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영변, 진달래꽃 가시나무 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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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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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평북 영변은 전형적인 산마을, 둘레에 성벽을 두른 듯 항아리 같은 모양으로 철옹성이라 불린다. 서쪽에 있는 약산엔 약초가 많다거나 약수가 있다는 두 설이 있으나, 어쨌든 영변이면 약산, 약산이면 영변이라고 할 만큼 북한 명소 중 하나.

1922년 <개벽>에 폈던 진달래꽃엔 정한(情恨)과 승화(昇華)가 서려있었다. 영변의 봄, 옛 시인의 심금을 울리던 산자락엔 구룡강이 무심히 흐르고 가시나무만 무성하다. 돌가시나무, 북가시나무,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원자로, 핵연료, 우라늄농축, 플루토늄재처리 공장 등이 앙상하게 서있는 것이다. 이들 시설은 방사능과 함께 스러져가는 고물상이나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라면 강제로 폐쇄했을 만큼 오염도가 심각하다.

영변 위성사진을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연구시설 밀집단지 같다. 하지만 이곳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다. 단지는 구룡강을 경계로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5MW 원자로에는 8000개의 핵연료봉이 들어간다. 3년간 태운 다음 재처리공장에서 40kg 정도 플루토늄을 빼낼 수 있다. 모두 재처리하는데 100일이 걸리고, 재래식화약 TNT 1000톤 급 폭탄 40개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지만 북한 기술로는 10개 정도 생산 가능하리라 보인다. 30MW 원자로가 가동되면 상황은 악화일로.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4월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고 8월부터 수증기가 포착된 이후 지금까지 원자로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우라늄농축도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 원심분리기를 통한 농축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면 우라늄탄도 양산 단계에 들어갔을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영변 철옹성을 뛰쳐나와 가시나무 내리밭길을 달려가는 형국이다. 새해 들어 통일의지와 주민지원, 가족상봉 등 유화적인 정부의 기조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목소리마저 아스라해가는 마당에 이젠 화전(和戰) 양면공세 밖엔 도리가 없다.

필자는 국내외 지면을 통해 수차례 영변 원자로가 낙후돼 폭발 가능성이 있고, 더덕더덕 붙어 있는 시설에 옮겨 붙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이 경우 영국 윈드스케일이나 구 소련 체르노빌보다 더 큰 동북아 재앙이 될 수 있다. 방사성물질이 평양은 물론이고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 북부, 일본 북부를 덮치고, 300kg 남쪽 서울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1950년대 영국 기술로 제작해 30년 가까이 껐다 켰다를 되풀이하는 지구상 멸종 원자로. 특히 흑연의 열화에 따른 안전문제가 심각한데다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방식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도 없다. 영변 원자로는 발등에 떨어진 불임에도 우리는 태평해하는 게 더 걱정이다. 원전 고장에는 화들짝 대면서 정작 북핵 위협에는 만성이 된 걸까.

더욱이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탄이 발사실험을 위한 초기단계라고 한다. 사용가능한 ‘카드’를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38노스’는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한 동창리 개량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은하 3호는 미국 본토 서부까지 닿을 수 있다.

샛길에서 날뛰는 망아지를 잡으려면 채찍 못지않게 당근이 필요하다. 정부, 국회, 시민 모두 북한의 핵폭탄과 탄도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현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국제사회와 손잡고 유비무환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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