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표류 국책사업 이제 해결되나?
19년 표류 국책사업 이제 해결되나?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5.11.0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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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통해 성공적 건립 가능성 높아져
불공정 선거, 주민갈등 등 난제 해결 과제 남아

◆ '경주' 방폐장 부지 확정


지난 2일 경북 경주, 포항, 영덕, 전북 군산 등 4개 지역에서 실시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 결과, 최종 후보지로 경주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19년동안 끌어왔던 최대 국책사업중 하나가 일정부분 매듭지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군산, 영덕 등과 치열한 경합끝에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경주는 정부 특별지원금 3000억원, 연간 폐기물 반입수수료 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설치사업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공정한 투표, 허위사례 유포, 지진대 존재 가능성 등을 이유로 뚜렷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편집자


▲ 부지선정 의의와 ‘봉길리’ 부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11월2일 실시한 4개 지역의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결과 총 투표인수 81만7820명중 49만4521명이 투표에 참여해 평균 60.5%의 투표율을 보였다”면서 “개표결과 경주시가 찬성률 89.5%(13만0672표)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군산시는 84.4%(11만5152표), 영덕군은 79.3%(2만3621표), 포항시는 67.5%(11만9124표)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1986년부터 추진해왔던 19년간의 작업이 일단 순조롭게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부지선정의 의의로 그간 대표적 사회갈등과제로 지적돼왔던 방폐장 부지선정을 헌정사상 최초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및 갈등해결의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을 꼽고 있다.

실제 이번 방폐장 선거는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과거 정부가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반대여론의 뭇매에 해명하기에 급급했었다면,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유치경쟁속에서 큰 짐을 덜을 수 있었다.

경주의 유치 예정 장소는 경주 도심으로부터 30여km 떨어진 양북면 봉길리 일원 190여만㎡.

이곳은 4개 유치 신청 지역중 유일하게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월성원전 1호기가 지난 1983년 준공해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 1999년 10월 4호기까지 모두 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또 신월성 1, 2호기가 지난 9월말 착공돼 1호기는 2011년, 2호기는 2012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봉길리 일원은 또 대부분 바닷가로부터 50m이내 인접한 완만한 구릉으로 부지내 문화재 발굴조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 개발사업에 선행되는 환경 및 교통영향평가 등의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경주시는 또 이번 부지 확정을 통해 정부 특별지원금 3000억원, 도 특별지원금 300억원, 폐기물 반입수수료 연평균 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설치사업 등의 대단위 지원을 받게 됐다.

정부는 최종 후보부지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①신월성 1, 2호기 실시계획 변경승인 ②봉길리 일원을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 ③환경영향평가 및 지자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실시계획 승인 ④건설·운영허가 등의 법적 인허가 등을 거쳐 2008년말까지 방폐장을 준공할 방침이다.


▲ 방폐장 추진 경과

방사성폐기물(Radioactive Waste, 원전수거물)이란 원자력발전소,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뜻한다. 이에는 방사선 작업자가 사용했던 작업복, 휴지, 장갑, 폐부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하고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처음 방폐장 사업을 추진할 때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부안에서의 격렬한 반대상황을 겪으면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아래 주민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분리해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즉 중·저준위 폐기물은 1단계로 10만드럼 규모로 2008년말까지 준공하고 단계적으로 80만드럼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중장기적인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속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방폐장 사업추진 과정을 보면 참으로 기구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983년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 의결을 시작으로, 1986년 원자력법 개정과 함께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실시했으나 정치적·사회적 난관에 봉착해 실패를 거듭했다.

우선 1989년 경북 울진군 기성면, 영덕군 남정면, 영일군 송나면 등 3개 지역에서 부지지질조사를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집단반발로 조사도중 철수하고 말았다.

1990년에는 충남 안면도를 후보지로 내정했으나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1년후에는 강원도 고성·양양, 경북 울진·영일, 전남 장흥, 충남 안면도 등을 후보지로 발표했지만 이들 후보지역 모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남에 따라 정부는 부지선정을 위한 사전 주민협의절차 및 시설지역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의 촉진 및 시설 주변지역의 지원에 관한 법률’(1994.1.5)을 제정했다.

이어 1994년에는 경기도 덕적면 굴업도를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굴업도 인근해역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됨에 따라 굴업도에 대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지구’ 지정을 해제하면서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됐고, 1997년부터는 수행주체가 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으로 이관됐다.

새로운 사업주체로 선정된 산자부는 업무를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전환하고 신청지역에 대한 2000억원이상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방자치단체내 주민들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2002년까지 자율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는 2003년 2월4일 제252차 원자력위원회에서 확정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서실 확보방안에 따라 다음날 경북 근남면 산포리, 경북 남정면 우곡리, 전남 홍농읍 성산리, 전북 해리면 광승리 등 4개 지역을 후보지역으로 발표했으나, 5월1일 공고문을 통해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시 특별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과 함께 타 지역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따라 7월14일 당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유일하게 유치신청서를 제출했고, 7월24일 부지선정위원회는 부안군 위도를 적합부지로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부안은 주민들 사이에 사전 합의 없이 사업이 추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일어났고 12월15일 윤진식 산자부장관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민란’이라고까지 표현됐던 ‘부안사태’다.

이같은 홍역을 겪은 이후 정부는 올해 6월16일 지자체 유치신청→주민투표 발의→주민투표 및 투표결과에 따른 후보부지 선정,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반입수수료 연간 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유치 등을 골자로 하는 신규 부지선정절차를 발표하고, 우여곡절끝에 경주 양북면 봉길리, 군산 소룡동 비응도, 포항 죽장면 상옥리, 영덕 축산면 상원리 등의 4개 지역 후보부지를 확정하고 11월2일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 해결돼야 할 과제들

방폐장 부지선정 작업이 막중한 국가적 사안임에도 이처럼 매듭을 짓지 못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우리 전력산업에서 원자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다.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고, 적절한 대책은 없는지, 또한 환경문제와 공존할 수 있는 지 등 가치관과 이념적인 문제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그러나 20여년동안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담보하고 파급효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원자력발전을 지속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정도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력을 국가와 세계적인 잠재적 위험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에 관한 논의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그간의 정부 관행, 즉 밀어붙이기식 정책 집행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주민들의 의사를 수용하다보니 19년동안이나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 않느냐는 반문도 가능하겠지만, 이는 과정만 그렇게 보일뿐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누구의 잘못이 크냐의 문제가 아니고 정책결정자의 신뢰성과 민주성, 방폐물의 특성상 안정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이번에도 일정부분 적용된다.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금권·관건선거 등 불공정한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해외사례를 허위로 유포했으며, 군산-경주-평양을 사이로 L자형 지진대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주민투표 기간동안 각 지자체들이 유치를 위해 지역감정 유포까지 서슴지 않았고, 방폐장 부지 이웃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정부도 이를 인식, 민심수습 방안 등 부지 선정 이후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과연 이같은 과제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성공적으로 방폐장 건립사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찬성측, 반대측 모두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대상은 바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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