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배럴당 65~70달러 가능성 높아"
"2010년까지 배럴당 65~70달러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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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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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고유가 현상 10년 갈 수도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의 실질유가는 이미 제1차 유가파동기를 능가하였다.
가격이 상승하면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수요가 줄거나 대체 상품이 나와서 수급이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그러나 석유는 필수불가결의 에너지 자원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요를 줄이기가 어려운 데다 대체 상품의 개발도 장기간 소요된다. 실제로 2000년대에 들어와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 수요는 계속 확대해 왔다.
이와 같은 석유시장의 가격 비 탄력성 문제는 1970년대 초의 제1차 유가파동 이후에도 발생하였다. 유가 급등 이후에도 석유 수요가 확대된 결과 지난 1980년에는 국제유가가 2005년 기준 실질가격으로 배럴당 82.7달러에 달해, 석유소비 금액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를 넘었다. 당시 석유 전문가들은 유가 100달러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해 석유절약 기술이나 에너지 대체 기술의 개발이 진전됨으로써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세계 석유 수요는 1973~1980년의 유가 파동 기간에도 평균 1.4%의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1980년대에는 증가율이 0.5%로 급감하였다. 고유가에 대한 논쟁은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 석유 수요둔화와 함께 유가가 급락함으로써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 후 국제유가는 1986년에서 1999년까지 10년 넘게 정체되어 왔다.

중장기적 수급 요인의 변화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은 일시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계속된 저유가 시대의 구도가 완전히 바뀐 것을 의미한다. 우선 공급 측면을 보면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된 결과 석유산업의 상·하류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어 각 부문에서 공급 여력이 감소했다. OPEC의 추가 생산 여력(생산능력-생산량) 부족은 금년 들어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 전체 수요의 2% 수준에 불과해 10%를 넘었던 1980년대는 물론, 4% 정도에 달했던 1990년대에 비해서도 취약한 실정이다.
원유생산 능력과 함께 석유 정제 시설의 부족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저유가 시대에 100개가 넘는 정유공장을 폐쇄했으며, 최근에는 설비 운영 효율의 제고 등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으나 2006년 현재 석유 정제 능력은 1981년도에 비해 여전히 8% 가량 적은 상태이며, 생산 능력의 추가적인 확충에 어려움도 있다.
이러한 공급 여력 감소 속에서 석유수요의 확대가 국제석유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수요는 1980년대의 연율 0.5%의 증가세가 1990년대에는 1.5%로 상승한 후 2000~2005년 동안에는 1.7%의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경기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나, 고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석유수요가 본격화됨에 따라 석유수요의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

이상과 같은 수급상의 구조적 변화는 앞으로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조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측되지만 시장 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도 많다.
우선 산유국들이 고유가를 환영하고 있다. 개발 여력이 많은 중동 국가들은 신규 유전개발에 나서고는 있지만 제1, 2차 유가 파동기와 같이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확충할 만큼 투자를 확대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힘입어서 중동 산유국들은 외국자본에게 까다로운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중남미 각국에서는 석유산업의 국유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국제석유 자본도 과거의 유가 폭락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데다 산유국들의 강경자세로 인한 불리한 계약 조건 때문에 유전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보유 유전의 매장량이 사실상 정체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전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는 굴착기 가동 대수는 최근 확대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전 개발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그 속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석유를 대체하는 연료로서 천연가스가 기대되고 있으나 가스 가격이 이미 원유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일 정도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이 앞으로 본격화될 경우 우리나라로서도 장기계약의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제1, 2차 유가파동기와 달리 원자력이나 석탄 등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해졌으며, 이것이 석유 대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의 경우 환경 규제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핵 확산 억제 정책이 개도국에서의 보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기술 측면에서는 이미 제1, 2차 유가파동기에 수많은 개선을 거쳤기 때문에 추가적인 절약을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기술의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수요 측면을 보면 제1, 2차 유가파동 기간에 비해 석유소비 중에서 자동차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산업용 수요가 중심이었던 시대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인도의 수요 확대가 세계 석유수요의 꾸준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장 메커니즘이 상대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신규 자동차 소유자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며, 이것이 유가 수준과 상관없이 석유수요를 일관되게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0년까지 국제수급 여건 소폭 개선

