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공기관 지방화 시대
[기획]공공기관 지방화 시대
  • 조남준 기자
  • cnj@energydaily.co.kr
  • 승인 2015.01.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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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지방이전 균형 발전 시대 본격화
한전·가스公·석유公.발전자회사 등 지방 근무 돌입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속속들이 마무리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경제, 행정력을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전력이다. 이미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들은 지역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인재를 채용하거나 주민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의 사회공헌과 함께 지역 특색에 맞는 산업클러스터 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지역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스수급을 책임지는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0월 1일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가스공사는 대구혁신도시로 이전을 계기로 대구를 울산지역 석유 클러스터와 연계해 국내 최대 에너지 벨트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석유공사도 지난 12월 3일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서 개청식을 열고 둥지를 틀었다. 또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1986년부터 28년간 이어온 삼성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지난해 12월 17일 빛가람혁신도시에서 신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한전은 나주 혁신도시 이전을 계기로 한전KDN, 한전KPS, 전력거래소 등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에너지 기업 복합단지인 빛가람 에너지 밸리를 조성하고 에너지특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 빛가람혁신도시 사옥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과 사회공헌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방대학 졸업자 혹은 졸업예정자를 우선 고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들은 공채 등을 통해 지역 대학의 인재들을 뽑고 있다.

울산으로 이전한 석유공사는 사무 업무와 구내식당 조리 업무 등을 위해 울산에서만 2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또 지난해 12월 3일에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와 석유과목 개설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장기적으로는 울산과기대 졸업생을 석유공사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울산에 자리 잡은 산업안전보건공단도 채용인원 114명 중 지역 인재로 16명을 뽑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미 울산대와 울산과학기술대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으며 올해부터 채용 인원의 5∼7%를 울산지역 출신으로 선발하는 목표제를 도입했다.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과의 교류도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나주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한전KPS는 지난해 3월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복지단체 ‘부활의 집’과 자매결연을 맺고 노후시설 정비와 생활용품 등을 전달했다.

한전KPS는 이미 2012년 5월 본사 신사옥 착공 때부터 인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활의 집 노후시설을 정비해주고 기부활동을 벌여왔다.

또 지난 2013년 다도면 궁원마을과 자매결연을 통해 600여만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도 대한노인회 나주시지회의 전기배선공사까지 실시하는 등 꾸준히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13년 12월 충북혁신도시(진천, 음성) 이전 11개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지방이전을 마쳤다.

2006년부터 이미 충북지역 농촌과 도농교류를 해온 가스안전공사는 이전과 동시에 지역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다문화가정아동 등 700여 명을 본사로 초청해 가스안전 체험교실, 레크리에이션, 어울림콘서트 등을 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음성군 맹동면 쌍정2리 마을을 ‘가스안전마을’로 지정하고 노후 가스시설 개선 및 농촌 일손 돕기를 했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혁신도시 사옥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마련

지방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에 몰려 있던 발전정책이 지방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미 자본과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공공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지원을 받아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등 지역 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가스공사는 이전과 동시에 대구에 국내 최대 ‘에너지 산업 벨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석유산업 단지인 울산과 연계해 2019년까지 대구를 에너지 산업 벨트의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정제시설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는 울산에서 오일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이 합동으로 대규모 상업용 석유저장시설을 확보해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오일허브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 울산 북항에 석유제품 99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과 항만 접안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남항에 북항사업과 연계한 원유 1850만 배럴 규모의 시설을 설치하고 향후 5660만 배럴의 석유 물류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석유공사의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2020년까지 3조6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들의 지방이전도 분주하다.

서부발전은 내년까지 충청남도 태안군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평지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은 올해 12월까지 준공 목표다.

남부발전은 10월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중부발전은 지난해 11월 충남 보령시 대천동 소재로 본사를 각각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발전자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본사를 이전한 남동발전은 지난해 3월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 동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서발전도 지난해 5월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해 채용 인원의 일정비율을 울산지역에서 할당·채용하는 등 균형발전에 힘쓰고 있다.

