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공급, 막연한 불안감 사로잡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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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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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석유 공급 위기, 현실화되나'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석유 공급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유가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가?'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면서 '석유 수요'에 모아졌던 세계 석유 전문가들의 관심은 이제 '석유 공급'으로 옮아 가고 있다. 중국, 미국을 필두로 석유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유한 자원인 석유 공급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고유가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고유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유가 하락을 초래할 요인을 찾는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석유 산업과 국제 유가를 보는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에는 각종 언론을 통해 미국-이란의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제3차 Oil-Shock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심심찮게 접해볼 수 있게 되었다.


석유 공급 부족 이슈의 부상 배경

석유 수요와 석유 생산 능력간의 격차 축소 = 최근 석유 공급 부족 이슈가 부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하게는 세계 석유 수요와 석유 생산 능력 간의 격차가 크게 축소 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78%를 보유하고 있는 OPEC의 잉여 생산 능력은(생산 능력-실제 생산량) 세계 석유의 공급 대응력을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그런데 세계 석유 수요 대비 OPEC의 잉여 생산 능력 비중이 1980년대에는 평균 10%, 1990년대에는 4%를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2%까지 하락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계 석유 수요 대비 OPEC의 잉여 생산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 보다는, OPEC이 생산 능력 대비 충분한 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여전히 상승 궤도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 OPEC의 잉여 생산 능력 감소는 곧 유가 하락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OPEC이 충분히 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세계 석유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석유 생산 대비 신규 확보 매장량 감소 = 또한 석유 생산 대비 신규 확보 매장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공급 불안 우려를 가중 시키고 있다. OPEC을 제외한 주요 석유 기업이 석유 생산의 대부분을 의존해온 북해, 멕시코만 및 알래스카 지역의 생산량이 이미 1970년대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로 돌아선 반면, 최근 자원 보유 국가의 입김이 거세어 지면서 이들 기업이 적정한 신규 투자처를 찾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설사 신규 유전을 확보한다 해도 유전 개발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투자가 적기에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 공급 부족 이슈의 실체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인해 또 한번 Oil Shock를 경험하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일시적으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상회하게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간 석유 공급 부족이 지속되어 세계 경제가 재앙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지질연구소(USGC: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석유궁극가채매장량(Ultimate Recoverable Conventional Oil)은 3조배럴이며, 현재까지 생산, 소비된 매장량은 약 1조배럴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각종 대체자원의 경제성 확보로 석유 자원의 채굴 가능 매장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최근 석유 공급 부족 이슈의 본질은 '자원의 절대적인 부족'이라기 보다는 석유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초래되고 있는 '불확실성'에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석유 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던 석유 산업의 주도권은 1970년대에 OPEC으로 이양되었다가 저유가 시대를 지나면서 석유메이저와 OPEC, 그리고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국영석유기업이 상대적인 세력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석유 수요 증가로 비OPEC의 석유 공급량이 그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 균형은 깨어지고 OPEC의 영향력이 재차 강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세계 석유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OPEC의 석유 공급이 2010~2015년 경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석유 메이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7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자원 무기화 현상을 겪은 현재, 전체 석유 매장량 중 석유 메이저의 접근 가능 매장량은 1960년대 85%에서 16%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OPEC의 경우 풍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현재 현재 일산 3000억배럴인 석유 생산량을 2020년에는 5200만배럴로 5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 공급 중 OPEC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5년 39.8%에서 2025년 48.0%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 석유파동과 최근 급격한 유가 상승은 세계 각국의 자원무기화를 가속시켰으며, 세계 석유 산업은 석유 매장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에 재봉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한 OPEC의 영향력 증대는 OPEC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리며 석유 공급 불안 우려를 증폭시키는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 불안을 완화시켜주는 두 가지 요인

