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 “희망의 창문을 열며”
신년칼럼 - “희망의 창문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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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2.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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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거리에 찬바람이 분다.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이고 고개를 내밀었던 새싹이 5월의 푸르른 녹음이 되고 단풍이 되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어 매년 맞이하게 되지만 이번 겨울은 어느 해 보다도 더욱 을씨년스럽게만 느껴진다.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 2000년을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모두들 희망을 안고 맞이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건만 우리에게 많은 숙제와 절망을 남기고 물러가려 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는 참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 같기만 하다.
모두들 희망이 없다고 한다. 거리를 휘감은 찬바람과 같은 긴 한숨들뿐이다.

한해동안 피땀 흘려 가꾸어왔던 농작물을 눈물을 흘리며 트랙터로 갈아엎는 농민들의 모습이나 사료 값도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린 돼지와 그럴 수밖에 없음을 한탄하는 가축농가들.

그리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수 천명을 헤아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에 남아있는 사람들조차도 지쳐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 밖으로 부는 겨울 바람 만큼이나 우리들 마음속에는 또 다른 겨울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절망은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늘의 별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더욱 빛을 발하듯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답답하다 하더라도 저마다의 가슴속에 간직한 ‘희망’의 별빛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현실의 고통으로 인해 희망을 잃어 가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언젠가 내가 한 일간지에서 읽었던 따스한 여인의 글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여인은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중매로 결혼해 조그마한 지하셋방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모든 지하셋방이 그러하듯 이들의 신혼방도 예외 없이 낮에도 불을 켜야할 정도로 어두웠고, 비만 오면 방안 곳곳에 빗물이 고여 습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새는 빗물도 눅눅한 곰팡이 냄새도 아니었다. 단지 넓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이 없다는 것 뿐.

그래서 그 여인은 생각 끝에 지하실방 벽에 크레용으로 커다란 창문을 그린 뒤 예쁜 커튼을 달았다.

커튼만 걷으면 마치 화사한 햇살이 비추고 흰 구름이 유유히 떠다니는 파란 하늘과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금방이라도 눈앞에 활짝 펼쳐질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언제나 마음속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채.

그토록 힘든 신혼시절을 보내고 그 지하셋방에서 태어난 귀여운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조그마한 집을 사서 이사를 하였다.

하늘이 가득 보이는 창문이 있는 조그마한 집으로... 이 여인이 그린 지하실 벽의 ‘희망의 창문’이 바로 가난하지만 정직한 부부에게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해준 창문이었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이 여인의 삶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조금 더 힘을 내고 정직하고 부지런히 생활하며 작은 기쁨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진정한 행복이란 충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족에 있다는 사실을 이 여인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에겐 후회와 원망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좀더 땀을 흘려 일하고 이 여인이 지하셋방에 그려 넣었던 것처럼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희망의 창문’을 하나씩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힘차게 다시 한발을 내딛어야할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마음의 창문을 열어 그 빛나는 햇살을 마음껏 품을 수 있는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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