 

▲ 한국석유공사 울산혁신도시 사옥
공공기관 이전 직원들 ‘무료한 주말’

지방으로 본사 이전을 완료한 공기업 직원들은 낯선 곳에서 새롭게 생활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자녀들 교육 문제 등으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오지 못하고 단신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 ‘기러기 아빠’라는 자조적인 심정도 토로하고 있다.
 
서울에서 계속 살던 직원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생활 기반이 바뀐 탓에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은 무엇보다 편의시설이나 의료기관, 문화공간 등이 아직 부족한 혁신도시다보니 퇴근 후의 생활이 무료하고 단조로워졌다고 말한다.

문화생활을 즐길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절로 집-직장만을 오가는 생활로 변할 수밖에 없다. 부산, 대구, 울산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은 그나마 낫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이전한 직원들은 앞으로 짧지 않은 기간동안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을 해나가야 할 전망이다.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한 직원은 “혁신도시라고는 하지만 완벽히 기틀이 갖춰진 곳으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불편한 점이 있다”며 “본사를 제외한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해가 빨리지는 겨울철에는 퇴근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요즘엔 오후 5시만 넘으면 주변은 깜깜하고 찾아갈 곳이 없다"며 "여름에는 산책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추워서 그마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통근 버스가 저녁에 직원들을 싣고 서울로 가버리면 나머지 직원들은 회사에 남아있거나 집에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극장이나 공연장 같은 문화시설이나 쇼핑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가장 가까운 영화관은 차로 40분 거리인 청주시를 찾아야 해서 좋아하던 영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을 두고 홀로 혁신도시로 떠난 이전기관 직원들에게 주말은 재충전이 아닌 체력고갈의 시간이다. 보통 금요일 저녁 가족들이 있는 집에 돌아갔다가 일요일에 다시 혁신도시로 되돌아오는 긴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주말은 그들의 표현대로 '고난의 행군'이다.

한 공기업 직원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서울 출장이 많다”며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서울에 가듯 우리도 국회, 언론 등의 외부 업무로 서울에 오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관련 비용이 늘어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기러기 아빠, 장거리 출장 등에 대한 문제도 반복됐다.

또 다른 공기업 직원은 “전체적으로 공공기관 직원 10%만이 가족 동반 이전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많은 직원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며 “주말마다 버스, KTX 등을 이용해 서울에 올라가야 하니 교통비도 많이 들고 전체적으로 생활비가 늘었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기차표가 없어 가족을 보러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주일 내내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해 상대적으로 금요일에 조기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기차표) 황금 시간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해결책은 …지자체의 성의에 달려 있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백년대계' 국가 프로젝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혁신도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혁신도시의 핵심축인 이전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공기관에 소속된 직원들의 정주여건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늦더라도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이전기관 직원과 그 가족들의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도 뒤따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직원들이 가족과 동반이주를 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기관ㆍ문화생활ㆍ편의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형복합유통시설 유치 ▲대중교통 활성화 ▲ 종합병원 등 편의시설 신속 마련 ▲ 안전한 도시생활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혁신도시 안에 대형복합유통시설 부지가 없어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는 만큼 부지 용도변경 등을 통해서라도 대안 부지를 조속히 확보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들은 또 “나주혁신도시에는 현재 총 15개 공공기관이 입주를 완료했고 자회사, 하청업체, 관공서, 학교, 협력업체 등 종사자와 가족 5만 여명이 유입될 예정”이라며 “하지만 병원, 경찰, 학원, 대형복합유통시설 등 편의시설 부족으로 이전 초기 공공기관 임직원과 가족들의 불편이 초래되는 상황이어서 조속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코스트코 입점 무산으로 대도시 생활을 했던 직원들의 불편함과 상실감이 크다"면서 "레저, 문화, 쇼핑을 한 공간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할 수 있는 대형복합유통시설 유치에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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