하지만 절대적 자원 부족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는 석유 공급 부족 우려에 대한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OPEC의 영향력 증가가 절대적인 자원 부족 문제와는 별개로 원활한 석유 공급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장기 석유 수급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공급 측면 : 비일반석유(Unconventional Petroleum)의 보급 = 먼저 비일반석유의 높은 경제성과 성공적 상업화 진행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유 대체 자원'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원자력, 수력, 풍력, 그리고 최근 들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천연가스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자원은 비일반 석유(Unconventional Petroleum)이다. 비일반 석유는 합성 원유(Synthetic Crude), 합성 연료(Synthetic Fuel), 재생 연료(Renewable Energy)를 통칭한다. 합성 원유란 Oil Sand, Shale Oil이라 불리는 모래, 점토, 중질 원유의 혼합물을 가공하여 원유를 생산하는 것을 말하며, 최근 Oil Sand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는 이미 과거 골드 러시를 연상케 하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쉐브론, 쉘 등 석유 메이저들이 과거 리스크가 높은 '개발 및 탐사' 비즈니스에서 석유 '제조' 비즈니스로 돌아서면서 공격적으로 신규 투자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아우디의 경주용 차량 R10의 미국 르망 레이스 우승은 석유 산업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크다. R10은 경주용 차로서는 최초로 디젤 엔진을 장착, 우승함으로써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만, 정작 R10이 경기에 사용한 디젤이 일반 디젤이 아닌 합성연료(GTL;Gas-To-Liquid, CTL;Coal-To-Liquid, BTL;Biomass-To-Liquid 방식으로 생산한 석유 제품)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재생 연료라 불리는 바이오디젤과 에탄올의 급격한 보급도 대체자원을 통한 석유 보급이 단순히 '가능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재생 연료는 농작물(콩,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물질(에탄올, 메탄올)을 수송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것으로 그 자체로 연료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솔린(에탄올) 및 디젤 첨가물(메탄올)로 사용되고 있다. 통상 일반 석유 제품 대비 제조 원가가 높고(기존 가솔린 2.28US$/갤론, 에탄올 3.00US$/갤론), 성능 개선이 완벽하지 않은데다 세제 정비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는 있지만 세계 각국은 이미 가솔린(휘발유)과 에탄올의 혼합 제품인 Gasohol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수 있는데다 환경 오염을 3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갈수록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석유 수입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IEA와 EIA에 따르면, 유가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2005년 기준 전체 석유 생산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는 비일반 석유가 2030년 경에는 8~1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측면 : E-Tech의 부상 = 공급 측면에 이어 수요 측면에서는 IT, BT, NT에 이은 ET(Energy Tech)의 부상을 눈여겨볼만 하다. 먼저 석유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 부분의 경우 연료 전지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연구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노면 상태 등에 따라 내장 컴퓨터가 일반 가솔린 엔진을 사용할 것인지, 전기 모터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 대비 60% 이상 연비를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재 차원에서도 부품간 마찰에 의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한 각종 코팅 소재 연구, 차체 경량화 소재 연구, 고온 고압에서도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신규 엔진 소재 연구(구조 세라믹스 등)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상업 및 가정용 수요의 경우 지역난방, 지열 에너지 사용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역 난방은 아파트, 상업용 건물 등에 개별 난방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첨단 오염 방지 설비가 완비된 대규모 설비를 통해 보다 경제적으로 에너지를 생산, 대단위지역에 일괄 공급하는 것으로 개별 난방 및 중앙 난방 대비 약 4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열 에너지의 경우도 뜨거운 물이나 증기가 나오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열펌프 기술의 발달로 어디에서나 이용 가능하게 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열 펌프는 여름에는 건물의 열을 지하로 전달, 보관,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사업기회에 주목해야

1980~90년대와 같이 값싼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2004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석유 자원의 급격한 고갈이나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인한 3차 Oil Shock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일반 석유가 보급되는 동시에 ET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요 절감이 이루어질 경우 OPEC 등 특정 자원 보유국가의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춤으로써 석유 공급 관련 구조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석유 공급 부족 위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힐 필요 또한 없다. 그 보다는 과거 석유 개발 및 정유 기업 등 일부 기업 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에너지 산업이 이제는 보다 많은 기업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각종 에너지 소재 개발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까지 에너지 분야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GE의 경우도 17가지 클린 에너지 사업(재생 에너지, 연료 전지, 차세대 자동차 및 항공 엔진 등)에 진출, 2004년에만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GE의 Ecomagination - Ecology(환경)와 Imagination at Work(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 GE의 슬로건)의 합성어 - 추구는 우리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사의 클린 에너지 사업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는 GE의 적극적인 자세가 지금 우리 기업에게도 절실하다.


정리 = 송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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