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밀릴 수도 없고 밀려서도 안된다”
“더이상 밀릴 수도 없고 밀려서도 안된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9.01.1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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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갈라치기’, 현안과 사회분위기속 고민중
현재 노·사·정은 ‘따로 국밥’… 일방통행 안돼

[인터뷰] 김주영 /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전력노동조합 역사상 최초 3연임까지 성공한 김주영 위원장. 그러나 그의 모습은 밝아보이지 않았다.
안팎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지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눈꺼풀도 떨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한 해는 타의에 의해 힘 한 번 못쓰고 지나간 시간 같다. 민영화라는 괴물과 싸우다 보니 힘들었다. 정부의 갈라치기에 당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부의 정책, 특히 추진방향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노·사·정이 유기적 관계가 아닌 ‘따로 국밥’ 같다는 얘기도 전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전력 조직개편 등으로 어수선했던 지난해 12월15일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편집자


- 2008년을 정리한다면.

▲ 2008년은 노동조합이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지난 것 같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에는 ‘공기업 민영화’는 괴물과 싸웠고, 이후에는 ‘공기업 선진화’로 우회하다보니 노조들도 처음에는 힘을 모으다가 각자 대처하기에도 힘이 모자랐다.

정부의 ‘갈라치기’ 전략에 당한 것 같다. 하지만 이로써 ‘산별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절감하게 됐다.

또한 노사간 대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사회가 바로 가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마치 ‘따로 국밥’과 같은 형국이었다.


- 현재 한전을 비롯한 전력계, 그리고 노동계에는 여러 현안들이 있다. 어떻게 풀어나갈 예정인지.

▲ 각 사안들마다 다르겠지만 모두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적인 상황이 어려운만큼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00%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예정이다.


- 정년연장 문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 당장은 내년(2009년) 3월 퇴직 예정자들이 문제다. 현재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노조ㄱ 수세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사실 정년연장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재 이웃나라인 대만의 경우 65세, 일본내 몇몇 회사들은 70세 등으로 연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청년실업, 구조조정 등과도 연계돼 있어 단정지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외부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고 사측과 단체협약을 통해 슬기롭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야기가 많다.

▲ 처음에는 리모델링이나 가구재배치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예 집을 부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을 말하는데 공기업이 정말 방만하다면 어디가 방만하고, 누구의 책임인지 따지는 것이 순서 아니겠는가.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정부가 말하는 방만경영의 기준도 의심스럽다.

한전이 비록 최대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항상 주된 타겟은 한전이었다. 최근 케너텍 사건 등 일부 바람직하지 않는 사건도 발생했지만, 일부를 전체인 양 확대해석 하면 안된다.

또 한전의 ‘적자’에 대해 말이 많지만 주된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같은 논리는 오히려 민영화가 되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정부에서 주겠다는 7000억원의 전기요금 안정화자금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너무 커서 자세히 볼 수 없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과연 정말 보려고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고, 회계 투명성도 민간기업보다 높은 것이 한전이다.

사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여론으로, 이에는 한전 등 공기업들이 지금까지 하는 일들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유가 있지않나 한다.

위원장으로써 당장이 아니라 후일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는.

▲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은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전을 제대로 보고, 또 조직진단이 제대로 됐었다면 이같은 과정이 없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발전분할로 인해 각종 이자부담, 연료구입비 상승 등 부작용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사·정이 아닌 노사만의 문제로 던져놓고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이 국가 전체적인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이같은 어정쩡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한전도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재탄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2010년경 현실화 될 복수노조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한전의 경우 어떤 분야든 별도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작은 조직은 아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몇몇 복수노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안된다고 본다. 정해진 파이(π)를 분배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복수노조가 사실상 소멸된 상태를 보더라도, 자칫 이름만 갖고 있는 조직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전력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해가기로 내부입장을 정리해놓고 있다.


- 신년계획은 어떠한가.

▲ 더이상 밀릴 수도 없고 밀려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관망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혼자만이 아닌 공동전선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조가 극한의 대치 상태까지 가지 않도록 일방통행을 자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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