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위기는 안보 위기
[기고] 에너지 위기는 안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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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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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 본지 고문,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정책용어가 매력이 있다. 석유자원 자주개발이라는 말도 듣기에 좋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고 자주개발 비율을 높이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한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추진해온 자주개발 목표가 얼마큼 성공하여 고유가 시대 에너지 주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지는 의문이다.


북핵 불감증과 고유가 불감증

북한이 세계적 압력을 비웃듯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야의 하나가 에너지 안보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에너지 외교가 있었고 산자부의 에너지정책 강화가 있었지만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앞에 우리의 에너지 안보가 튼튼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특히 한·미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는 시절이니 유사시 해상 수송로의 안전이 보장될런지 불안하다.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북핵이 미국을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다. 북핵은 남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확실하지만 미국에 대한 위협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에너지 주권이나 자주개발 목표 등 에너지 안보는 북핵문제 해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달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 무려 97%에 달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경제의 주축인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라는 취약점이 북에게는 도발의 유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유가 위기 속의 태평한 삶

정부가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시행령을 공포하여 자주개발 능력을 확충토록 지원하고 비축유의 안정수급 태세를 갖춘 것은 바람직하다. 해외자본개발 기본 계획에 따라 업계의 해외투자를 촉진시키려는 정책의지를 보인 것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고유가 시대를 맞아 우리에게 조그마한 위안이라면 순수 국내 자원인 동해 가스전의 개발, 해외진출 대기업들의 개발수입 등이다. 또한 내수산업으로 출발한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 산업화하여 석유제품 수출이 5대 품목으로 뛰어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일부 긍정적인 뉴스에도 불구하고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무려 667억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엄청난 에너지 소비국이라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수출 주종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이 계속 호조를 유지한다 해도 이들 외화를 에너지 수입에 몽땅 소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장기적인 정책기조로 자주개발 목표를 강력 추진해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도 에너지 위기감을 나눠 갖고 소비 합리화 노력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 직결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을 통해 에너지 빈국의 팔자를 타고 났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하에서 고유가를 극복하는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팔자소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언론에서 고유가 충격을 강조하고 무역업계에서는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고유가를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소비자에게 심각한 충격이 전달되기 이전에 정책적인 충격 흡수가 있었고 소비자들도 가격인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고유가는 에너지 위기의 불감증이라 지적할 수 있다. 마치 북의 미사일과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태평하게 여기는 안보불감증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나 돌발적인 사고로 특정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암흑세계를 체험한 주민들에게 물어보라. 주위가 캄캄해지면 잠시도 불안하여 견딜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우리네 삶이다.

에너지 공급망에 일시적인 비상사태가 돌발하면 나라 전체에 어떤 현상이 빚어지겠는가. 너무나 끔찍하여 차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에너지 안보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므로 에너지 위기 불감증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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