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업 메이저화, 해답은 어디에?
에너지기업 메이저화, 해답은 어디에?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5.02.1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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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대 확산 속, 3월중 2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 '방향타'

'발상의 전환' 필요… 여건조성 주력해야 지적도


지속적인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에너지기업 메이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방안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만 분분한 실정이다. 당위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부분이 많아 원활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 에너지기업 메이저화의 필요성

한국석유공사를 축으로 한 에너지기업 메이저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논거는 에너지·자원 개발 사업이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투자회수 기간이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성공률도 낮아 현재의 역량만으로는 ‘수익창출과 수익의 개발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3%에 불과한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 수송, 정제, 유통 등 수직일관 체계를 갖춘 대형 에너지기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채택하고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석유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석유개발은 독자적인 형식보다는 소규모 지분참여 방식이 많고, 이는 가격을 비롯한 다방면에서 국민들에게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해외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40여개사에 달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가 석유개발사업을 포기해 현재는 20개 미만의 기업만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나마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의 수는 더욱 줄어든다.

정부의 지원도 부족해 자주개발률이 11.4%인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에만 해외 유전개발 총 투자액이 501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정부비중이 200억달러로 40%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기준 총 투자액은 45억달러, 정부비중은 9억8000만달러로 22%에 불과했다.

김태유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생산량 규모는 2만~2만5000 B/D 수준으로 국제적인 메이저(Global Major) 석유회사의 평균 300만 B/D 수준은 물론이고 지역 메이저(Regional Major)의 평균 30만 B/D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관구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이 많아 유전개발의 기술력과 Know-how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적 메이저 기업들의 특징

엑슨 모빌(Exxon mobil), 셸(Shell), BP 등 세계적인 메이저 기업들은 우리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은 우리나라 1년 총예산보다도 많고, 기술자원인력도 수천명에 이르러 백여명 안팎에 불과한 우리와는 많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위험성 있는 탐사·개발 사업외에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건전한 담보자산과 신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풍부한 탐사개발의 경험을 통해 정보수집 능력과 기술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탐사 성공률이 높고, 해외 미개척 지역의 정보 및 사업관리 능력도 구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탐사·개발·생산을 위해 필요한 기술력(지질, 지구물리, 석유공학 등)과 경제성분석, 탐사·개발·생산작업 운영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 개발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회사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함께 발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일례로 셸이 직접적인 이윤창출을 위한 사업과 함께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분야가 바로 보건, 안전, 교육, 환경 등에 대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accountability)에 대한 약속’이라는 기업 이미지 구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셸이 지난 2001년 이 분야에 투자한 액수만 8500만달러에 이르며, 그중 의료복지부문에 21%, 교육부문에 25%, 커뮤니티 발전에 21%, 환경분야에 7%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70여 항목이 넘는 공익성 프로젝트들을 이미 완성했거나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메이저 회사들이 최근 아프리카, 카스피해, 러시아 등으로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가시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로 인식되는 가스유전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메이저화의 방안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메이저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김교흥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석유·가스부문 완전 통합 ▷지주회사형 통합 ▷각 에너지원별 독자 메이저화 등 4가지 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김 의원은 “이같은 방안들이 국내의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대한 조직탄력성을 강제한다는 측면이 내포될 수 있지만 공적기능의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포괄적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공적기능의 성격은 유지해야 하지만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메이저화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4가지 방안중 김 의원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지주회사형 통합안이다.

정부 등 기타 공적기관에서 보유한 가스공사 주식과 석유공사 주식을 출자해 가스공사의 도입판매와 석유공사 탐사부문의 자원개발부문, 그리고 가스설비와 비축부문을 포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측은 지주회사형 통합이 규모측면과 전문성 측면에서 완전통합안과 유사한 장점이 있으며, 양사의 합병에 따른 마찰과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무 영역별 자회사 설립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기업운영이 가능하고, 상·하류 부문의 거래비용을 내부화시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석유공사의 메이저 기업화 ▷공기업·민간기업 결합을 통한 육성 ▷민간기업 결합을 통한 육성 등 3개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의원측은 논의 차원에서 내놓은 안일뿐 특별히 무게를 두고 있는 방안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결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석유개발사업부문을 분할한 후 민간에너지기업과 결합해 민영화 하면 국제수준의 유전개발회사 설립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의 석유개발사업을 민간기업에 현금을 받고 양도하거나, 민간기업에 출자하고 주식을 받는 방법,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이 각각 E&P사업을 분리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측의 이러한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한 기능개편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인위적인 개편을 위한 국가 개입은 적을수록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태유 교수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계 석유 메이저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사와 기업들이 현재의 위치에서 메이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측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민간지주회사 설립의 경우 해외자원개발이라는 사업의 특성상 민간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BP, ENI, Total 등과 같은 메이저사들도 1900년대 초부터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공기업으로 사업을 추진해왔고 20~30년 동안 운영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후 민영화 한 사례에서도 보듯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을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석탄공사와 광업진흥공사와 연계한 해외개발부문 통합의 경우에는 석유가 가스, 광물 등의 자원과는 차별화 된다는 반응이다.

즉 석유는 개발과정과 탐사권 등에서 알 수 있듯 국가간의 자원외교 차원임과 동시에 유한하면서 중동·아랍지역에 편재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전략자원이기에 효율적·효과적 추진이라는 통합 취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 나무를 벗어나 숲을 봐야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 이후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해외자원개발 관련 T/F팀이 구성돼 활동중에 있다”며 “3월중 예정된 2차 자문회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이 설정되고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은 지금 통합 등에 대해 어떠한 내용이 나올지 알 수 없다”면서 “자칫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만큼 자세한 논의는 시일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논란의 근본에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석유자급률 15%를 달성하기 위한 30만 B/D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10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유 교수는 이를 위해 정부예산을 늘리고 성공불융자를 확대하는 방법과 민간펀드 조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즉 정부의 에너지특별회계 중 석유개발 투자비중을 높이고, 해외자원개발시 상업생산이 실패한 경우에는 원리금을 감면하고 성공시에는 원금의 1.5배 한도로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성공불융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유전개발 투자가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알려 공모 주식형 민간 에너지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 개인의 자금을 한데 묶은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펀드를 조성한다면 투자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석유 자원의 안정적 지속적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무겁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대부분 에너지기업 메이저화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핵심을 바라보지 못해 아쉽다”면서 “에너지나 자원 등 한정된 부분으로만 보지 말고 산업과 경제 전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사에는 인공위성 관련 기술이, 송유관 작업에는 포스코의 철강기술이 결합될 수 있기 때문에 탐사서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적용기술과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또 “우리도 세계적인 회사들처럼 해외국가들과 전략적 제휴 형식을 통해 해당 나라 또는 주변국가에 하청 및 지원사업의 주도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동남아국가들에서는 국가 이미지의 상승으로 기존 메이저사들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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