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연료, 신사업 등으로 고유가 위험 극복 가능"
"대체연료, 신사업 등으로 고유가 위험 극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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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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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의 '글로벌 화학기업의 고유가 대응 전략'


고유가 고착화의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신공정 개발, 사업구조 전환, 대체에너지 개발 등 중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을 통해 고유가 시대에 화학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화하고 있다.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유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공급 확대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정세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경제는 비교적 고유가에 잘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세계 경제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제 지표상으로 뚜렷하게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산업적 특성에 따라 고유가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곳도 있는데, 화학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화학산업은 연료나 원료로 다량의 석유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1~2년간 화학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였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화학제품 전반의 수급타이트로 인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더 이상 원료·에너지 비용 상승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향후 고유가 고착화 가능성이 커, 화학산업과 화학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중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을 통해 고유가 시대에 화학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유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국내 화학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비용 상승으로 실적 악화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분기 10.2%에서 올해 1분기에는 4.4%로 하락하였다. 실적 악화는 범용 특성이 강한 석유화학기업들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제품 전반의 수급타이트가 완화되면서 석유화학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된 측면이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 또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범용 화학제품보다 원료 비용 상승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스페셜티형 화학기업들 역시 원료가 상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스페셜티 화학제품 역시 원료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원료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스페셜티형 글로벌 화학기업인 Degussa와 Ciba Specialty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상승하면서 실적이 정체되거나 소폭 악화되었다.


단기 대응으로는 큰 효과 어려워

고유가 장기화에 따라 기초 원료인 납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의 가격 저항 역시 커, 당분간 화학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 전경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 기업들은 고유가에 대응해 에너지관리 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료, 스팀, 전기 등에 대한 공정별 에너지 원단위를 관리하고, 생산성 향상 및 공정개선 노력 강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납사 원료를 공동 구매하거나, 인근 업체가 쓰고 남은 폐열을 재활용하는 등 고유가 극복을 위한 공단 내 기업간 협력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생산 공정뿐 아니라 전사 차원의 에너지 절감 활동을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화학기업들의 이러한 대응책은 중장기적인 고유가 대책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고유가로 인해 화학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산업내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안이한 대처로는 향후 경쟁 환경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고유가에 강한 글로벌 화학기업

고유가 시대를 맞이한 화학산업에서 관련 기업들이 비용 상승의 부담에서 벗어나, 확실한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많은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사업 구조 강화 및 전환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즉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유연하고 강한 기업체질을 확립함으로써 수익성 유지 및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저가 원료 확보와 신 프로세스 도입 =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저가 원료·연료의 확보 또는 신 프로세스 채택을 통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려 노력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Dow는 미국 텍사스에 LNG 저장소 건설 및 중동 투자 확대를 통해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주요 원료·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큰 폭의 비용 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Dow는 텍사스 지역에 2007년 말까지 LNG 저장소 마련을 통해 자사 천연가스 사용량의 70%를 저렴한 수입 LNG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원료 의존도가 큰 석유화학부문의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저가 원료 확보가 가능한 지역에 대한 투자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미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지역에서 저가의 에탄 원료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에 있으며, 값 싼 석탄 자원을 활용한 중국에서의 석유화학사업 역시 검토 중이다.
Eastman Chemical의 경우 대체 원료·연료의 활용을 통해 비용 상승 압박에서 벗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북미 대다수의 기업들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Eastman은 북미 지역에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여 자사 원료·연료의 25%를 생산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높은 성과를 창출했던 것이다. Eastman은 저가의 석탄 활용이 자사 전체 이익에 기여하는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며, 이러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즉 향후 북미 뿐만 아니라 중국, 동유럽 등 거대 신흥시장에서 석탄을 원료로 한 화학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투자 은행인 Bank of America에 따르면 배럴당 5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Eastman과 같이 화학기업들의 석탄 활용 시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Asahi Kasei의 경우 유휴 또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원료를 활용한 신 프로세스 개발을 통해 핵심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자사 제품의 핵심 원료인 벤젠과 프로필렌의 확보를 위해 알파 프로세스와 오메가 프로세스라 불리는 혁신적인 신 프로세스를 개발함으로써 원료 비용 상승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이를 핵심 사업의 글로벌 확대 전략과 연계시키고 있다.

