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15] 국내 기름값과 환율
[제언-15] 국내 기름값과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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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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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 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9월에 10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들어 1200원대를 넘어 1400원 가까이 상승하자 국제유가가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기름값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금년 들어 세계적으로 기름값이 최고가격 대비 2/3수준 이하로 떨어졌다는데 더 부담해야 하니 불만이고, 정유사들로서도 환율 변동 분을 소비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한다는 비난에 난처한 상황이다.

국내 기름값과 환율이 이처럼 소위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는 때때로 있어왔다. 특히 우리 환율제도가 1997년 12월부터 완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하여 환율이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됨에 따라 기름값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과거 기름값과 관련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율 변동 때문에 정유사, 소비자, 정부가 겪었던 고충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980년대 중반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함께 계속해서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당시는 OPEC이 정한 기준유가와 예상 환율에 따라 국내 석유가격을 결정하고 그 차액은 석유사업기금(현 에너지자원특별회계의 전신)으로 환수하여 정유사에 과다 이윤이 발생치 않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기금 부과액 결정시 미처 반영되지 아니한 대규모의 환차익이 정유사에 발생하였다. 따라서 회계연도 말에 정부가 정유사의 경영실적을 가지고 소위 '사후정산'을 하여 환차익을 추가적으로 재정에 환수하였다. 그러다 보니 정유사가 1년 내내 사업을 하면서도 손익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정산 결과 적자로 전환하는 불확실성에 노출되었다.(정유사 부담)

1990년 걸프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름 값을 인상하지 않고 석유사업기금으로 보전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10여 개월 지속됨에 따라 기금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재원이 바닥이 나 1991. 2월 전쟁이 끝난 후 1조원 이상을 정부가 정유사에 지급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을 인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기준 환율이 문제였다. 다행히 국제유가는 안정이 되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당시 환율로 국내 기름 값을 책정하면 또다시 정유사에 손실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이에 따라 가격 고시 당시인 710원/$보다 10원 높은 720원/$으로 기준 환율을 정하고 국내 기름 값을 결정하였다. 얼마 안 되서 실제 환율이 기준 환율보다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환율을 우선 반영했다는 여론의 질타는 피할 수 없었다.(소비자 부담)

석유사업기금은 시행 당시인 1970년대 말부터 수입 석유에 대해 달러화 표시 기준으로 징수하였다. 그러나 국내 기름 값이 자유화되면서 석유사업기금이 가격완충 기능보다는 석유비축,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사업 자금으로서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달러 표시로 기금을 징수하다 보니 기금의 조성 규모가 환율 변동에 따라 들쑥날쑥한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매년 예산으로 사업을 확정하였으나, 조성 금액이 과다하거나 부족한 현상이 거듭됨에 따라 사업 시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2000년대 들어와 불가피하게 원화표시로 징수 방법을 바꾸게 되었다.(정부 부담)

이러저런 문제 때문에 결국은 국내 기름 값이 자유화되었지만, 소비자들로서는 기름이 쌀, 라면과 같은 식료품처럼 일정량을 비축해서 가격 변동을 당분간 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니 가격이 오를 때마다 큰 불만이다.

그러나 원유도입량도 막대하고 석유제품 교역 규모도 느는 데 전시나 국제적인 석유수급 차질이 발생하는 비상 상황이 아니고는 정부가 기름값을 다시 직접 관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도입하는 원유가 연간 8억배럴 정도이고 배럴당 100달러라면 연간 원유 도입비용이 800억달러(80조)인데 환율이 10%만 상승해도 8조의 부담이 추가적으로 생기는데 이를 재정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기름값의 적정성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석유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발생하도록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정유사의 가격 결정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공정 당국과 소비자의 감시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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