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정전 발생 3년, 어떻게 변했나
광역정전 발생 3년, 어떻게 변했나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9.04.1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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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특수성 상존… 정전 예방·복구시간 단축 역점한전으로의 전력계통 통합 필요성 제기 따른 논의 분분

[기획] 제주지역 광역정전 발생 3년 후 점검

최근 일각에서 제주지역의 전력계통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어떻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06년 4월1일 제주도에서 광역정전이 발발한 이후 복구과정에서 지휘계통이 일원화되지 못해 복구시간이 지체됐다는 지적이 보고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일행이 제주지역 전력산업 현장시찰 과정에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는 제주지역이 안고 있는 다른 지역과는 확연이 다른 전력계통의 특수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제주도 광역정전 발발 3년을 맞아 이같은 논란을 제주 현지에서 점검해봤다.
/ 편집자

악몽의 4월1일

한국전력이나 발전사, 한국전력거래소 등 전력관련 기관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에게 2006년 4월1일은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다.

이날의 정전사고 상황을 시간대별로 구성해보면 이렇다.

◆ <10:36:09> 해남-제주간 직류연계선(HVDC) 2번선 고장으로 정지
◆ <10:36:29> 해남-제주간 직류연계선(HVDC) 1번선 제어실패로 정지(155MW 탈락, 주파수 60.0Hz→57.8Hz)
◆ <10:36:29> UFR(저주파수계전기) 부하차단[1~4단계] (주파수 57.8Hz→58.0Hz)
◆ <10:36:32> 제주내연 1호기 Trip (40MW 탈락, 주파수 58.0Hz→57.6Hz 이하)
◆ <10:36:32> UFR(저주파수계전기) 부하차단 5단계 (주파수 회복 불가)
◆ <10:36:36~46> 제주계통 전 발전기 정지 (전계통 정지)

즉 해남변환소 기점 13.4km 지점에서 어선 닻에 의해 해저케이블이 손상돼 고장이 발생했고, 2번 연계선 조류를 1번 연계선로로 절체하는 과정에서 제어실패로 20초 후 정지됐으며, 이로써 계통 주파수가 심하게 저하됨에 따라 제주내연 발전기 역시 출력을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전기 과속도 보호시스템의 오신호에 의해 Trip 되고 말았던 것.

이렇게 겉잡을 수 없이 제주지역 전 계통이 무너지면서 제주지역 25만4000호에는 짧게는 28분부터 길게는 154분까지 정전상황이 이어졌다.

▲ 한국중부발전 제주화력발전소 내에 위치한 한국전력 제주변환소 전경. 왼편에 보이는 닻은 실제 해남-제주간 HVDC에 걸려진 닻이며,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지난 2006년 4월1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과는 관련이 없다.

상존하는 위험

내륙지역은 정전이라는 상황을 경험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또 정전이 되더라도 곧바로 다시 회복되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제주지역은 최근의 예만 들어도 1997년, 1998년, 1999년에 이어 4번의 전계통정전(Break Down)이 발생한 바 있다.

1997년 사고는 인적 실수(HVDC 출력증가 시험중 오조작)로, 1998년 사고는 HVDC 설비테스트중 주파수 상승으로, 1999년 사고는 154kV 고장에 따른 HVDC 변환설비 파급에 따라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제주지역에 다수의 광역정전이 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바로 내륙과는 분리돼 있음에 따른 전력계통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HVDC에 의해 육지와 연계돼 있지만 육지와는 독립적으로 전력계통이 운영되고 있고, HVDC 및 남제주 3·4호기 등 대용량 설비 고장시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높은 무효전력을 요구하는 HVDC의 특성상 발전기 고장이 전압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변환설비 일부 부품의 제작이 중단됐거나 노후화 된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완책은?

2006년 4월1일 광역정전 발생 이후 관계사들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후속조치들을 실행했다.

우선 HVDC 제어회로를 보완하고 신전력설비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제주내연발전기의 과속도 보호장치 알고리즘도 개선했다. 또 저주파수계전기 부하차단 방식도 개선했으며, 자체기동발전들의 점검주기 및 전압조정장치도 강화했다. 아울러 제주계통의 정전복구 모의훈련시스템을 개발하고 훈련을 강화했으며, 급전전화 설치기준과 기능도 강화하는 한편 급전용어 표준화 방안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중인 제2 연계선도 2011년 6월까지 건설하고, 전력그룹사간 협조체제도 강화하며, 서제주변환소·표선변전소·성산-표선 송전선로 등 향후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한 송변전 설비도 적기에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 제주지역 전력계통구성도

제주도 계통 통합 논의

현재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한전 중심으로의 통합 필요성은 왜 나오고 있는 것일까.

바로 위에서 언급됐던 각종 보완책이 실혔됐다 하더라도 또다른 광역정전 발생시 빠른 시간내의 복구가 힘들다는 견해에서 비롯되고 있다.

제주도의 특성상 언제 또다른 광역정전이 발생하지 않을 지 장담할 수 없고, 그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재처럼 한전-한국전력거래소-한국중부발전·한국남부발전 등으로 분리된 상황에서는 복구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휘체계의 혼선에 따른 체계의 일원화 문제다.

물론 예전에도, 지금도 전력거래소가 총괄하게 돼 있지만, 이제는 회사가 엄연히 다른만큼 문제가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전 제주특별지사 관계자는 “분사 전에는 정전시 복구시간이 40분 가량이었으나 2006년 광역정전 당시에는 복구시간이 150분이 넘었다”며 “아무래도 정보공유, 업무협의, 다양한 절차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사실인만큼 통합이 되면 복구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 전기공사업체 대표도 “과거 단일화됐을 때보다 분사후에는 복구절차가 늦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남부발전 남제주화력발전소 관계자는 “현재 각 사에는 정해진 역할이 있고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또 통합된다 하더라도 거치는 지휘계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전과의 정보공유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는 각 루트에 맞게 필요한만큼 보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발전 제주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정전에 대비한 대책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정보공유 문제에 관해서는 발전사도 파악하고 있으면 좋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다 활발하게 교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제주화력 관계자는 한층 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서 한전으로의 통합은 단호히 반대하며,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발전회사간의 통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광역정전 복구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모든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측도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관계자는 “정전복구 시간은 당시 계통상황에 따라 어느 발전기가 빨리 가동해 계통에 병입되느냐에 따라 늦어지거나 빨라진다”며 “소용량 정전일 경우 1시간 이내의 복구가 가능하지만, 대규모 정전일 경우에는 각 발전기들의 특성상 1~2시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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