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산 신형원전, 세계로 나간다
[기획] 국산 신형원전, 세계로 나간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5.03.2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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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1400, 美 원자력규제위 설계인증 본심사 착수
강화된 사점심사 방침 적용 최초 사례… 원전수출 활력 기대
美 가동원전 10~20년 후 만료시점 도래, 신규수요 급증 전망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형경수로원전인 APR1400이 국제무대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5일 국산 신형경수로인 APR1400에 대한 설계인증(DC, Design Certification)과 관련 사전심사를 통과하고 본심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 한국전력(사장 조환익)과 공동으로 2014년 12월23일 제출한 APR1400 설계인증 신청문서에 대해 NRC가 사전심사과정에서 요구한 내용에 따라 개발됐는지를 약 60일간 면밀히 검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국산 원전은 UAE를 넘어 미국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APR1400의 NRC 설계인증 본심사 착수가 갖는 의미와 전망을 짚어봤다.


미국의 인허가 제도와 시장

설계인증이란 원전부지가 선정된 이후 해당 부지조건에 따라 추가되는 설계를 제외하고 원전 전체에 적용되는 ‘표준설계’에 대해 NRC가 안전성을 평가·인증해주는 제도다.

설계인증 신청시 제출하는 문서는 1만쪽 이상에 달하는 인허가 설계문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십 종의 기술보고서, 실험 및 해석, 계산자료 등을 포함한다. NRC는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문서내용을 검증하고 평가하기 위해 42개월이라는 표준 심사기간을 정해 놓고 있다. 설계인증 관련내용은 미 연방규정에 법제화돼 15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NRC의 설계인증 심사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사업자는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에 대해서 기존 2단계 인허가보다 효율적인 통합인허가 과정을 통해 건설 및 운영이 가능하며, 인허가시 약 80% 정도에 해당하는 표준설계분야 심사면제로 인허가 기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의 선진 원전설계사 5개 노형에 대해서만 인증이 발급돼 웨스팅하우스사의 AP1000 노형, GE의 ABWR, ESBWR 노형의 설계인증이 유효하다.

미국은 1970년대 TMI 원전 사고이후 2000년대까지 사실상 신규원전 건설 발주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대형사고에 따른 여론 악화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고 이후 NRC의 규제요건 강화에 따른 건설비용 상승 및 인허가 리스크 증가에도 원인이 있었다.

▲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최초 APR1400 노형인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 3,4호기
당시 신규원전사업은 2단계 인허가 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예비설계를 심사받아 건설에 착수하고 건설과정에서 다시 세부설계에 대한 심사를 받아 운영허가를 취득하는 제도였다. 2단계 인허가는 건설단계에서도 규제기관이 신규요건 반영을 요구할 수 있고, TMI 사고 이후 NRC가 강화된 신규요건의 반영을 요구하면서 건설 기간과 비용이 계속 증가하게 됐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력사업자는 신규 원전건설에 대한 엄청난 인허가 리스크로 사업추진을 단념했다.

1980년대 들어 미국 에너지부는 신규원전 건설 촉진을 위해 산업계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증진된 3세대 원전을 개발, 건설하는 것을 지원했다. NRC도 1989년 2단계 인허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통합인허가를 도입했다. 통합인허가는 원전건설과 운영허가를 동시에 발급, 원전사업의 인허가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적 심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따라서 사실상 설계인증을 취득하지 않은 원전공급사가 원전사업자를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신규원전사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일련의 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건설 추진붐이 일었다. 2002년 Nuclear Power 2010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2005년 제정된 Energy Policy Act로 신규원전 건설에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오면서, 다수의 전력사업자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3세대 노형으로 설계인증을 취득했거나 심사 중인 노형을 선택하고 통합인허가를 신청했다.

프랑스 아레바사와 일본 미쓰비시사도 자국이 개발한 원전을 미국에 공급하기 위해 2007년 12월 설계인증을 신청하고 미국내 원전사업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2007년도 기준으로 무려 24기 신규원전 건설을 위해 16건의 통합인허가 심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1985년 중단됐던 TVA가 Watts Bar 원전건설을 2007년에 재개됐고, 2012년 Vogtle과 V.C Summer에 AP1000 원전 4기의 통합인허가가 승인,신규원전 건설이 본격화 됐다.

그러나 신규원전 관련 인허가 신청이 단기간내에 집중되면서 심사 지연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 값싼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원자력의 경쟁력은 악화됐다. 2013년 이후로 5개 가동원전이 경제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고, 다수의 신규원전 건설추진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기준으로 12기 건설을 위한 8건의 통합인허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향후 원자력시장 전망이 비관적이지만도 않다. 원자력 전문 컨설팅기관 예측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등의 노력으로 미국내 원자력발전비중은 2030년대까지 현재의 2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내 가동원전의 상당수는 10~20년 후에 인허가 만료시점이 도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단기간내에 이를 대체할 신규원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 경우 결국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이 다수의 원전사업자를 유치할 것은 자명하다.

APR1400 사전심사 통과

UAE에 수출한 노형인 APR1400은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의 설계와 건설 및 운영 등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신기술을 도입,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11년 1월 한수원, 한전,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5개 회사는 수출시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APR1400의 미국 설계인증 취득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최신 요건을 분석, 설계를 개량하고 인허가 문서를 개발했다. 개발과정 중간에 NRC 기술진과 십수차례의 사전심사회의를 통해 설계분야별로 피드백도 받았다. 그렇게 작성한 신청문서를 2014년 12월 NRC에 제출했으며, 마침내 2015년 3월 본심사 착수를 승인받았다.

▲ 또다른 APR1400 노형인 한수원 신한울 1,2호기 건설현장 모습
APR1400 본심사 착수는 NRC의 강화된 사점심사 방침이 적용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NRC는 미국 ESBWR(2005년 8월 신청), 프랑스 EPR(2007년 12월 신청), 일본 APWR(2007년 12월 신청) 설계인증 심사가 장기화되는 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그동의 심사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 조치를 도출했다. 그 결과 사전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본심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진입 조건을 강화하고, APR1400 신청부터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본심사 착수는 APR1400 신청문서가 NRC 새로운 심사방침의 본보기로서 표준 심사기간내에 심사를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었음을 의미한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APR1400 신규원자로국장 글렌 트레이시(Glen Tracy)는 “NRC는 APR1400 설계인증 심사를 표준기간내에 완료해 심사관행의 모범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APR1400이 경쟁노형 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본심사를 완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계인증… 그 의미와 효과

APR1400 설계인증 추진은 한국 원전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 최신 규제요건 충족을 위해 개발된 방법론과 NRC 대응과정에서 축적된 국제적인 인허가 역량은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최신요건에 맞게 개량된 노형 설계를 갖추어 최신 원전을 요구하는 국가에 바로 마케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효과는 세계에 한국 원전의 인지도를 높이고 원전기술국의 대표노형들과 대등한 경쟁관계에 있음을 인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번 NRC 설계인증 본심사 착수는 미국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을 넘어 한국의 우수한 원전설계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형 원전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켜 원전수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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