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희토류' 전쟁… 첨단산업 전초 '군산 비축기지'
[현장 르포] '희토류' 전쟁… 첨단산업 전초 '군산 비축기지'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3.07.05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중 항온항습…2016년 100일분 확보 목표
배병주 팀장 “독자적인 비축기지 운영 필요”

희토류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과 의료기기와 무기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희귀광물로, 35개 희유금속(稀有金屬)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희귀광물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토류 확보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국경없는 전쟁터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희토류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 오는 2016년까지 국내 수요의 60일분인 7만8400톤 9광종을 비축할 수 있는 전용창고가 전북 군산에 마련했다. 현재 크롬, 몰리브덴 등 9광종 2만5704톤 19.5일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중 일정 온도·습도 유지

지난 3일 전문기자단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우리나라 유일하게 희유금속을 비축하는 군산비축기지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을 출발해 비축창고로 출발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 북측에 위치한 비응도 군장산업단지는 서해 갯벌을 메워 대규모 산업단지로 조성됐으며, 우리나라의 무역과 수출을 주도하는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4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 바닷가 옆길을 따라 가다보니 몇몇 공장들이 보였고, 공장들을 지나치자 조달청이 원자재, 전략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세운 대규모 비축기지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비축기지에는 창고마다 희유금속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축창고는 대지면적 4만평, 건축면적은 9260평으로, 희토류를 비축중인 특수창고 2개동과 일반창고 2개동 등으로 나눠져있다.
기자단을 맞이한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기자들을 희토류가 보관중인 창고로 먼저 안내했다. 안내 담당자로 나선 김영호 광물자원공사 광물비축팀장은 특수창고가 보유중인 현황을 소개했다.

"전용창고는 1년 365일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 희토류가 변질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한 김 팀장은" 희토류가 있는 특수창고는 총 2개동으로, 2011년부터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져 비축을 확대해 현재 비축물량이 362톤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동당 면적은 450평 규모로 최대 1000톤의 희토류를 보관할 수 있으며, 2동의 규모를 합치면 900평 2000톤까지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미래 자원확보 전쟁 대비

특수창고 입구로 들어선 순간 무더운 7월의 날씨에도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수창고는 환경에 따라 변질되기 쉬운 희토류, 갈륨, 셀레늄 등을 보관하기 위해 1년 365일 항온항습 유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납품된 희토류 드럼통이 2층, 3층 겹겹이 쌓여 좌우로 가지런히 보관돼 있었다. 높이를 가늠할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천장과 곳곳에 설치된 CCT V카메라가 이곳이 국가 중요시설인 것을 실감나게 했다. 김 탐장에 따르면 희토류는 일반 광물에 비해 온도에 민감해 상온 20~25도와 습도 50%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키 위한 시스템이 운영중이다.

내부엔 이중삼중으로 포장된 희토류 저장드럼 수백개가 질서정연하게 저장돼 있었다. 한 저장드럼의 뚜껑을 열자 하얀 밀가루와 같은 모습이 탄산세륨이 보관돼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밀가루 같아 보이는 그냥 하얀가루 같지만 그 쓰임새를 듣고는 다들 놀라워했다. 또 가격이 수억원도 아닌 수십억원이란 말에 모두들 말로만 듣던 희토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영구자석 성분을 가진 돌 모양의 페로디스프로슘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페로디스프로슘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그다지 크지 않은 입자 모양에도 불구하고 무게감과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 팀장은 “탄산세륨은 반도체와 LCD 연마용 재료로 사용되는 국내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으로, 원재료는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고순도의 탄산세륨을 얻기 위해서는 프랑스 전문기업에서 공정을 거친 것을 수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한해 사용되는 양이 약 1000톤 정도로 광물자원공사는 현재 200톤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입당시 톤당 60억원~90억원 정도였지만 현재 시세는 30억원 정도”라며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선구매와 가격이 비쌀 때 팔수 있는 헷징 등을 통해 탄산세륨과 같은 희토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희토류의 비축량 뿐 아니라 이를 보관할 창고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롭게 1동을 추가로 짓고 미래의 자원확보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산업의 비타민, 희유금속

35개 희유금속(稀有金屬) 중 하나인 희토류는 란탄, 세륨, 이트륨, 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일컫는다.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흔히 얘기할 정도로 국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불가결한 희유금속은 국가별, 시대별로 분류 기준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리튬, 희토류, 니켈 등 35종(56원소)을 희유금속으로 정의한다. 희유금속은 첨단제품(LCD, 휴대폰) 및 녹색산업(2차전지, 그린카)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희유금속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고 지역적 편재성이 크며 경제적으로 추출이 어렵다. 희토류를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2010년 발생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사건으로 자원 민족주의, 자원 무기화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 속에 희유금속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있다. 특히 자원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자원안보를 위한 희유금속 확보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희토류 비축창고를 차례로 시찰한 기자단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이동장소인 일반 광물 비축창고로 발길을 옮겼다.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창고와 창고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공사측이 준비한 차에 올라타고 직접 창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큰 포대자루에 담겨 3층으로 쌓여 길게 늘어서 있는 정체모를 광물이었다. 이 광물의 이름은 페로크륨이다. 김 팀장은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광물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보유량은 2만2455톤으로 내년까지 추가로 확보해 최대 4만톤까지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로크륨은 스테인레스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로 톤당 가격이 희토류에 비해 저렴한 200~250만원 정도지만 한해 소비되는 양이 50만톤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일찍부터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주요 수입국가는 인도, 카자흐스탄 등이다.

광물자원의 시찰은 이어졌다. 희토류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광물도 국내 기계, 철강, 전자산업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임에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 '기지는 임차, 예산은 한정'

동행한 배병주 광물자원공사 광물비축기지 팀장 겸 소장은 “갈수록 광물자원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계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공사가 해야 할 일,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군산 비축기지는 조달청으로부터 임차해 쓰고 있다”면서 “자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 자체의 비축기지가 없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광물자원공사가 독자적인 비축기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바람인 것이다.

시찰을 마친 후에는 광물자원공사의 비축사업 추진현황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김영호 팀장은 “광물자원시장은 대표적인 블랙마켓 시장으로, 선물공시가 되지 않아 적정한 가격에 구매가 쉽지 않다”며 “특히 최근에는 희토류 최대 매장국인 중국이 쿼터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어 광물자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어려움을 피력했다.

이를 타개할만한 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정된 예산으로 원하는 광종을 모두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는 지난해 말 품목별 차등지출을 계획하고, 텅스텐과 희토류를 우선 비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자원공사의 올해 예산은 450억원(순수구매예산) 수준이다. 매년 최소 500억원 이상이 확보돼야 하지만 그마저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