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안전한 원자력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
[E·D칼럼] 안전한 원자력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2.06.21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무환 / POSTECH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 에너지 활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 의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현재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존재하는 한 안전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조치가 실제로 안전한 지에 대한 견해는 모두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원전은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그리고 이는 원자력 산업의 미래에 대한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오늘날 서로가 합의하고 협조하여야 될 원칙이다.

우선, 그 첫번째 원칙은 ‘솔직함’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매우 정교한 장치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기계다. 다시 말해 언제든 고장이 일어날 수 있고, 이 고장은 예기치 않은 결과로 진행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다중의 방호 장치와 엄격한 운전 매뉴얼을 만들어 고장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매뉴얼을 무시하거나, 역사적으로 증명된 자연재해를 경시하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즉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함에 앞서서 발전소 자체가 언제든지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기계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 적합한 설계와 철저한 절차에 의한 운전이 필수라는 사실을 엔지니어뿐 아니라 국민들이 충분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사람이 충분히 안전하게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문에는, 불행히도 후쿠시마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전문가들이 공식적으로 위험한 수준의 쓰나미를 경고했을 뿐 아니라, BWR-MARK1 원자력발전소의 격납용기 체적이 적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사고를 걱정한 많은 논문들도 이미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거나 경시한 결과, 전 인류를 긴장시킨 커다란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후쿠시마 사고는 안전한 원자력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판단이 언제든 반드시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며 필요한 조치들이 충분히 보수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이에 소속된 직원들이 이를 안전하게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회사와 직원들에게 정말 원자력발전소를 사고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심각히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발전소를 운영하고 정비하는 인력은 발전소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첨단에 서 있다. 이 분들이 과연 최상의 정신적·육체적 상태에서 업무에 임하고 있는가? 만일 누구 한 사람이라도 여기에 ‘그렇다’는 답변을 내릴 수 없다면, 이는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항상 스스로 답해보아야 한다. ▶ 안전한 운전과 정비를 위한 적절한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가? ▶ 안전한 운전과 정비를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자질을 충분히 교육 훈련하고 있는가? ▶ 안전한 운전과 정비를 위한 최선의 설비와 부품을 확보하였는가? ▶ 안전한 운전과 정비를 위한 충분한 정비 시간과 준비 기간을 가졌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 기준에서 어느 하나라도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불감증’은 곧 큰 사고로 이어지지만, 특히 원자력발전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에서 멀어져야 하는 분야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즉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원자력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길임과 동시에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원자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이 보다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