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6.06.3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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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태로는 2016년경 포화… 실효적 대안 필요
"국제원자력제휴(GNEP)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지적

우리나라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20여년을 끌어왔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보다 더 큰 문제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처분 후 300년 가량이 지나면 방사능 수치가 안전한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고준위폐기물은 10만년 정도가 지나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방폐장 사업 추진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함께 수용하는 것에서 고준위는 추후 논의키로 했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도 오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난 1978년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전중인 우리나라. 중·저준위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과거 사례를 상기한다면, 더한 위험을 내포한 고준위폐기물의 경우 첫단추를 잘못 끼운다면 그 파장이 어떠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정책의 현재와 미래'라는 토론회가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편집자


 

▲ '반감기 긴 물질'이 문제

토론회의 주최자이자 사회를 맡은 이병석 의원은 "사회적 합의 구조 속에서 공공의 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비록 어렵고 힘든 과정이기는 하지만 투명하게 국민의 공감대를 서서히 확보하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웠다"면서 "원자력정책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의 틀이 국민적 동의 속에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주호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는 새 연료를 원자로에서 약 3년을 태우고 꺼낸 것을 말한다"면서 "고준위폐기물과 관련된 국제적 정책방향이 그간 재처리 후 처분(closed fuel cycle)과 사전처리 없는 직접 처분(once-through fuel cycle) 두가지 방식에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국제관리 방안이 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연료는 원래 우라늄이 100%이지만 타고 남은 연료에는 5% 가량이 다른 물질로 바뀐다. 다른 물질의 1%는 플루토늄으로, 3~4%는 강한 방사능으로, 1% 조금 안되는 양은 반감기가 긴 물질들(초우라늄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강한 방사능은 중·저준위 물질과 같지만, 플루토늄과 반감기가 긴 물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달리, 반감기가 긴 물질들이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지층 깊이 매립헤 인간생활권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길게 해 그 사이에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며, 이것이 심지층(깊은 땅속) 처분의 원리다.


▲ 선진국들의 처분 방법

황주호 교수는 "196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를 시작한 선진국들은 궁극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1980년대부터는 연구 단계를 넘어서 처분장을 확보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직접 처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982년 '핵폐기물정책법'을 제정한 미국은 이 법에 처분에 필요한 비용, 관리, 감독, 사업시행 조직, 일정 등을 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10년내 처분장을 확보하도록 돼 있었으나, 처분장 확보가 늦어지면서 지난 2002년 네바다주 유카산 부지를 처분장으로 확정했다. 아직 이 결정에 반대하는 제소가 있으나 결정이 번복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미국 원자력발전소내 저장수조 용량을 초과한 사용후핵연료들은 원전 부지 내에 건식 저장되고 있다.
재처리 후 처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는 1980년대 후반에 처분장 후보 부지 선정을 위한 정부기구를 가동했다. 4개 부지를 대상으로 주민들과 협상하던 중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하자 후보 부지 선정을 중단하고 의회가 개입, 15년동안의 연구를 거쳐 2006년에 처분방안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올해 '고준위폐기물관리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해외와 국내에서 재처리하고 처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1970년대부터 10년을 주기로 목표를 점검하면서 진행시켜 왔으며, 2000년 '특정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처분 실시주체, 처분비용 확보방안, 처분장 선정방법 등을 내용에 포함시켰다. 일본은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에 저장하고 있으나, 일정 용량 이상의 사용후핵연료를 부지 내에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자체와의 협약 때문에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으로 이송하든지 아니면 별도의 중앙집중식 중간 저장시설로 보내야 한다. 일본은 중간 저장시설을 확보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최근 '무츠'시가 중간 저장시설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는 연방정부와 원자력 최대 사업자인 온타리오 전력회사의 합의에 의해 추진하던 처분 사업을 연방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지난 2002년 '핵연료폐기물법'을 제정했다. 법에 의해 독립기구를 설립하고 기금 감시·감독, 사용후핵연료 장기관리 방안의 진행상황에 대한 주기적 보고체계 등을 정비한 것. 현재 캐나다는 저장용량을 초과한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콘크리트통에 넣어 발전소 부지에 보관중이다.
핀란드는 원자력 프로그램은 작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잘 추진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핀란드는 1983년 정책을 결정한 이후 1990년 후반 네군데 사용후핵연료처분장 후보 부지를 조사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핀란드 의회는 2001년 올킬루오토 지역에 사용후핵연료처분장 건설안에 가결했다. 핀란드 정부는 가결전에 원자력법을 정비해 독립기구 설립, 비용추정, 기금징수와 관리, 담보 설정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 사용후핵연료의 최근 동향

