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훈 / 전 가톨릭대학교 법학부 교수
원자력의 창조적 미래는 R&D에 있다
함철훈 / 전 가톨릭대학교 법학부 교수
원자력의 창조적 미래는 R&D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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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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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이 시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묻고 싶다. 미래부는 원자력의 미래시계를 몇 시에 맞추었나. 단기목표에 집착한다면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 갈 것이다. 국가나 조직이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하면 미래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맞게 된다."


▲ 기술력 없는 민족의 참상

1990년대 중반, 필자가 한·일 원산대회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사진 한 장과 그 아래 적힌 글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진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사람이 통돼지 바비큐 하듯, 손발이 하늘로 벌려진 채로 새까맣게 그을려져 있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기술력 없는 민족의 참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19세기 말 우리나라는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한 채 일본에게 허무하게 나라를 빼앗긴 적이 있다. 이 또한 기술력 없었던 우리 조상들의 참극이 아니었던가 생각하니 사무치는 슬픔을 억제하기 어렵다. 오늘날 국가간의 기술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원천기술의 개발 없이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 원자력의 비전과 창조적 미래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지만 현재를 낳는 것은 과거보다도 오히려 미래이다. 미래를 외면해온 역사의 귀결은 반복되는 미래로부터의 기습이다. 원자력의 현안 문제를 하나 짚어보자.

우리나라는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시한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도 우라늄 농축 및 포화상태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가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가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삼척동자가 다 알아도 우리가 원천기술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내다보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장기적 안목에서 원자력 연구개발을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기술을 잽싸게 모방해서는 미래를 확보하기 어렵다.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에 매몰되어서도 안된다. 과거의 타성을 버리고 창조적 미래를 위한 원자력의 비전을 수립하고, 한국 고유의 원자력 기술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원자력 연구의 여건 조성과 혁신

오늘날은 과거와는 달리 기술의 발전 속도가 광속으로 빨라지면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기술을 추격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의 시대가 되어 기술개발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생존의 문제로 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의 산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금부터 54년 전인 1959년에 설립된 이후 열악한 여건 하에서도 인재를 길러내고, 한국형 원전 기술자립 등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2009년 말 한국형 원전이 UAE(아랍 에미레이트)에 수출되면서 원자력선진국들의 한국 견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과거의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가와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는 선도적 연구기관으로 거듭거듭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환경과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첫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인력과 재원을 획기적으로 증원하고 확충하여야 한다. 연구인력(전문인력)은 하루 이틀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다양한 연구인력을 확보해 놓아야 하며, 정부는 원자력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원자력 연구개발예산의 배정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배정된 예산은 응용연구보다 기초연구에 집중 투입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구에 대한 감사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나무가 단단하지 알아보기 위해 이를 너무 흔들면 익은 감은 땅에 떨어져 못 먹게 되고 설익은 감만 나무에 매달리는 현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자력 연구개발은 국정의 핵심과제로서 그 특성은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스템 과제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와 같은 국가적 대과제들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권이나 정부조직이 바뀌더라도 원자력연구원의 경영조직이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 유력한 대안은 한국원자력연구원 CEO의 임기가 적어도 10년 이상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과 같이 원장의 임기가 관행상 3년의 단임으로 끝나게 되면 장기적 원자력연구의 성공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경험적 사실에서 보듯 과거 원연이 한국형 원전의 기술자립을 성공시킨 것은 당시 원연 연구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탁월한 능력에 기인한 바 크지만, 이를 주도한 한필순 소장이 거의 10년을 원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일관되게 기술자립을 추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고로 대통령 중임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현행 헌법 개정의 당위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5년 단임제가 장기적 국정운영과 진정한 국가발전에 부적합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셋째, 연구환경의 개선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해 주고, 연구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체계(예를 들면, 정년환원 내지 연장 및 연금확대)의 마련 및 성실한 실패에 재도전의 길을 열어주어 연구에 생동감을 불러 일으켜야 할 것이다.

기원전 로마와 카르타고가 3차례에 걸쳐 싸운 포에니 전쟁의 최종 승리자는 로마였다. 패장을 처벌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준 로마와 패장을 사형에 처한 카르타고. 로마는 세계대제국을 건설했고 카르타고는 멸망의 길을 걸은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 미래부가 할 일

새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이 시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묻고 싶다. 미래부는 원자력의 미래시계를 몇 시에 맞추었나. 단기목표에 집착한다면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 갈 것이다. 국가나 조직이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하면 미래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맞게 된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과거를 탐구하면 미래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로 흐른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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