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부터 처분까지, ‘사람’이 중요하다
[특별기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부터 처분까지,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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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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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사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세계적인 가전업체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다 전기를 만든 기업가로 일본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데다 집안이 망하면서 가족이 병에 걸려 모두 사망하고 심지어 체력까지 약했던, 요즘 세대로 말하면 스펙이 바닥인 그가 인정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최우선 가치를 ‘사람’에 두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가장 가용하기 쉬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가 어렵고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넘쳐나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는 더욱 도외시 된다. 1929년 전 세계가 대공황 속에서 힘겨워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인력 감축을 통해 안정화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마쓰시타는 종업원을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고 급료도 깎지 않았다. 대신 생산량을 반으로 줄이고 재고를 처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2달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때도 그는 역시 ‘사람’에서 답을 찾았다. 촛불을 켠 호롱이나 석유램프를 달고 달리던 상황에서 1923년 자전거용 램프인 ‘포탄형 전지식 램프’를 발매했을 때 사람들은 램프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전거 가게 점원으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 낸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게 하기 위해 특정 지역과 자전거 소매상을 추려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품을 무료로 빌려주며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하면서 만족하게 되면 도매상을 통해 구입을 요청하도록 권유했다.

'갈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대립이 많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으며 정반대의 의견, 정반대의 주장은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며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대립을 배척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나라는 변할 수 있지만 사람의 중요성은 바뀌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부터 처분까지 우리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할 때에도 자연환경, 기술 등 모든 것이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지 선정 시에 찬반 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모았고 시민들의 동의하에 처분 부지를 선정하고 방폐장 건설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

방폐장의 건설 기간 동안에도 사람은 계속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강도 6.5의 강한 지진도 이겨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였고, 가장 극한 상황을 고려하여 외국에서 허용하고 있는 수준보다 높은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여 방폐장을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은 안전에 대해 더욱 강한 기준을 적용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60여종의 보고서를 74차례 제공하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방폐장을 더욱 안전하게 짓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사안들은 시민과 직접 소통을 통해 두려움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7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의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전반적인 운영상황 점검과 함께 비상상황 발생시의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방폐장 종합 안전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안전훈련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이 방폐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해상과 육상을 모두 진행하는 최초의 운반사고 대응훈련이었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지휘계통에 혼란이 많이 생기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 콘드롤타워를 설치하고 대응시스템과 비상연락 체계 등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도 놓치지 않은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육상과 해상 비상 대응조직, 자위 소방대, 운반선박선원, 운반 감독자 등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책임감을 다지고 서로간의 신뢰관계 속에서 원활하게 사고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훈련을 하면서 여러 대형 재난사고에서 보아왔듯이 모든 안전사고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

원전 선진국인 스웨덴은 이미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었다고 한다. 스웨덴의 방사성폐기물 관리회사인 SKB의 부사장 엔즈스트롬은 기술적인 접근을 하는 전문가에 비해 국민들은 일상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설득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반대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이 안전한 원전 기술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에서 시민단체의 지적이 방폐장을 더욱 안전하게 건설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을 위한 기술

마쓰시타 전기의 설립자 마쓰시타 사망 이후,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파나소닉은 2004년 2만여명의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받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리는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들조차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화했지만 그 충격과 파장은 그동안 조직을 결합하게 했던 신뢰를 깨뜨렸으며 결국 파나소닉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가 발전하지 않는가 하는 것은 구성원들 생각 하나하나에 결정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이 중저준위를 넘어, 사용후핵연료까지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또한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면서 지금 당장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갈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노력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1단계 방폐장을 통해 1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고 이후 단계를 통해 8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춘 방폐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방사성폐기물은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을 통해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이 더욱 더 안전하게 처분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을 위한 정책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신뢰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방폐장이 ‘사람’ 중심의 대표 랜드마크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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