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아픈 반성이 신뢰를 낳는다
뼈 아픈 반성이 신뢰를 낳는다
  • 박해성 기자
  • phs@energydaily.co.kr
  • 승인 2005.02.25 2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공사협회 중앙회장 선거 무엇을 남겼나?

20대 공사협회장 선거는 역대 어느 때 보다도 가장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과정에 언론 보도를 타며 알려진 김창준 전 회장의 기밀비 사건에다 주창현 신임 회장의 선거에 김창준 전임 회장이 개입되어 있다는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론, 그리고 선관위 무용론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명선거’ 실현이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18대와 19대 그리고 20대 회장 선거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태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18대, 19대 선거에서는 이렇게 부정선거가 있다는 공격을 받아 본 일이 없는데 이번에는 금권과 선물제공이 난무하고 있다는 그런 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심지어 선거관리위원장의 무능함을 탓하는 전화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공정선거를 이뤄야 할 전기공사협회 중앙회장 선거관리위원회의 무용론이 그 어느 때 보다 거세게 제기됐다.

주창현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김창준 회장의 개입설과 함께 금권과 향응, 선물 제공 등을 거론하며 불법, 탈법 선거가 만연하고 있다는 후보들의 지적과 관련해 선관위원장은  “아무 권한이 없다”는 말로 탄식했다. 그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증거를 제출할 경우, 이를 사직당국에 고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수 후보와 이행용 후보, 그리고 투표를 앞두고 사퇴한 최해춘 후보 공히 “협회 선거관리규정에는 처벌 규정이 아무것도 없다”며 “당선될 경우 금권, 부정, 탈법선거를 감시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기밀비 사건이 언론을 타고 전해지면서 급기야 산자부가 공명선거를 해 달라는 취지로 후보자를 산자부로 불러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자부가 관리 감독해야 할 공사협회의 공식적 대표인 회장을 부른 것도 아니고 선관위원장과 후보자를 불러 사실상 공명선거를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김창준 전임 회장의 선거 개입설과 관련해 이행용 후보(유원전기 대표)는 선거를 앞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창준 회장이 선거에 개임함은 물론 자신의 선거운동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선관위의 즉각 조치와 엄정 중립 유지”를 촉구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지난 23일 총회자리에서 “혼탁을 조장하고 있는 후보들은 즉각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창현 후보를 향해 “후보자간 공명선거 서약을 왜 반대했는지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신임회장은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후보자 서약서를 제출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며 간단히 답변하고 준비한 정견발표를 이어 갔다.

기밀비 사건과 관련해 김창준 전임 회장은 40회 정기총회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본인 스스로가 억울하다며 “언론 보도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모든 내용을 증빙할 자료가 있다”며 기획실장으로 하여금 관련 내용을 밝히도록 했다.

기밀비 사건을 바라보는 주창현 신임 회장의 시각은 지난 15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주창현 후보의 발대식에서 확인되고 있다. 주 신임회장은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내부적으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터전이 있음에도 언론매체에 폭로성 기사를 싣도록 해 협회를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는 일이 과연 협회와 회원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될 것”이냐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은 주창현 시대를 맞이한 공사협회 내부에서 기밀비 사건을 어떤 형태로든 개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온갖 폭로전과 비방으로 득세하려는 세력”으로 평가를 받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김용수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을 이용해 선거를 폭로와 비방으로 몰고 갔다는 주창현 후보의 주장과 관련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자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누가 써 달라고 해서 써주는 것이 과연 언론인가?”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으며 전기신문사 사장 출신의 주창현 신임 회장의 언론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주창현 후보와 마찬가지로 협회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약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폭로와 비방 세력의 ‘주모자’라는 의혹의 진화를 시도하는데 주력했다.

여당의 프리미엄론도 제기됐다. 선거과정에서 김용수 후보는 “정치에서만 여당, 야당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공사협회에도 여당과 야당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현 회장과 지회장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 후보가 바로 여당이라고 했다.

후보자 차별론도 나왔다. 이행용 후보는 “선관위와 협회가 대의원들의 핸드폰 번호조차도 개인신상과 관련된 비밀이라며 제공해 주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주창현 후보와 김용수 후보는 대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운동하고 있더라”며 선관위와 협회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직접 발로 뛰며 전국투어를 벌였던 이행용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단 1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도덕성 회복’을 내걸며 표심을 자극했지만 공사협회 현실의 벽은 그가 생각한 열정보다 더 높았다.

남부지회가 이번 중앙회장 선거에서 주창현 신임 회장의 ‘교두보’로서 전략적으로 공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교두보론’은 정견발표를 마치고 후보를 사퇴한 최해춘 후보(정평씨엔에스 대표)가 그 주인공.

최 후보는  “주 후보의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윤모 당선자는 불법과 부도덕적 방법으로 당선됐다”며 “회원유입이라는 흑색선전과 학력허위 기재하는 한편 남부지회 총회 당시 유윤모 지회장의 최 측근이자 선관위원으로 활동했던 성진이티에스 직원이 전혀 타 회사의 직원으로 국민건강보험증을 위조해 투표하는 등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최 후보는 “현재 이 자리에 당사자가 대의원으로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며 “연결고리를 판단해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공사협회 선거가 과열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행용 후보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지회장들이 벌써 특정 후보에게 줄을 서 운동을 하고 있다”라며 대의원 제도의 맹점을 꼬집었다.

현행 공사협회의 대의원제도는 19개 지회별로 지회장 당선자가 당선됨과 동시에 총회에서 바로 선출한다. 문제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지회가 대의원 선출 권한을 지회장에게 일임하고 있다. 지회장이 어떤 중앙회장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대의원의지지 성향도 결정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개선방안도 나왔다. 대의원 제도의 폐해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지회 총회에서 지회장과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서울 동부지회 총회에서 지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한 후보는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던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시대적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며 “회원들이 직접 참여해 중앙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직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과정에서 직선제는 이슈화되지 못했다. 어떤 후보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 신임회장은 공약에서 회장과 지회장 선거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선거 후유증을 해소하고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약속을 내 놨다.

선거는 끝났다. 주창현 신임 회장의 말처럼 이제 남겨진 것은 “뼈아픈 자기반성”에 기초한 강력한 개혁만이 “신뢰받는 강한 협회”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그것이 공사협회가 회원들은 물론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