황주호 교수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 보다 적은 부지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미국은 올해 2월 '국제원자력제휴(GNEP : 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직접 처분 방식을 일부 수정했다. 사용후핵연료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감소시켜 중·저준위 수준으로 변환시킨 후 처분하겠다는 '선진 핵연료 주기계획(AFCI : Advanced Fuel Cycle Initiative)'을 일부로 포함시킨 것.
AFCI는 사용후핵연료중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우라늄을 뽑아내 재활용하거나 중·저준위 수준으로 처분하고, 반감기가 긴 방사성물질들과 플루토늄은 고속중성자를 이용하는 원자로(고속로)에서 태워 중·저준위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원자력 개발 초기부터 연구해왔으나 상용 재처리 금지 규정 때문에 오랫동안 규모 확대를 못해왔던 이 기술이 원자력발전을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유카산 처분장 하나로 2100년까지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2010년대 초에 실증을 위한 시설을 건설하고 2020년대 중반에 상용화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GNEP 제휴국들로는 프랑스, 일본, 영국, 러시아 및 일부 유럽 국가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은 AFCI와 유사한 내용을 연구해오고 있어 제휴를 통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일본은 기존 일정을 앞당겨 75만kW의 고속로를 2020년 중반에, 그보다 큰 규모의 고속로는 2040년대 중반에 상용화하도록 변경했다.
프랑스는 GNEP와 발맞춰 2020년대 중반에 고속로를 상용화하도록 했으며,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도 병행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제핵연료사이클센터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 근본적인 대책은?

황주호 교수는 원자력이 국가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안전성, 방사성폐기물의 최소화, 핵비확산성 등 네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이 아무리 기여를 한다고 해도 국민이 싫어하면 도태될 수밖에서 없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과학자들의 믿음과 일반인의 불신 사이에는 쉽게 건널 수 없는 강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갈등은 정보공개, 주민참여, 법과 제도에 의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에 성공한 핀란드와 미국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는 것.
황 교수는 또 "선진국들의 경우 하나같이 법과 제도를 정비해 장기간 방사성폐기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면서 "국민의 신뢰가 사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에서 온다고 했을 때 잘 정비된 법, 제도, 일정 등은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소 핵연료주기기술개발단장은 "미국과 프랑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연구개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일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와 같이 좁은 국토에 고밀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나라는 고준위폐기물을 중·저준위로 바꾸는 핵변환기술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 기술은 민감한 핵물질의 화학적 분리를 요구하므로 투명하게 국제공동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GNEP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폐기물의 지하처분은 엄청난 부지를 필요로 하고 있어, 원자력발전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결국 전국토가 폐기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
황일순 교수는 또 "향후 원자력에너지의 세계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바라볼 때 습식재처리는 핵무기용 플루토늄의 양산에 쓰일 수 있으므로 개발이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사성폐기물정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조석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기획관은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7960톤이 원전 부지 내에 저장중이며, 별도의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 처리·처분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원전별로 임시저장능력을 확충해 관리할 계획"이라며 "각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관리방안을 규율하는 법적·제도적 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중재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문기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정책은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성·사회적 수용성·기술적 타당성·정치외교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법과 제도가 필요하지만 어떤 기관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추진하는지, 일반시민의 참여를 통한 공론화의 쟁점과 단계는 어디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처리돼야 하며, 원자력의 확대보다는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에도 정부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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