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디자이너 체계적인 양성 시급
조명디자이너 체계적인 양성 시급
  • 장효진 기자
  • zang@energydaily.co.kr
  • 승인 2006.04.1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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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단체 제 기능 못해… 관련 대학 2곳 뿐
사회적 요구 높은데 비해 기본적 인프라 전무

조명이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데에서 그쳤다면 지금처럼 밤이 기다려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 밤 화려한 빛으로 물들여진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요즘 조명디자이너들은 바쁘다.

골프장과 리조트, 레스토랑, 미술관은 물론 교량이나 고궁, 문화재 등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도심뿐만 아니라 조명으로 구조물이나 자연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곳이라면 지역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

 

▲ 청계천 입구에 조성된 경관조명.


창조의 예술가라는 칭호를 부여받고 있는 조명디자이너.

그렇다면 조명디자이너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은 어떠할까? 화려함 속에 감춰진 어둠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믿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전국 대학교에 조명디자인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는 단 2개에 불과하고 조명디자이너를 발굴하고 보호·육성시키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조명디자이너협회와 조명디자이너협의회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제 기능을 수행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명디자이너의 전성기(?)

국내 전반에 걸쳐 조명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도 3곳이 조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청계천과 새롭게 들어선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리노베이션으로 더욱 화려해진 남산의 서울타워가 바로 그곳이다.

청계천은 낮보다 밤에 인기가 더 많다.

구간별 테마에 따라 은근한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을 조명이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조명의 맥을 보여 주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첨단 기술이 동원돼 관람하기에 적합하지만 유물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는 빛 연출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 청담대교.


빛이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남산 서울타워에는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색과 패턴이 변화하도록 LED조명과 서치라이트가 이 곳을 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 시켜 명물로 재탄생 시켰다.

조명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닿은 곳은 이곳뿐만 아니다.

부산의 광안대교와 인천의 영종대교, 진주 남강의 야경 등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0년을 전후로 사회 전반에 걸쳐 야간 조명에 대한 욕구가 일자, 야간경관조명 조성의 붐을 타고 곳곳이 화려한 불빛으로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내만 해도 한강에 설치된 교량들이 조명으로 새로운 모습을 되찾았고 월드컵 경기장이나 남대문 등 대형 건축물이 밤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야간경관조명이 관광상품으로써의 우수성을 입증 받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조명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문성 입증 공인시스템 부재

이제 조명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넓어졌으며 특수직종으로 일반인들의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입지가 다져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명디자이너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조명디자이너라는 직업에 자격증제도가 확립되지 않았고 직종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일종의 신종직업이기 때문에 조명디자이너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명디자이너는 대체적으로 특정목적을 위해 최적의 조명을 연출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여기에도 실내·외 조명을 설계하는 사람에서부터 무대조명연출자, 조명기구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이들 모두 조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목적에 적합하게 인공적으로 조명을 연출할 수 있다.

조명전문디자인회사나 전기설계업체, 조명업체 등에 소속돼 있는 점과 이것저것 따져본다면 실내·외나 교량 등의 시설물, 문화재 등에 조명을 설계하는 조명디자이너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십년 동안 조명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한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조명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육성과정이나 인력현황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지금은 높아진 위상에 맞게 조명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제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납품을 위한 조건으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당수의 중견 조명디자이너들은 전기설계 또는 인테리어디자인 작업을 수행하다가 조명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정확한 뿌리 없이 두리뭉실하게 흘러오다 보니 디자인 작업에 대한 대가체계가 모호해 졌다.

건축주는 조명설계를 전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거나 조명기구 납품을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보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조명디자인 분야를 포함한 업계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조명기구제조업체에서 조명제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조명설계를 해주는 일이 빈번했고 조명디자인전문회사들도 건축주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를 통해 결제를 받는게 당연한 것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 청계천 세월교 광교사이 경관조명.


물론 조명설계를 둘러싼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고 업계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조명설계비를 별도로 책정하는 프로젝트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공모전을 통해 우수한 조명디자인을 발굴하려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 조명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행자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합리적인 대가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조명디자인이라는 업종의 위상과 직업으로써의 정체성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있는 시각들이 모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문 교육 과정 부실

“조명디자인은 공간에 대한 이해 능력과 광원, 전기적 특성, 그리고 디자인 감각이 필요한, 종합적이고도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은 전문한 실정입니다.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훈련해야 조명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양성과 산업적인 체계를 확립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인력 양성에 전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가지가 뻣어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를 공급해 줄 교육기관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산업디자인이나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에는 조명디자이너와 같이 공인된 자격증제도는 없지만 대학교뿐만 아니라 전문직업교육기관 등에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필요한 소양이나 전문지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직업에 대한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드는 초석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력이나 경험에 따라 디자이너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인력수급에 일조하고 있다.

일부 대학교에서 얼마전 조명디자인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전기분야를 위주로 교육이 이뤄져 건축적인 공간 개념과 디자인적인 소양을 함께 갖춘 전문가로 육성하는데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이 최신 조명디자인 경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LED 등 신광원에 대한 부문도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에 정규학과를 신설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이론과 실무 등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를 양성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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