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캐나다의 전기요금 선불제 시범실시
독자투고/캐나다의 전기요금 선불제 시범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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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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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50달러어치만 주세요"

어느 개발도상국의 얘기가 아닙니다. 캐나다 온테리오주 우드스탁(Woodstock)이라는 작은 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전기를 담배 사듯이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기가 모자라서 이런 게 아니라 주정부에서 ‘전기사용 시범마을’로 지정했기 때문에 자원하는 가정에 한해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선불제 효과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지요. 주정부는 운영결과를 지켜본 뒤 이 제도를 확대할 것인지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 ‘전기요금 선불제’를 선택한 사람들은 우드스탁 인구의 약 25%인 1만5백여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불제를 채택한 사람들의 집 안 눈에 잘 띄는 곳에는 특수미터기가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전기사용량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선불카드에 얼마나 돈이 남아 있으며 충전하지 않으면 언제 전기가 끊길지도 가르쳐 줍니다. ‘충전’ 신호가 들어오면 사람들은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공중전화 카드처럼 생긴 컴퓨터 칩을 충전해 오는 겁니다.

이 제도를 채택할 경우 최악의 경우 전기가 그냥 끊겨 버려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물건이 다 상할 수도 있고 또 늘 전기 사용량에 신경 쓰고 있어야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말하자면 전기요금 연체가 불가능하지요. 그리고 이 특수미터를 장착하는 데 별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구입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전기회사로부터 돈을 주고 임대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선불제의 매력이 있는 걸까요? 이 제도를 채택한 사람들 대부분은 ‘전기 요금을 최고 20% 가까이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미터기가 툭툭 떨어지는 데 불필요한 전기용품이 켜져 있지는 않은지 찾아보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예전에는 히터의 설정온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1도 차이에 민감해 지는 겁니다. 가스 히터라 하더라도 그걸 구동하는 데는 전기가 드니깐요.

캐나다를 비롯, 북미사람들의 전기 사용 패턴은 말그대로 ‘전기를 물 쓰듯’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퀘벡주의 경우는 화력발전소는 한기도없고 전부 수력발전소라고하니 발전 원가가 싸다보니 긴 추운 겨울철에도 모던가정은 전부 전기난방입니다.아마 전기요금이 싸서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캐나다 온테리오주의 경우 1khw 당 7센트 정도이고 미국은 더 싼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진율 제도도 최근 신설된 데다 적용되는 기준도 월사용량 750khw이상 이니 큰 부담이 없습니다. 물론 이 가격대는 전기회사들이 적자를 면키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그렇다고 금방 전기 낭비 습관이 달라질까 의구심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전기요금 연체율을 줄이려는 전기회사들의 수작’이라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전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전기 사용과 전기요금 부과 문제에 관해 세계 어느 정부도 만족스런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인 전기를 사람들이 마치 공기처럼 무한한 것으로 착각 내지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무한정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불편없이 펑펑 쓸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아주 싼 값에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정부나 전기회사들도 난감할 겁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가 기껏 차선책으로 채택한 것이 ‘전기회사 민영화’와 ‘전기요금 자유화’이지요. 한국도 몇 년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등 ‘전기회사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캐나다도 일부 주는 모든 전기공급 회사들이 민영화돼 있기 때문에 이 시범제도도 우드스탁 전기회사(Woodstock Hydro)가 주관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민영화나 가격 자유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처럼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하지요. 그래서 전기문제는 여러 가지로 정치인이나 행정 담당자의 골치를 썩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온테리오주는 이 전기요금 선불제 외에 ‘차등전기요금제’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기 사용 시각에 따라 전기요금이 차등화됩니다.

전기는 저장할 수가 없는 탓에 수요가 몰릴 때는 모자라서 야단이지만 보통 밤에는 남아도는 만큼 결국 심야시간 전력을 좀 싸게 공급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전기가 많이 먹히는 빨래 건조기나 식기세척기 등을 저녁시간에 주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주정부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제도도 역시 스마트 미터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보급 속도도 더딜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마트 미터는 현재 이탈리아 회사에 발주해 둔 상태인데, 개당 500달러를 넘습니다. 온테리오주 달튼 멕귄티 수상은 이와관련, “앞으로 3년 안에 80만 가구에 스마트 미터를 보급할 예정”이라며 “향후 4년간 전기사용량을 5% 줄인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우드스탁시의 운영결과가 좋으면 몇 년 안에 전기요금 선불제가 확산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 때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전기를 아껴 쓰는 습관을 길러둬야 할 것같습니다.

                                                                                                                                    인터넷 독자 / 이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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