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블랙아웃 사태는 한 숨을 돌린듯하다. 하계 전력수급에서 가장 긴박할 것으로 예측됐던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기간을 무사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기간, 당초 전력경보 4단계인 '경계'(예비전력 100만~200만kW)단계까지 발령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1단계인 '준비'(예비전력 400만~500만kW)단계에서 그쳤다.
이같은 긍정적인 결과는 전력당국과 유관기관, 그리고 국민들의 노력이 함께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하계 전력피크 기간동안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 부처, 그리고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물론 각계 공공기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대대적인 전력 절감 활동을 펼쳤다. 또한 산업계와 국민들 역시 폭염속에서도 전력당국의 조치를 외면하지 않고 따라주었다.
그러나 사실 더 큰 고비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9·15 순환단전도 모두가 숨죽여 지켜봤던 7~8월이 아니라 9월에 발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9월에 접어들자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속에 발전소들이 정비에 들어간 상태에서 늦은 무더위가 찾아왔고, 뒤늦게 각종 대책을 실시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올해에도 기상청 장기예보에 따르면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언제까지 수요감축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언제든 전력위기가 다시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수차례 지적했듯이 이제 전력수급은 여름과 겨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전력수급 위기를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공급 설비 확충에만 나서서는 안될 일이다. 적절한 수요 예측과 공급력 확보, 이를 위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