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공기업, 경영혁신 위해
개방적 구조조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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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구조조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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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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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부학장

 
공기업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자본에 의해서 생산·유통 또는 서비스를 공급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사기업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이다. 특히 공기업은 사기업처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고 공익성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공기업이나 사기업이나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경영 효율성은 이윤 창출을 의미하며, 이는 자신의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게 됨을 뜻한다. 이러한 경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경영혁신이다.

몇년전 어느 조찬 모임에서 모 컨설팅 회사 임원의 강연을 들었다. 강의 주제는 로마 제국의 경영법이었다. 이 경영법은 경영 효율성을 이루기 위한 아주 훌륭한 경영혁신 기법 중 하나로,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로마는 기원 전 753년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에 의해 설립되었다. 476년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 용병 오도아케르에 의해,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약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간 대제국이다. 2200년 동안 로마가 지배했던 영토는 북서 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와 게르만(지금의 독일), 이탈리아 반도, 발칸 반도, 지중해 연안의 중동 지역 등이다. 즉, 상당히 광활한 영역을 지배한 셈이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 역사 상 가장 오래 지속된 왕조는 신라 왕조다. 신라의 역사는 통일 신라까지 포함해도 천 년이다. 그 천 년 동안 신라가 가장 넓게 지배한 영역이 대략 대동강 이남 지역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한 발해의 경우 왕조의 지속 기간이 불과 250년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로마는 어떻게 광활한 영토를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지배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강연자는 위대한 로마 역사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로마의 개방성을 제시하였다. 로마가 정복했던 많은 나라 중 하나가 그리스다. 누구나 알다시피 그리스는 서양 문명의 기원을 이룬 나라이자 수많은 유명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를 배출한 민족이다. 비록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불과 얼마 뒤 로마의 모든 교육 시스템은 그리스 식으로 바뀐다. 갈리아와 게르만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거칠고 힘이 센 민족이었다. 로마는 또한 이들을 정복하였지만 곧 로마의 모든 군권은 갈리아와 게르만 족이 장악한다. 상술이 뛰어난 카르타고 인, 기술력이 뛰어난 에트루리아 인 역시 로마에 정복당한 뒤 각각 로마의 상권과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좌지우지했다. 로마는 분명 정복자였지만 로마 제국 안에서는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구분이 무의미했다. 로마에 정복당한 민족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바로 로마 시민이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로마는 지탱할 수 없다'는 강한 주인의식을 가졌다.

이 강연자가 언급한 개방성의 위력은 현재 강력한 경영 혁신과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공기업들이 진지하게 음미해 볼 만하다. 공기업은 경영을 통해 국민과 기업에게 혜택을 주면서도, 이러한 투자의 대가나 비용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위 '외부 효과'가 큰 조직이다. 경영 성과와 기대 효과의 정확한 측정, 조직원들의 성과 평가도 쉽지 않으며, 인센티브를 제공해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 역시 어렵다. 게다가 최고경영자인 CEO와 이사진의 임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혁신의 지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효과적인 경영 혁신을 이루려면 소수의 임원이 혁신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밀어붙이는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전체 조직원들이 혁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혁신의 주체를 자임하는 상향식(bottom-up)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상향식 경영 혁신을 이루기 위하여 공기업 직원들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바로 개방적 구조조정이다. 일단 경직적인 연공서열 위주의 계급 구조 대신 성과 평가와 연계한 차등 성과급 제도부터 확대 운영해야 한다. 또 대(大) 팀 제 도입, 의사결정 단계 축소, 팀장 권한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팀제 운영을 추진하면서 팀장에게 팀원 선발, 팀내 업무 분담, 팀 단위 예산배정 집행권 등을 광범위하게 부여해야 한다. 팀 및 팀원 성과평가 결과를 팀장의 차등성과급 결정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방적 구조조정을 잘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SK그룹이다. SK그룹은 탄력적인 상시 구조조정을 위해 주요 계열사의 조직을 4개 사내 독립 기업제로 개편하고, 임원 직급을 완전히 없앴다. 각 독립 기업 별로 성과 관리, 인력 배치 심지어 필요할 때는 구조조정 권한까지 준다. 대신 각 독립기업 대표에게는 철저히 성과를 평가하고 그 책임도 묻는다. 또 직급과 승진에 얽매여 조직이 경직되고, 임원 수는 많은 데 비해 실무자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원 인사 관리를 직책 중심으로 전환했다. 부장, 상무, 전무 등의 직위를 없애고 관할하는 조직 범위와 권한,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보수 체계와 처우도 개편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중되면서 인력 감축에 의한 구조조정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 혁신을 이루려면 인원 감축보다는 이 같은 개방적 구조조정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혹자는 개방적 구조조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조직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역동적인 조직 구조를 구축할 경우 조직의 위계질서를 약화시켜 경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위기 시 일사불란한 통제와 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성과 중심의 조직 체계 구축은 조직원들의 과열 경쟁과 반발을 불러 더 많은 비용 투입과 방만한 조직 운영이라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이 우려가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방적 구조조정 방안을 시행하기 전에는 다음의 몇 가지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인력 위주의 경영 체제를 지양하고 철저한 시스템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소수의 핵심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체제가 아니라 언제, 누가, 어느 자리에 들어오거나 나가더라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유기적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일사불란한 통제와 조정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전체 경영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스템을 통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영역과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 줄 변화관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거의 모든 공기업이 실질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연공서열제에 익숙한 공기업 조직원이 받을 충격과 성과중심 체제 구축에 따른 지나친 경쟁을 완화하려면 각 과제 별 목표치와 지표별 업적 평가 반영 비율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제시하는 과학적 분석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바뀐 평가체계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발을 억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조직 문화 변경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으므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을 도와주는 직장 내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용접기계 생산업체인 링컨 일렉트릭은 개인별 생산량에 근거한 계량적 평가 기준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다. 정기 급여보다 많은 연말 성과급 역시 개인별 평가에 따라 분배한다. 이 회사는 철저한 성과중심 보상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성과 중심 체계가 가져올 수 있는 과열 경쟁을 완화하고 직원들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셋째, 핵심 인력을 풍부하게 보유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우수한 외부 인력을 끌어오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기업의 비전 과 전략을 오랫동안 숙지해 온 인력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다. 철저한 인재관리로 소문난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 맨, 삼성생명 맨, 삼성중공업 맨이 없다. 어느 회사에 근무하건 '삼성 맨'일 뿐이다. 삼성에서는 한 회사에서 그룹 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부서 이동 정도로만 여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철저한 공통 교육을 통해 그룹의 인재 상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고, 그룹의 전체적 관점에서 이들을 최적의 자리에 배치하도록 조정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운송 기업인 UPS 역시 직원들이 기업 내 다양한 업무에 순환적으로 종사하도록 한 '크로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이들이 임원에 올랐을 때 기업 전체의 업무 흐름을 꿰뚫어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명한 교수님께서 어느 강연에서 언급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최고의 경영은 방치 경영이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야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조직원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열심히 뛰기 때문이다.' 이는 우스개 소리가 절대 아니다. 로마 제국의 역사와 개방적 구조조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이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를 끄떡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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