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원전폐지 정책으로 인해 가구당 전력요금이 매년 약 5%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각 기업과 가계들은 올 겨울 혹한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폐지정책에 따른 현실적 영향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1970년대 에너지 공급 취약성에 대한 우려로 원자력 확대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을 배제하는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원자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였다.
또한 1998년 출범한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녹색당의 연립정부는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2021년까지 폐쇄한다는 골자의 원자력 폐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던 배경에는 슈뢰더 정부 때 반핵을 내세웠던 녹색당이 연정 파트너로 참여했던 것도 있지만, 전력수요 증가가 없어 원전 확대 없이도 전력수요 충당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노천 갈탄과 바이오에너지의 원료인 유채생산량이 풍부하고, 풍력발전 가능 지역이 넓어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기에 유리하다는 것도 탈원전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기민당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등장하면서 불안정한 에너지 가격, 재생에너지 보급 미흡, 화력발전의 감소 필요성, 호의적으로 바뀐 원자력에 대한 국민여론과 산업계의 원전지지 등을 고려해 원전 유지로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2010년 9월 기민당을 중심으로 한 현 보수연정은 운영중인 원전 17기의 가동시한을 평균 12년간 연장하는 합의에 도달하였다.
그러던 중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해 독일은 모든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오는 2022년까지 중단하는 원전폐지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가동시한을 0~7년 연장 운영하고 원전을 폐지하는 셈이 된다.
독일은 총 전력생산 중 23%를 원자력, 17%를 풍력중심의 대체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까지 대체에너지 비율을 40%로 끌어올린다고 하지만 현재 추세로는 불확실하며 전기요금 인상, 가스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및 인근국가인 프랑스로부터 전력구입 등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독일과는 달리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화학, 철강,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주도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대응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원들이 상용화되고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점까지는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