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金剛山)에서 바라본 남북의 전력(電力)
금강산(金剛山)에서 바라본 남북의 전력(電力)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7.09.07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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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래 10년… 연이은 긴장·경탄, 미래를 고민할 때
낮은 품질과 정전, "남측 정부가 나서면 안됩네까?"

북한에 대한 200만kW 전력공급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은지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당시에는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오는 10월2일부터 4일까지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기간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들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진행중이다.

기자가 이번에 금강산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묵고 있던 호텔이 상당 시간 정전이 되는 등 북한의 어려운 전력 사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지난 4일부터 전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김주영) 주관 하에 2박3일간 이뤄진 '전력전문기자단 초청 금강산 연수' 활동을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금강산 가는 길

첫 금강산행, 그보다는 첫 방북이라는 생각에 몸속에서 요동치던 설레임과 떨림. 그것은 서울을 떠나 현대아산휴게소에 이르기까지 3시간여 동안 몸담고 있던 차의 떨림과 비례해 점점 더 커져갔다.

이어 그곳에서 몇분 여를 가자 모습을 드러낸 남측출입사무소(CIQ)에서 북으로 가기 위한 수속을 마쳤고, 또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한반도에서 비무장지대(DMZ)가 창문 양쪽으로 일행을 맞았다.

'인간의 손길이 가장 미치지 않는 곳 중 하나라는, 그리고 분단과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상념도 잠시, 상행선 왼편에 자그맣게 세워져 있는 군사분계선 표시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남북한간의 육로가 열리는 시간을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하는 특성상, 일정은 그리 많은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곧이어 맞이한 북측출입사무소(CIQ)에 이르자 처음으로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말을 걸어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도 잠시, 그래선 안된다는 답변이 바로 나왔다. 북한에서만 통용되는 여권을 검사하는 군인도 사진확인차 얼굴을 한차례 힐끔 볼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선도차량을 따라 다시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 달리는 차 안에서 '금강산 관광객들을 동포애적 심정으로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가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금천리와 온정리 마을 사람들. 남한의 60~70년대 풍경이라는 설명이지만 기자가 살아오면서 봐 온 풍경과는 낯선 모습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낯익은 풍경, 남한의 사회단체들 또는 기업들과 함께 협동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명품(名品) 중의 명품들


▲ 장전항(고성항)에서 바라본 천불산


숙소인 금강산호텔(구 금강산려관)에 짐을 풀기 전 잠시 차에서 내린 장전항(고성항). 바다 위에 떠있다는 호텔해금강 옆에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본 만물상 자락의 천불산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금강산 10대 절경중 하나라는 '풍운조화미(風雲造化美)', 즉 예기치 않게 피어나는 구름과 안개속에 일부 가려졌지만 보이는 부분만으로도 내일의 기대를 갖기 충분했다.

다음날 이뤄진 구룡폭포와 상팔담 등반. 금강(金剛)이란 불교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장 단단한 것, 결코 꺾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동서 약 40km, 남북 약 60km, 면적은 약 530㎢, 태백산맥 북부 북한의 강원도 금강군·고성군·통천군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금강산(金剛山)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기자는 그 이름이 참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과 함께 봉래산(蓬萊山), 풍악산(楓嶽山), 개골산(皆骨山) 또는 설봉산(雪峰山)이라는 명칭 뿐만 아니라 요소요소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교나 도교 등에서 비롯되지 않았더라도 능히 그럴만 하겠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금강문을 지나 옥류담, 연주담, 그리고 계곡을 건너기 위한 몇몇 다리를 지나 구룡폭포까지 왕복 약 9km의 길. 땀흘린 후 일품인, 조선시대 세조도 한동안 머물렀다는 온천도 이들 이름에서 따온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금강을 대표하는 승경(勝景)중 하나인 구룡폭포와 구룡연은 폭포에 의해 뚫린 대소 9개의 폭호(瀑壺)가 마치 용이 빠져나간 듯한 모양을 이루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또 폭포의 상류에 있는 8담(潭), 즉 상팔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 외금강 코스의 승경 중 하나인 구룡폭포. 폭포 오른편에 새겨진 '彌勒佛'이라는 문구가 여러모로 기자의 마음을 짓눌렀다.


구룡폭포의 완상(玩賞)을 방해하는 하나, 바로 폭포 옆에 세로로 길게 새겨진 '미륵불(彌勒佛)'이라는 문구로, 관폭정에 새겨진 설명에 의하면 과거 일제시대때 이뤄졌다고 한다. 잊지못할 상처인 것이다.

하산 후 일행을 맞이한 것은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이었다.

관람전 생각은 가끔씩 봐왔던 서커스와 다른 게 있을까 하는 선입견.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단원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나오는 탄성, 우리는 하나에 울컥 하는 심정, 그리고 쉴 새없이 치게 되는 박수에 아픔에 흘리는 눈물, 이렇게 '공연을 보면 세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1시간20여분동안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터져 나오는 쉴새없이 탄성을 자아내고 박수를 치던 기자의 모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다음날, 벌써 예정된 일정의 마지막 날, 일행들은 만물상에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다른 풍경과 바람소리를 시구(詩句)에 담아 노래했던 김삿갓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머물렀다는 제1초대소와 교예단이 머무른다는 제2초대소를 지나 중간 기착지인 주차장까지 오르는 굽이길이 만물상 행을 짐작케 한다.

비록 주봉인 비로봉(1639m)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지만 오르기까지 106개의 굽이를 돌아야 하고, 갖가지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만물상은 금강산의 절정을 이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천선대에서 바라본 만물상 풍경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코스로 천선대(天仙臺)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간에 되돌아와 귀면암(鬼面岩)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기자도 천선대는 다음을 기약하고 귀면암에 머무르면서 북측 안내원들과의 대화로 만족해야 했다.


북한의 어려운 전력사정

앞서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호텔에서조차 정전이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듯 북한의 전력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이번 여정동안 만난 북측 안내원들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남한에 5개의 화력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전 중이라는 것, 제주도와는 해저 케이블로 연계돼 있다는 것 등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알고 있던 이들은 대북 전력지원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남한 내에서도 찬성과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하자,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금강산은 7MW에 이르는 전력설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현대아산측의 장전발전소 설비로,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주요 건물에는 약 2.7MW 가량의 예비용 비상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한측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 건물 관계자도 일정 도중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자체 발전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 자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옥류관 등 약 1.8MW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측은 지난 2004년 12월 금강산 사업 확대를 이유로 한전에 전력공급을 요청했으나, 한전은 비용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즉 배전선로를 이용할 경우는 약 60km에 이르는 장거리(개성공단 경우 남측 15km, 북측 5km 등 총 20km)에 따른 손실 과다로 현실성 저하, 송전선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예상용량이 최대 1만kW 가량에 지나지 않아(송전방식을 이용할 경우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10만kW 필요) 곤란하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전에서는 20MW급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5년 7월12일 발표된 대북 200만kW 전력공급에 대해서도 한전은 조심스런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한전은 현재 교류연계 방식과 직류연계 방식 2가지를 놓고 검토중으로, 이행될 경우 공사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교류 1조5500억원, 직류 1조7200억원) 전력조류의 제어가 가능하며, 북한에서 계통고장시 파급 차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직류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경제적 부담과 국민 정서 등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기술적인 대책은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남북간의 전력교류는 민족의 동맥을 잇고, 화합을 이룬다는 큰 의미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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