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분할 중단은 사필귀정
배전분할 중단은 사필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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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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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 김주영 전력노조위원장
"Power(전력)는 Power(권력)"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 모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의 의미는 경우에 따라 달리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력산업이 국민의 재산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확인하는 말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주도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당시 전력난 사태로 주 정부의 재정이 파탄 나게 됐고, 이로 말미암아 데이비드 주지사가 주민소환으로 실각하였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구조개편으로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폭등하자 결국 6개월 만에 전면 중단하였지만, 이브스 주 수상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Power=Power’ 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가부도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결정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그 출발부터 모순이 있었다. 소위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으로 한국전력의 발전과 배전부문을 분할하여 매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정부가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 내세우는 목적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는 IMF를 내세운 외국자본의 압력에 의한 전력산업의 해외매각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해왔다.  구조개편을 추진해야하는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외채를 갚기 위해서’, ‘한전이 빚이 많아서’, ‘한전의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어서’ 등 상황이 바뀔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해왔다.

2003년 9월부터 금년 4월까지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 산하에 ‘합리적인 전력망산업 개혁방안’을 위한 노정간의 공동연구단이 구성되었다. 연구단은 국내외 전문가 토론, 국내 전력산업 현장 방문, 해외 9개국 32개 기관의 현지조사 등을 거쳐 지난 5월 30일, 마침내 배전분할은 전력공급의 불안, 전기요금의 인상 등 예상되는 위험이 크고 기대되는 편익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배전분할 중단을 권고하였던 것이다.

한전의 발전과 배전부문을 분할하여 경쟁을 도입한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닌 것이다. 적어도 전력산업의 효율성향상과 전기요금의 안정을 통한 국민경제 차원의 선순환 구조, 그리고 전력공급의 안정성 확보 등 국가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이 정책적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급진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강행하였던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정책추진과정을 살펴보면 극소수 그룹의 이해관계가 있는 교수와 관료 들이 구조개편을 주도하면서, 전문가와 전력산업의 종사자, 나아가 국민의 여론은 철저히 무시한 채 강행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연구단의 배전분할 중단 결정은 잘못된 정부정책을 바로잡고 전력산업의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보다 더 확실히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최근 외국의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사가 한국전력의 신용등급을 국가등급보다 높게 평가하였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번 평가의 결과는 아이러니 하게도 한전의 배전분할 중단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배전분할이 바로 불확실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제기하였던 배전분할의 문제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동안 전력노동자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전기는 물과 공기, 그리고 햇빛과 같이 생존의 필수적 조건이고 인권의 보루이다. 적어도 ‘시장’과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될 지고의 가치인 인간의 기본권인 것이다.

우리사회가 보다 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위해서는 전력산업이 공공의 재산으로서 공공적 규제와 공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익산업으로 더욱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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