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리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기자수첩]합리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 유은영 기자
  • apple@energydaily.co.kr
  • 승인 2009.09.0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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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정부산하 연구소에 들렀다가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감사를 받았는데, 공무원도 아닌 근무자들에게 공무원 잣대를 들이대 이것저것 상당한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당하다는 생각에 “그럼 우리도 공무원처럼 공무원 연금도 주고 각종 복지혜택도 그에 맞게 대우해 달라”고 한 마디 했더니 바로 경고조치를 내리더라는 것.

더 황당한 얘기도 있다. 정부기관 공무원의 경우 출장시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비용청구를 해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0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국도를 이용해 몇 시간씩 빙빙 돌아간다는 것.

뜬금없지만 갑자기 축구경기 장면이 떠올랐다. 동시에 정부기관과 정부산하기관에서 오랜 동안 몸담아오다 퇴직을 앞둔 기관장의 푸념도 같이 들려왔다.

이 기관장은 오랜 시간 정부의 일을 하면서 느껴왔던 것을 압축해 표현했다.

“축구 심판을 배구 심판이 보고, 배구 심판을 축구 심판이 보니 비합리적인 일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굳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서 두 경우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아니고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들도 수긍하는 놀이규칙과도 같은 행정적인 조치에 불과한데 왜 저런 얼토당토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리적인 규제가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 더불어 창의와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연중행사인 상부단체 감사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어느 사업단 근무자의 토로는 모든 일에, 특히 정부정책과 관계되는 일에 합리적인 태도가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1년간 의욕에 부풀어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 오다가도 해마다 감사 때만 되면 빈틈없는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차라리 일을 안 하면 이렇게 들볶이지도 않고 편한데….”

공무원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왜 일어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진심으로 뭔가를 추진하고 혁신을 꾀하고 싶다면 우선 마음놓고 일할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일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말이다.

오로지 상사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홈페이지 디자인 하나 가지고 1년을 입찰경쟁을 시킨다면 말이 되는가?

어려울수록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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