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와 돌팔이
사이비와 돌팔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회의주의자(Skeptics)라고 한다.

회의주의자란, 즉 의심하는 사람이란, 증거나 증명 없이 믿기를 거부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신앙 치료나 과학적 방법론으로 증명되지 않는 기치료나 뇌호흡 등에 비판적이다.

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과학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반과학적인 이른바 피라미드 파워, 육각수의 효능, 물이 인간의 심리에 반응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현대 사회의 미묘한 비과학적, 반과학적 신화 가운데 하나가 생태주의의 극단주의자들이다.

생태주의는 환경운동에 있어서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자는 입장과 함께 과학과 기술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 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생태주의가 오도되면 파시즘에 물들게 된다는 것이다.

‘생태 파시즘’이 말해주듯 생태주의의 시작은 파시즘적 사고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한국인을 야만인으로 모독한 프랑스의 바르도라는 여배우가 극우전선의 당원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 파시즘과 영합한 정치인들도 국민 건강을 오도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수돗물 불소농도 조절사업이다. 생태주의의 과학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 이에 영합한 환경단체, 환경단체의 압력과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한국의 전면적인 수돗물 불소농도 조절사업을 좌절시켰다. 수돗물 불소농도 조절이 인간에게 이롭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보여주어도 이들 생태주의자들은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다. 광신에 물든 사람, 관습에 물든 보수, 이념에 경도된 진보 모두 일단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게 된다. 증거가 별다른 소용이 없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어 불교도와 기독교도가 만나 토론을 하여 한쪽이 토론에 지면 어떻게 다음 행동을 취할까? 진 쪽이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이 옳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진 쪽은 더욱더 자기의 믿음에 심취하여 자기의 믿음을 강화하고 상대방을 논파하기 위해 더욱 자기의 믿음에 열중하게 된다고 한다.

수년전 대통령 선거의 경선에 패배하고도 승복하지 못한 사람 그에게도 이러한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자기가 경선에 승리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기에 경선에 패배한 것은 음모가 작용하였다고 믿게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경선 불복이며 어처구니없는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당사자는 진정으로 경선 불복이 아니라 음모이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는 결국 본인에게 대개는 더욱 처절한 아픔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본인(!)에게만 아픔으로 돌아올 문제라면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절 사업에서 보듯이 인간이 이성과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지 않고 믿고싶은 것만 믿고, 이성과 과학을 거부할 때는 엄청난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모 종교 단체에서 생명수로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 한 사건을 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에 넘어갔을까 의아해 한다. 그러나 당장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는 살고싶은 욕망, 죽은 남편을 앞에 둔 부인에게는 믿고싶은 것을 믿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살았으면 하는 강렬한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가망 없다는 의사의 말보다는, 사이비 종교의 살 수 있다는 말에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또한 이러한 유혹을 넘어서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렵다.

사이비와 돌팔이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도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보다 과학과 의학을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