국가가 OCPP를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환경부가 충전기 보급 사업에 OCPP 1.6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핵심 운영체계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KERI가 OCPP 2.0.1 인증을 받은 ‘과금형 콘센트 기술’은 충전 이용자가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220V 콘센트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스마트 전력 분배 충전, 요금 최적화 충전, 충전요금 결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등 매우 높은 수준의 통신 보안이 필요하다.

이 박사팀은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기술을 OCA에 제안해 2022년 3월, 세계 최초로 OCPP 1.6 인증(기술명: Mode 1/2 only Charging Station)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올해 업그레이드 버전인 OCPP 2.0.1 인증까지 받는 데 성공했다. OCPP 2.0.1은 보안이 한층 강화된 통신 환경을 지원하고, 향상된 충전 기술 대응이 가능해 플러그앤차지(Plug and Charge), 무선전력전송, 자동충전 등 스마트 충전에 더 적합한 통신 규약이다.

이번 성과는 국내·외 전기차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파트 주차장에 별도의 충전소를 크게 만들어 주민들이 공동으로 돌아가면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구조가 많아 불편함이 따랐다. 그러나 KERI 기술을 활용해 주차장이나 야외 캠핑장 등에 220V 기반의 간단한 과금형 콘센트만 여러개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충전소 설치를 위한 복잡한 전기 공사나 전용 주차면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큰 관건인 충전 인프라의 대폭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큰 기술이다.

또한 OCPP 2.0.1 인증을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을 넘어선 통신 기반 편의 서비스까지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이재조 박사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단순 충전을 하던 시대를 지나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통신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OCA와 과금형 콘센트 관련 백서 출간을 준비하는 등 우리나라가 전기차 충전 프로토콜의 국제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ERI는 국내 충전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OCPP 2.0.1 관련 기술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미 북미 지역에서는 충전기 보급 사업에 OCPP 2.0.1 규격을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OCPP 1.6 인증을 의무화한 만큼 충전기 제조사들의 OCPP 2.0.1 인증에 대한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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