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대접을 위해 지리산 수련원 필요
원로 대접을 위해 지리산 수련원 필요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1.10.08 0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전 사장께 드리는 또 한 번의 제안
▲ 이 혁 재 본지 회장

중국에서 한나라를 세운 이는 다들 알다시피 유방(劉邦)이다. 그는 숙적 항우(項羽)와 오랜 기간에 걸쳐 전쟁을 벌였고 거기서 승리했다. 내가 늘 되새기는 대목은 그가 항우를 물리치고 중원에 통일국가를 실현시킨 후 고향인 패(沛)로 개선하여 한 일이다.

유방은 고향으로 가서 고향 사람들을 모아 놓고 대연회를 개최하였다. 연회가 무르익었을 때 120명의 젊은이들에게 합창을 시키고 자기는 춤을 추었다. 그는 스스로 악기를 들고 즉흥시를 읊었다.

“큰바람이 일고 구름은 높이 날아가네. 위엄을 천하에 떨친 후에 고향에 돌아왔네. 내 어찌 용맹한 인재를 얻어 사방을 지키지 않을소냐.”
(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鄕, 安得猛士兮守四方)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음미하는 부분은 바로 유방이 다른 사람 아닌 고향 어른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는 대목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고향 어른들을 받들고 대접하는 데 조금의 소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원로를 대접하는 일은 비단 중국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 시대에 왕이 지방으로 순행하면 그곳의 원로들을 위한 주연을 베풀었다고 한다.

원로에게는 경륜과 지혜가 있다. 그것을 아랫사람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태도는 비록 황제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백성을 편히 만드는 황제이기에 더욱 더 원로를 받드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한전의 간부 직원들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그렇다면 한전의 정년퇴직자인 원로들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한전에서 원로 예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원로에게 한전에서 해 주는 것이라고는 속초나 수안보로 퇴직자들을 일년에 한 번 초청하는 게 전부다. 평생을 한전에다 바친 사람에게 이 정도를 두고 대접이랄 수는 없다. 더구나 호남과 영남의 거주자는 머나먼 곳까지 다녀오면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고단함이 앞선다.

나는 이런 일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믿었기에 5년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해 왔다. 1996년 8월에는 ‘원로에게 예우를 해야 한다’는 주제로 당시 전기산업신문에 칼럼을 썼다. ‘한전 사장에게 드리는 제안’이라고 부제를 부쳐서 한전 사장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했던 것이다.

의견의 핵심은 지리산에 수련원을 세워 원로 전기인을 대접하자는 것이었다. 수련원의 장소로 지리산으로 선택한 것은 호남과 영남의 전·현직 전기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였다.
수련원은 일차적으로 원로를 위한 것이지만 현직도 함께 사용하자고 뜻도 피력했다.

원로와 현직이 함께 만나 이제까지의 경험을 나눠주고 또한 좋은 충고를 해 줄 수 있다는 점을 나는 거론했다.
나의 간곡한 제안이 있자 당시 전기인들이 이를 환영했고 한전 간부진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돼 이종훈 사장에게 보고까지 됐다고 전해들었다.

기대에 부풀어 언젠가는 원로를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던 나는 2년이 지나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칼럼을 썼다. ‘한전의 지리산 수련원 신축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을 내세우고 ‘한전 사장에게 다시 드리는 제안’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내 제안과 관련 당시 많은 원로 전기인들이 크게 환영했고 특히 호남과 영남의 전·현직 전기인들은 내 의견에 전폭적으로 동조한다는 말을 전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기인들의 기대를 당시의 장재식 사장은 외면했다.

나는 다시 한 번 한전 사장께 지리산 수련원의 건립을 부탁드리고 싶다. 이번까지 하면 내 부탁은 세 번에 이른다. 이종훈 사장, 장영식 사장에 이어 최수병 사장에게 부탁하고 있다.

언론사 회장으로서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부탁을 해야 하는가 하고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세 번을 찾아갔던 그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를 생각했다. 유비가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세 번의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듯이, 나도 영호남의 전기인과 원로에게 꼭 필요한 수련원 건립을 위해 또 다시 칼럼을 쓰는 일을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지리산에 수련원을 세우자는 세 번째의 내 제안에 한전 사장의 진지한 대답이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그 대답을 나 혼자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3만의 한전 임직원, 1만여 전기공사업체 그리고 4만여 명의 ‘전기산업신문’ 독자도 나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덧붙여 두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