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에너지 빈곤층 지원 대책 시급하다
[데스크칼럼]에너지 빈곤층 지원 대책 시급하다
  • 송병훈 취재부장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3.08.16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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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기록적인 살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여름의 살인적인 폭염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아열대성 더위가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폭염까지 계속돼 여름나기가 만만찮다.

그나마 경제적 사정이 좀 나은 국민들은 국내외 유명 휴양지로 발길을 돌리며 더위를 피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빈곤층은 이 더위에 마땅히 피할 곳이 없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최근 빈곤층에 대한 여름철 주거환경·냉방·폭염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가구인 173가구의 절반 이상(51%)이 실내온도 30도 이상 찜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집 안 온도가 실외보다 높은 경우도 25%에 달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월 소득이 전혀 없는 54세대(31.2%)를 포함해 월 60만 원 이하 가구가 135세대(78%)로 대부분이었고, 100만 원 이하 26가구(15%), 150만 원 이하 3가구, 200만 원 이하 1가구가 포함됐다.

조사 대상 중 155가구(89.6%)는 선풍기로 냉방을 하고 있었지만 가구원 수에 비해 부족해 불편을 느끼고 있었으며 에어컨 보유가구는 8세대(4.6%)에 그쳤고 7세대(4%)는 방 안에 창문조차 없었다.

특히 조사 대상의 대다수(167명)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141명(81.5%)은 폭염 시 현기증, 근육경직,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사대상 전체 가구 중 67.1%가 독거세대였으며, 이 중 43세대는 폭염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80세 이상 노인 독거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 가운데 42.8%는 폭염경보·주의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대다수 독거노인이 정보의 사각지대 속에서 도움을 받을 길도 모르고 있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웃도는 대한민국에서 에너지 빈곤층이 여름철에는 폭염에, 겨울철에는 지독한 추위에 내몰리면서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인과, 어린이, 저소득층, 만성 질환자다. 더구나 우리라나는 노인비율 특히 독거노인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폭염은 열사병과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건강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땀으로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약해져 있는 노인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요인이다.

그러나 폭염이 모든 노인에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폭염에 따른 사망자 대부분은 누군가 돌봐 줄 사람도 없고, 질병과 장애로 거동까지 불편해 시원한 곳으로 대피하기 어렵고,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령의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령, 질병과 장애, 빈곤, 열악한 주거시설이라는 조건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면 더위는 심각한 건강 위협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전력수급 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폭염’속으로 내모는 것은 국가의 수치다.

따라서 폭염과 한파 등 날씨 때문에 건강상 위협을 받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이제는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냉난방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삶의 필수조건이다.

일상적인 생활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에너지 빈곤문제를 기본권 침해로 인식하고 법적 제도를 마련해 빈곤층에 대한 보편적 에너지공급 의무화를 구체화해야 한다.

광열비를 의료급여 등과 같이 생계 급여에서 분리해 별도로 지원하는 제도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혹한기 예방 대책뿐만 아니라 혹서기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가동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에서 소외되는 에너지빈곤층이 없도록 저소득층의 에너지 소비실태 등 지원을 위한 기초 자료 마련도 시급하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을 지급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폭염 속에서는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도 절실하다. 폭염 속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우리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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