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와 고리 1호기 사건의 유사성은…
[기고] 후쿠시마와 고리 1호기 사건의 유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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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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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기 /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직무대행

 
원전 현장 최일선에서 본 현재 모습

2011년 3월10일 이전까지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르네상스의 도래가 회자되고, 우리는 UAE 원전수주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수준을 입증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러한 분위기를 한번에 날려 버리며 원자력발전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싸늘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 지진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가 큰 피해를 입고 발전소 밖으로 방사선이 방출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문제가 이웃나라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방사선의 특성상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과 지난 고리원자력 1호기 은폐사건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게 변화되었다.

사건의 결과와 신문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어 보여지는 장면들을 보면 누구라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현장 최일선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한 노동자로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보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와 고리 1호기 사건의 원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또 다른 하나는 인적 행위에 의한 사건으로 내용과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지만 감성적 판단과 유사한 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는 똑같은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여야 할 것이다.

쌓여갔던 소통의 장벽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원자력발전소는 동경전력 소유의 발전소이다. 후쿠시마 사고처리와 관련하여 많은 난맥상을 보여준 동경전력은 지난 2002년 도쿄스캔들로 불린 ‘원자로 균열 은폐사건’으로 인해 이미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일본 최대의 민영 전력회사이다.

일본은 전력산업을 오래전부터 민영화하였다. 공공재 산업을 민영화, 시장화 한 결과 사업자는 공공재 생산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게 된다. 고효율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최우선이 되어야 할 안전의 문제는 걸림돌처럼 인식이 되기 시작한다. 또한 고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경영진은 조직내 강력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게 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체제는 조직내에 소통의 장벽을 만들어 정보의 공유를 차단하기 시작한다. 안전을 위해 발전소 운영 및 정비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는 유기적인 조직이 되어야 할 원자력발전소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초기 원자로 냉각 지연등과 같이 동경전력의 대응 과정을 보면서 앞의 내용이 가설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고리 1호기 사건은 원자로가 계획예방정비로 정지된 상태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외부전원이 차단되었다. 외부전원 차단시 즉시 가동되어야 할 비상디젤발전기 또한 가동되지 않아 12분간 전원이 상실된 사건이었다. 당시 발전소장과 간부들은 해당사건을 은폐하고 한달여 지나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두 사건의 유사성

후쿠시마 사고와 고리 1호기 은폐사건의 유사성은 무엇일까.

한수원은 동경전력과 달리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 현정부 출범 이후부터 강력한 효율과 경쟁의 광풍을 한몸에 맞아 왔다. 정부는 공기업의 개별 특성은 무시하고 모든 공기업에 일괄적인 수치(가이드라인)를 부여하여 준수하도록 하였다. 또한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경쟁과 효율만능주의 문화를 도입하게 하였다.

이로 인해 1067명의 인력이 감축되고 계획예방정비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가동률, 이용률을 높이는 경쟁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원전의 안전은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은 지난 1977넌 고리 1호기 운전부터 형성되어온 한수원의 안전문화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고리 1호기에서 나타난 것이다. 회사평가, 내부평가, 그리고 개인평가에 얽매여 있었던 발전소 고위간부들은 중대한 판단의 순간에 안전문화에 대한 준수보다는 자신들에 대한 평가와 이후의 있을지도 모를 각종 징계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이렇듯 전혀 다른 두가지 현상의 기저에는 공통의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이다.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원자력발전소의 현장에 수익창출이 우선시 되면서 효율과 경쟁이 전체 원자력발전소 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전, 이윤창출이 목적 아니다

지난 5년간 한수원노동조합은 시장화와 민영화의 폐해와 파국을 예견하며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경영진의 경영 관행을 바꾸어 내기 위해 수많은 정부관계자와 국회의원, 학자, 언론을 만나왔다. 뿐만 아니라 양대 노총 공공기관 노동조합과의 연대활동을 통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회사의 경영진은 정부의 정책임을 들어 난색을 표시할 뿐이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너무나 뼈아픈 경험이었다. 그와 같은 사고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참한 사고의 모습을 보이는 현장사진과 원자력발전소의 위험만을 강조하며 원전 운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보다는, 어떻게 해서 사고가 통제되지 못하고 확대되었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원자력발전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경영진은 운전 중인 23기와 건설 중인 5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 그 본래의 목적은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공재인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경영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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