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기름값 환원 이후 대책은 없나
<초점>기름값 환원 이후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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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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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고민 심각'‘ℓ당 100원 한시인하’ 후유증 커

리터(ℓ)당 100원 기름 값 인하가 오는 7월 6일로 종료됨에 따라 정부와 정유업계가 ‘기름값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싼값에 기름을 더 채워 넣으려는 주유소들이 '기름 사재기'현상 까지 벌어지는 등 ‘기름값 한시 인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24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1920원을 넘어서고 있어 100원 인하조치가 끝나면 일시에 ℓ당 2000원대를 웃도는 ‘기름값 폭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시적인 가격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인상 등 대책을 찾고 있으나 더 이상 꺼낼 카드가 별로 없어 답답하다.

기름값을 한시적으로 낮출 때는 정부의 입김이 좌우했지만 복귀할 시점에선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유업계에 인하시한 연장이나 시차를 두고 환원하는 방안 등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와 정유업계는 기름값 한시 인하가 종료되는 7월 6일 이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에서 심각하게 논의 중으로 알려졌으나 분위기는 좋지 않다는 전언이다.

앞서 정유업계는 지난 15일 지경부 관계자와 정유 4사 관계자들이 모여 석유제품 수급대책회의를 할 당시 지경부 담당자가 할인조치 연장이나 단계적 환원 등 연착륙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직접 나서 “이 정도 기름값을 인하했으면 충분히 고통을 분담한 것 아니냐”면서 가격 인하조치 연장에 쐐기를 박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당시 회의 성격은 GS칼텍스 주유소의 물량공급 부족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한 가운데, 이와 맞물려 내달 6일 할인 종료 기간 전후에 있을지 모를 석유 유통시장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업계에 협조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경부는 이와 별도로 기획재정부와 우선 원유 할당관세를 지금의 3%에서 0%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으며,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는 대부분 종량세(물건의 수량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조세)로 구성된 유류세를 내렸을 때 세수감소 폭이 크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수입관세 인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관세 인하는 난관이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유 수입관세를 내리면 기름값 인하 효과는 적은 데 반해 세수는 수천억 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정유업계는 더 이상 기름값 인하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 3개월 간 인하 조치로 7000억~8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매출액(수출 포함)은 약 88조5684억원으로, 이 중 영업이익은 1조9473억원이었다. 정유사가 석유제품 1ℓ를 팔면 평균 14.1원의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정유사의 입장에선 값을 내린 기름을 팔면 팔수록 손해였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내린 기름을 더 썼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전보다 평균 20% 이상 주문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름값 인하 때문에 정유사들이 2분기 적자를 보게 됐다. 그만큼 했으면 충분히 한 것 아니냐”며 인상 의지를 피력했다.

주유소 공급가를 낮춘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과 달리 카드 사후할인을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카드회사와 계약이 끝나서”라며 인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카드사와 다음 달 6일까지 할인혜택을 주는 걸로 계약해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카드사와 어떤 식으로 계약을 해야 하는 건가. 따라서 기름값을 원상복귀하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갑자기 가격을 올릴 경우 주유소나 소비자가 기름 사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각 주유소가 3개월간 이어진 기름값 인하 종료를 앞두고 앞 다퉈 ‘사재기’를 벌이는 등 다음 달부터 기름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사재기로 인해 GS칼텍스로부터 공급되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주유소들의 민원이 10건가량 접수됐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싼값에 기름을 더 채워 넣으려는 주유소들의 가수요에 더해 국내 2위 GS칼텍스의 생산차질 때문이다.

GS칼텍스는 휘발유 수요가 전년보다 40% 이상 몰리면서 일부 주유소엔 제품공급을 제대로 못하는 사상초유의 일을 겪고 있다. 특히 최첨단 설비로 증설해 시험가동을 끝낸 중질유 공장이 일부 가동을 중단하면서 제품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경부는 15일 정유사 관계자들을 불러 사재기 상황을 점검하고 ‘기름값 연착륙’을 기업들에 요청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기름을 싼값에 사서 비싼값에 팔려고 탱크에 사재기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선 이해가 되지만 향후 판매에서 불법 행위가 있는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유소들은 '기름 사재기'는 오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에서 실제 공급된 물량이 줄었다"며 "이를 주유소들의 상술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주유소업계가 “정유사들이 내수물량을 줄이고 수출물량을 늘렸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기름값 한시 인하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유업계, 주유소들이 내놓는 해법에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석유제품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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