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땀속에 느끼는 세월의 연륜
[독자투고] 땀속에 느끼는 세월의 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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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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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호 / 한국전력거래소 정보기술처 직원
이 글은 지난 11월21일 한국전력거래소 정보기술처 김성학 처장을 비롯한 9명이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서울시립 영보노인요양원'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후, 활동에 참여했던 정선호 씨가 보내온 글이다. 편집자


새벽에 내린 눈이 대지를 하얗게 덮어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빙판길이 염려된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하여 도로에 눈은 모두 녹아 내려 다행이다.

좁은 국도를 달려 요양원 입구에 도착하자 '서울시립 영보노인요양원'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요양원이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어 멀리 용인에 자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양원에 도착하니 관계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고 요양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주셨다. 김성학 정보기술처장님도 한국전력거래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드리고 준비한 후원금을 전달해 드렸다. 특히 이번에 준비한 후원금은 정보기술처가 회사로부터 받은 상금을 모아서 마련한 것이라서 더욱 뜻 깊고 의미 있게 쓰이는 것 같아 흐뭇했다.

요양원에는 국민기초 생활대상자로 만 65세 이상인 할머니 100여분이 생활하시며 평균 연령이 77세라고 설명해 주셨다. 할머니들이 생활하기에 불편 없게 넉넉하고 건물규모도 크고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규모가 크다보니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 또한 필요한 곳이 많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중환자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기는 일과 식탁청소, 복도 바닥청소 및 유리창 청소 등의 일이었다. 2층 중환자실의 할머니들을 병문안 드렸다. 연세가 93세이신 한 할머니께서 우리를 반겨주신다고 '아리랑'을 멋지게 불러주셨다. 할머니의 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깊게 패인 주름과 안면에 펴져있는 검버섯에 고단한 세월의 흐름과 연륜이 느껴진다.

거실 유리창 청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노력봉사를 시작하였다. 차가운 바깥공기가 들어오는데도 거실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 추울텐데 들어가시라고 해도 괜찮다며 끝까지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할머니들은 한겨울의 추위보다도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더 필요하신 것 같았다.

겨울날씨처럼 눈도 오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노력 봉사활동을 하면서 몸에 열이 난다. 작은 일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건물밖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데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였다.

청소를 모두 끝내고 할머니들께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할머니 한분이 담배 한 갑을 꺼내서 선물로 주셨다. 무척이나 아끼셔서 과자나 음식 등 다른 무엇과도 바꾸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시는 물건이라고 관계자분들이 귀띔한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오히려 우리일행이 봉사활동을 통하여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할머님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가득 받아가는 것 같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수녀님과 요양원분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요양원에서 우리들을 맞이 해주신 분들, 자원봉사자들 얼굴을 보니 너무 밝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얼굴표정이 살아있으며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계셨다. 매일 즐겁게 선행과 행복을 베풀며 살아가시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져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큰 규모의 시설에서 우리가 너무 작은 일만 하고 간 것 같아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와서 보다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해보는 걸레질과 유리창 닦는 일들이 처음에는 힘도 들었지만 좋은 일을 하였다는 뿌듯한 마음과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할머니들의 따뜻한 눈길이 가슴에 느껴져서인지 차가운 바람속에서도 가슴이 훈훈하다. 봉사활동은 남을 돕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슴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막연한 행복감이 온몸에 감싸오는 것이 느껴진다. 봉사활동의 참맛을 몸소 느꼈던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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