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정책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가름한다
[기고] 에너지 정책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가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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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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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에너지기본법이다.

에너지기본법에는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안정적'이며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수급구조 실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복리향상'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안정적 수급구조, 친환경적 에너지의 생산 및 확대,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실현을 위한 정책, 에너지 관련분야의 통합적 관리, 에너지산업의 시장경쟁 확대 등의 기본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에너지산업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와 국민의 복지를 위해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걸 사람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과연 우리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구조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산업의 시장경쟁 확대'가 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설정된데 대해서는 찬반여부를 떠나, 자원배분의 수단이 정책의 기본원칙으로 기본법에 명시될 수 있는 사안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자원의 특수성과 상관없이 모든 자원에 대해 동일한 배분의 효율성을 부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에너지산업 특히 전력산업에 있어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시장의 실패가 무수히 검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법에 이를 정책의 원칙으로 명시했다는 것은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사실상 절반은 포기했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이나 캐나다 등 규제완화를 일부 추진했던 지역에서조차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해 재 규제가 도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미 등지에서는 아예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에너지정책이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산업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이나 법적, 제도적 기반도 구축하지 않은 채 시장경쟁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도외시하는 정책방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한미 FTA가 타결되었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를 무대로 에너지 패권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었다.

강대국과의 경제통합에서는 약소국-강소국이라 하더라도-의 정책은 강대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강대국의 정책은 곧바로 약소국의 경제 전반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에너지산업의 시장 경쟁 확대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정책이 세계를 상대로 소위 무력전쟁도 불사하는 무지막지한 미국의 에너지 자본의 위력 앞에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전력산업계만 하더라도 정부조달부문에서 공기업이 제외됐다 하더라도, 당장 중소기업지원을 비롯한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 제한경쟁 입찰 등 제반 산업정책들이 한미 FTA로 인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우체국 택배문제로 미국 UPS사의 투자자 제소에서 패소한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불공정 관행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내국민 대우나 최혜국대우, 투자관련 조항 등 한미 FTA가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협정 내용이 공개되면 알게 되겠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이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에너지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산업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에너지산업의 안정적 수급구조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이제 경우 유치산업 수준을 벗어난 국내 전력설비 산업, 에너지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서도 철저한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1만여 개가 넘는 영세한 전기공사업체가 과연 개방경제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대책도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거의 한전에 의해 키워지다시피 한 중전기기 업체들이 GE나 WH같은 거대 미국자본과 기술에 맞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런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재앙 등의 에너지 문제가 전 지구적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더하여 에너지 시장의 개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시점에,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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