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월성 1호기, 제2의 여정에 국민이 없다면
[E·D칼럼] 월성 1호기, 제2의 여정에 국민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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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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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째, 동일본은 물론 한반도의 원자력은 여전히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상공엔 먹구름이 끼고, 지상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원자로 6기가 멈춰서있다. 4기는 자연과 인공 재해로 무너져 내렸지만, 2기는 사고와 무관하게 발목이 잡혔다.

4호기에 남아 있던 핵연료는 구랍에 모두 꺼냈지만, 수소가 폭발했던 1~3호기엔 핵연료뿐 아니라 방사성 오염수도 그대로 있다. 오염수는 원전부지에 쌓인 것만 30만톤에 이르고, 지금도 하루에 4백톤 넘게 늘어나고 있다. 당초 이번 달까지 오염수 처리 약속은 이미 공염불이 된 셈이다.

방사능 감쇄와 붕괴열 감소 외에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초동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원자로 바닥과 발전소 바깥에 콘크리트 벽을 쳐야 할 텐데, 아직도 동토차수벽, 즉 땅을 얼려 지하수를 막겠다니 이러다간 바다로 나가는 오염수를 하릴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항만 내 바다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방사능이 허용치를 웃도는 물고기가 잡힌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한일 양국은 최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지 협상에 들어갔다. 낙관이나 비관 모두 경계해야겠지만 후쿠시마 현주소 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계획을 세워놓고는 있다지만 핵연료가 완전히 녹아버린 채로 남아있는 다수의 원전을 해체시킨 경험은 아무도 없다. 사고 시점으로부터 반세기가 족히 걸리고, 비용은 정상폐로 대비 몇 십 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계획마저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자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도 해일도 아닌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고질적 유착으로부터 출발했다. 미국의 비등경수로를 태평양 불의 고리에 옮겨놓으면서 원설계자들이 권고했던 안전 개선사항은 일본식 안전문화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유유상종 속에서 재난의 시계는 재깍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캐나다에서 건너온 가압중수로 월성 1호기는 전문가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국민적 공감도 끌어내지 못한 채 경제적 실리도 아리송한 제2의 여정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위원의 안전문제 제기도, 민간의 안전우려 표명도, 국민의 불안여론 확산도 당국의 원전사랑 앞엔 설 자리가 없었다.

2~4호기보다 더 젊어졌다는 1호기가 재가동하려면 원설계 후 40년이 지나는 동안 강화된 최신 안전기준을 지킬 것은 물론 최소한 보다 일찍 가동을 시작한 2~4호기에 버금가는 안전설비를 갖추는 것은 상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건물이 365일 24시간 닫혀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1호기엔 2~4호기에 달린 주증기관 격리밸브와 연료다발 방출조 격리문이 없다. 만의 하나 사고 시 방사성물질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과 틈새가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 8년 가까이 무사고 운전을 계속한다는 것은 현재의 보험으론 장담할 수 없고, 극한재해 또한 부적만으로 피해갈 순 없다.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 신뢰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국내 원전이 해외에 비해 사건이나 고장 등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각종 비리로 인해 불신이 높아졌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원전의 신뢰가 추락한 것은 기술보다 운영에 대한 불신 문제가 더 크다. 월성1호기 재가동 결정 과정은 다시 한 번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주민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기관의 결정을 존중해야겠지만 사업자의 손을 들어준 대가가 후쿠시마의 재현으로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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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시대 2015-03-09 16:10:53
원전전문가이면서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사실이 아닌 다분히 정서적인 얘기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후쿠시마는 지진과 해일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고질적 유착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이것이 핵연료를 녹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월성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의 전문가 7인의 합의에 의해 재가동이 결정되었습니다. 물론 2인의 비전문가는 퇴장해 버린 아쉬움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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