솔루션 사업 확대로 추가 가치 창출 = 고유가 속에서 고객 지향적 사업 모델 구축을 통해 수익 확보에 나서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형태의 대응은 과거 스페셜티형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기업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비용 상승 압박이 큰 범용 제품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제공 가능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냄으로써 추가 가치 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인 자동차 소재를 예로 들면 자동차에는 대당 약 100kg 이상의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사용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많은 화학기업들이 자동차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동차 기업들의 규모가 크다 보니 범용 제품의 경우 '구매자의 힘'에 밀려 비용 전가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화학기업들의 대응책이 바로 수요처가 요구하는 특성을 추가하는 컴파운드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사업 확대다.
Mitsubishi는 최근 자동차용 폴리프로필렌 컴파운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및 싱가포르에서 합작사인 Exxon-Mobil의 지분을 인수해,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하고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내년 초까지 일본 내 자동차 산업의 요충지인 욧카이치(四日市)에 자동차관련 종합 연구개발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성장 시장으로 사업 구조 전환 가속 =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또다른 전략으로 고성장 분야로의 사업 구조 재편 가속을 들 수 있다. IT 산업의 고성장, 웰빙 및 친환경 트렌드에 따른 수요 산업의 고도화는 소재인 화학제품의 고기능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에서 과거에는 기술적인 한계에 봉착했을 때 조립 또는 부품 메이커 자신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오늘날에는 소재의 혁신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이 많이 존재한다. 재료의 혁신을 통해서만이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고성장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원료·에너지 비용 급등을 흡수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5년 1월 화학부문을 Lanxess로 분리한 후 의약, 농약, 고기능 소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Bayer 역시 고성장 사업 분야로의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수익이 급증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DuPont이나 Bayer과 같은 기업은 더 이상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보다는 신제품 출시 시점 또는 기술의 발빠른 사업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대체재 및 에너지절감 신사업 추진 = 글로벌 화학기업들 중 일부는 고유가 장기화를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 동안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던 대체 원료를 활용한 화학 제품 또는 대체 연료가 유가 상승에 따라 경쟁력을 갖춰 시장 확대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uPont은 최근 식물 기반 화학제품의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제품이 '소로나'라는 플라스틱 및 섬유 제품이다. DuPont은 옥수수 원료의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이 친환경 제품의 용도와 시장을 크게 확대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생산 설비의 확대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섬유제품 메이커와 제휴 또는 라이센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가공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이들 업체에 허가함으로써 자사 제품에 대한 용도를 확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DuPont은 또 대체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화학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바이오 연료의 사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DuPont BioFuels'라는 사업 조직을 새로이 신설하고 자사내 관련 기술을 집약화함으로써 장기적인 유망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 서둘러야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고유가는 분명 세계 화학산업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 변화다. 하지만 구미 화학기업들은 19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구조 재편, 신공정 개발 등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물론 1980년대 중반 이후 저유가 기조가 정착되면서 이러한 노력들은 그 의미가 일부 퇴색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 현재까지도 '원료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업'은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 사업 전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화학기업들은 구미 기업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과 저유가에 기반을 두고 지금껏 성장해 온 국내 화학기업들로서는 현재와 같은 구조적인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는 자세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단기적인 대응책 수준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역간 경계가 무너지고 글로벌 경쟁 시대에 접어든 세계 화학산업에서 국내 화학기업들 역시 고유가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 없이는 기업의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송효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서울대학원 화학공학과 석사
2002년 : 애널리스트(제약, 바이오업종), 동부증권
2003년~현재 : 컨설턴트(화학전략그룹),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리 = 송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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