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전, 태풍의 눈으로 진입하다
[초점] 한전, 태풍의 눈으로 진입하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9.01.02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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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조직개편, 내외부 주시속 행보 시작
1조6318억원 상당 자구노력… 우려도 존재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공공기관 선진화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없는 사장은 떠나라”고까지 압박할 만큼 현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은 이전 어느 정부보다 부정적인 듯하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공공기관들은 속속 자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부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국내 대표 공기업이자 그 파급력이 막대한 한국전력의 구조조정 방안과 내·외부의 반응을 짚어본다. 편집자


조직개편(안)의 내용


한국전력은 지난해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사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전사 조직개편(안)’은 전국 26개 1차사업소를 13개로 50% 축소하고, 본사도 처(실) 13%, 팀 21%를 감축하는 한편 총 정원 2만1734명인 인원도 2012년까지 11.1%인 20420명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컨설팅기업인 엑센츄어에서 수행한 ‘Profit Center로의 전환을 위한 조직운영 혁신방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내·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됐으며, 올해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한전에 조직과 운영시스템에 있어서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또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배전사업소에만 도입돼 있는 독립사업부제를 송변전까지 포함해 송전·배전·판매 등 사업소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형 독립사업부제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대고객 서비스수준의 획기적 향상뿐만 아니라 사업부간 효율경쟁 정착으로 명실상부한 자율책임경영을 정착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직개편(안)은 준비작업을 거쳐 오는 3~4월경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외 바뀌는 현상


조직개편과 함께 직급체계 단순화와 인사제도 개혁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7개(1~7직급)로 운영되고 있는 직급체계를 5개(1~5직급)로 단순화하고, 상위직급에 사무·발전·송변전·배전·토건·발전·원자력 등 7개로 구분돼 있는 직군분류도 사무·기술·토건 등 3개로 통합한다.

아울러 능력 위주의 승격·보직관리 체계정착 등을 통해 Profit Center에 걸맞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인사제도 개혁도 추진하고, 수익성지표 확대 등을 통해 사업부에 대한 성과분석 및 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6시그마 중심으로 전사 혁신활동을 통합하는 등 업무수행 방식의 변화를 통해 조직개편으로 인한 경영효율성 향상효과를 배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10월29일 한전 및 자회사 간부직원들이 자진해 2008년 임금인상분을 100% 반납하기로 한데 이어 일반직원들도 노사합의로 회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 차원에서 임금인상분의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전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 반납금액은 약 290억원에 이르며, 한전은 이 금액을 고용안정재원을 조성해 활용할 예정이다.

총 1조6318억원에 이르는 자구노력을 진행중인 한전은 그러나 정부의 청년실업해소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은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


한편 일각에서는 부사장 제도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에는 사장 외에 부사장과 5명의 전무 등 7명의 사내 상임이사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부사장과 전무 4명이 갑작스레 물러난 이후 현재 진행중인 상임이사 공모는 4명만을 한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과거 부사장이 겸임하던 상임이사를 감사위원이 대신하는 것으로 직제규정이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사장 제도 폐지 또는 전무 1명이 이를 대신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한 처에 수 명이 처장으로 호칭되는 경우도 보이고 있다. 즉 전에는 단순하게 1직급이 처장 또는 실장, 2직급이 실장 또는 부처장, 3직급이 부장, 4직급이 과장 등으로 명칭됐으나, 현재는 급여는 동결된 상태에서 1직급 처장(과거 1직급은 ‘1직급 갑’, 2직급은 ‘1직급 을’로 변화), 2직급 부장(과거 3직급 부장), 3직급 차장(과거 4직급 과장), 4직급 과장으로 변화됐다.

이와 관련 내부에서는 고위직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pool)을 확대함과 동시에 고위직 인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위직 인사시 활용가능한 인력 대상을 늘리는 한편, 연공서열에서 벗어난 인사를 통해 상당수 인력을 용퇴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쌍수 사장이 과거 “한전에는 1직급만 되도 워드 프로세서를 활용할 지 모른다”고 발언을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뒤숭숭한 내부 반응


이같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관련 용역수행 초기 노조로부터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고객중심적인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양측의 적극적인 대화로 큰 마찰 없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한전은 설명하고 있다.

전력노조 관계자도 “현재 상황에서 이 방안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큰 틀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안이 합의되기까지 노사 양측은 4:4로 이뤄진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의를 진행해왔다. 노조측에 따르면 크게 3개 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노사 양측 모두 일정부문 양보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은 합의에 이르렀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원만치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전 직원들은 지난해 8월27일 김쌍수 사장이 취임한 이후 행보를 주시해오고 있다. 김 사장은 민간출신에 대기업 부회장 출신이라는 지금껏 전례를 찾기힘든 경력, 그리고 ‘추진력’·‘구조조정 전도사’라는 수식어도 함께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그 ‘칼’을 언제 어떻게 빼드느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번 조직개편이 그 행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예년같으면 한창 진행되고 있을 승격심사도 잠잠한 상태이며, 승격인원도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측에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폐지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부서 직원, 그리고 흡수통합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송전분야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위기속에 공기업들에 향해지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도 부담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자칫 ‘이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조직 이기주의’라는 더 큰 악답이 되돌아올 수 있어 가슴으로만 앓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조직의 장이 일부 모습을 전체로 간주,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책무중 하나는 외부의 충격을 국민에 앞서 흡수하는 이른바 ‘최후의 방어자’ 역할”이라며 “그러나 갈수록 이같은 책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직개편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전력산업 전체의 방향”이라며 “한전의 지난 역사와 역량을 볼 때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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