이상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하면 2010년까지의 중기적 석유수급 환경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수요 측면을 보면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작년 말의 전망치에서 세계수요가 2005년의 8410만배럴/1일(실적치는 8360만 배럴/1일)에서 2010년까지 연율 1.9% 증가하여 9250만 배럴/1일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크게 충격을 받고 있지는 않으며, 2010년까지 연평균 2% 내외, 850만 배럴/1일 정도의 수요증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정도의 석유 공급 능력에 관해서는 각종 유전 개발 프로젝트의 동향에 따라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OPEC의 경우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100개 정도에 달하는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OPEC에 따르면 생산능력이 3300만 배럴/1일에서 2010년에는 3790만 배럴/1일 정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라드 유전, 크라이스 유전, 샤이바 유전이나 쿠웨이트의 북부 개발(프로젝트 쿠웨이트), 나이지리아의 해상 유전 개발 등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이 많지만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 등 불확실한 것도 있다. OPEC 전체적으로 보면 2010년까지 300~400 배럴/1일 정도의 생산 능력 확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확충 투자는 OPEC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OPEC은 제1, 2차 유가파동기와 같은 무조건적인 대규모 개발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OPEC에 관해서는 일본의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향후 5~7년 정도는 생산능력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OPEC의 생산능력은 2010년까지 800만 배럴/1일 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나 북해 등 OECD 각국의 석유생산 정체 및 감소세를 러시아, 중앙아시아, 서부 아프리카 등의 생산량 확대로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10년까지의 세계 수요량 증가 분 850만 배럴/1일, 비OPEC 공급확대 800만 배럴/1일, OPEC의 생산능력 확충 300~400만 배럴/1일 등을 고려하면 지난 3월 기준으로 240만 배럴/1일 정도에 불과한 OPEC의 추가 생산여력은 490만 배럴/1일에서 590만 배럴/1일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수요의 5~6% 정도가 되기 때문에 현재의 수급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석유정제 시설의 부족 현상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계획되고 있는 정유시설 건설 프로젝트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관련 연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장기 수급에도 영향

그리고 2010년까지 국제석유시장에서 공급 능력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이는 비OPEC의 경우도 선진국의 석유생산량 감소세가 점차 확대되는 데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생산량 확대 추세도 2010~2015년 정도에는 점차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 걸프만 지역의 유전 개발의 필요성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정치 불안정성, 외자에 대한 강경한 자세, 까다로운 계약 조건 등을 감안하면 석유생산 능력이 충분히 확대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에타놀 등의 대체 연료사용 시스템의 보급이나 석탄, 원자력의 확대, 석유절약 기술의 진전 등이 국제석유시장의 수급에 뚜렷한 영향을 주기까지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0년 이후의 국제석유시장의 수급 환경은 다시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OPEC 및 OPEC의 생산 능력 확충이 불안 심리의 완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이것이 충분치 않은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완만한 조정을 가정해도 고유가 현상이 앞으로 10년 정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 염두에 두어야

이상과 같은 국제석유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국제유가는 크게 떨어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변수에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다음 네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여 향후 유가를 전망해 본다.
우선 배럴당 70달러를 초과한 고유가와 국제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금년 하반기 이후 둔화되고 2007년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하지만 2010년까지 배럴당 65~70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는 기본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고유가 장기화가 부담이 되겠지만 국제유가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석유영향력계수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계속 4%를 넘는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06년 하반기에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여 일시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현실화됐을 경우에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석유의존도가 6%대로 상승하여 석유영향력계수도 제2차 유가파동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되고 세계경제는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2010년경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고유가가 부담이 되겠지만 석유영향력계수는 제2차 유가파동기에 비하면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의 지속적 상승세 속에서 세계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이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세계경제 규모의 확대로 인해 고유가 부담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특히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국제유가의 상승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해 세계 각국의 석유수요의 둔화가 억제될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석유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대로 점진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시나리오이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시나리오 중 첫 번째 시나리오인 현재 수준의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기업으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두 번째 시나리오나 세 번째 시나리오도 위기 대응 차원에서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현재의 고유가 현상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제원자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투기자금 등이 자원개발이나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 메커니즘의 탄력성 제고 방안을 국제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 정리 = 송병훈 기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을 역임했으며, 한·일재계회의와 한·일 FTA 관련 각종 세미나에서 다수의 발표 및 자문 활동을 했다.
현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 Gr.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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