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전환기 맞은 전기자동차
가격하락 핵심 ‘전지 경쟁’ 불 붙었다
[창간기획]전환기 맞은 전기자동차
가격하락 핵심 ‘전지 경쟁’ 불 붙었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6.05.16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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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00∼400불로 가격 급락… 2020년까지 연 15∼20% 하락세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지배력 확보 경쟁 가열… 대기업 중심 경쟁 구조 고착 심화


 

전기차의 높은 가격의 주요인이었던 전지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용 전지시장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지 가격이 전기차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변수이기 때문이다.

전지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기업간 경쟁 및 규모의 경제에 따른 재료비 및 생산 단가의 감소, 전지 구조 및 제어 시스템의 혁신, 중국 생산 확대 등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셀 기준으로 kWh당 1500 달러를 웃돌았던 전기차용 전지의 가격이 2015년에는 300∼400 달러로 급격히 떨어졌다. 2020년까지 연간 적어도 15∼20% 수준의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 거래 가격이 이미 kWh당 150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추측도 나올 정도다. 2020년경 kWh당 100 달러 수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에너지밀도가 현재보다 2배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고려한다면 향후 5년 후 고가의 전지가 전기차 확산의 최대 난제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용 전지 시장의 성장이 가속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경쟁 구조 고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들이 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전지 기업들의 입지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기업들이 파워트레인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전지 팩 및 모듈과 출력 제어의 최적화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전지 기업은 안전하면서 고성능, 고용량의 저렴한 전지셀만 생산하면 될 수도 있다. 자본력까지 겸비한 LG화학, 파나소닉, SDI, BYD 등 기존 전지시장의 강자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및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자동차 기업이 제휴를 통해 혹은 직접 생산을 통해 전지 사업에 참여하는 모습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BYD나 테슬라처럼 직접 2차전지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기업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전지의 가격 하락과 교섭력 강화 차원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독일의 다임러는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의 전기차용 전지를 생산하기 위해 전지 자회사인 Deutsche ACCUMOTIVE에 5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이 투자로 3배로 늘어난 생산 설비는 내년 여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다임러는 지난 2009년 설립된 Deutsche ACCUMOTIVE에 2014년에 이미 약 1억 유로를 투자했다.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다임러의 이사회 의장이자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표인 Dieter Zetsche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 배출가스 제로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전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용 차세대 전지 솔루션의 등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전지는 앞으로 10년 후면 에너지밀도의 이론적 한계치인 약 800Wh/L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는 전고체전지, 리튬 금속 등 다양한 솔루션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은 물론 수 많은 기술 벤처들의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전기차 주행거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은 전기차 기업뿐 아니라 전지 기업 입장에서도 생태계의 주도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등 리튬이온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증평공장의 리튬이온전지분리막 생산라인 2기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습식 분리막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번 증설로 2020년 일본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도 세계 톱 수준의 안전성 기술을 구현한 제품들과 급속충전 셀, 표준형 모듈, 원통형 셀 등 셀에서부터 모듈, 팩까지 다양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관리 기술을 벤치마킹한 MES 시스템(제조품질 관리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삼성SDI는 이 MES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제품의 생산 및 품질 이력을 관리함으로써 소형 IT용 배터리의 ‘리콜 Zero’ 신화를 전기차용 배터리 부분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 급속충전 배터리 셀은 30분 내에 80% 이상 급속충전을 반복해도 성능 저하가 없는 업계 최고 수준의 고출력 장수명 제품이다.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급속 충전 후 오후에 운행을 하고자 하는 상용차 회사들을 위한 것이다.

LG화학은 세계 최고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저전압 배터리 시스템과 관련 12V 및 48V 제품을 비롯, 순수 전기차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버스까지 전기차의 모든 차종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GM, 르노, 다임러, 아우디 등 전 세계 20여개 고객사로부터 수백 만대가 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진화하는 충전 인프라

전기차 성장, 충전 인프라 확산에 달려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주행거리 확대와 함께 배터리 업계의 기술경쟁의 가장 치열한 분야가 되고 있다.

전기차의 성장은 충전 인프라의 확산을 수반한다. 전기차의 확산으로 인해 이제는 충전 인프라에 있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분담이 남을 뿐이다. 정부, 전력 서비스 기업, 자동차 기업 등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하면서 충전 표준은 물론 충전 네트워크 구축도 활발하다.

각 지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종합해보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지역에서 2014년 기준 약 100만기의 충전기가 보급됐으나 2020년경이면 누적으로 1200만 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기차 충전 기초시설 발전 지침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총 480만 기의 충전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택 등 개인 전용 430만 기, 공공으로 50만 기를 목표로 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78개의 충전소에 3만 기를 갓 넘었던 것에 비하면 공격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이면 승용차가 430만대, 버스 20만대, 택시 30만대 등 총 500만대의 전기차가 굴러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잘 짜여진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성장을 이끌 것이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자체가 전기차 확산의 결정적 제약 요인이 더 이상 아닐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주유소 급유보다 전기차 충전 시간이 적어도 5배 이상 걸린다. 일부에서는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에 익숙하면서도 전기차를 사용해보지 않은 경우에 한해 나오는 불편함이라 일축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 급속 충전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사용자 대부분이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 편리하고 하루 이동 거리도 일회 충전 시 주행 거리 내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굳이 공용의 급속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일이 드물다는 얘기다. 물론 활동 지역을 넘어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곳곳에 마련된 급속 충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무선충전 방식과 전지 교환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편의성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전지 교환 방식을 선도했던 벤처인 Better Place가 2013년 파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 교체 모델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초 국내 기업인 TGM은 제주도에서 운행될 전지 교환 방식을 사용하는 전기버스 2대를 출고했다. 일반 승용차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노선버스 등에서는 전지 교환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미국의 Plugless Power는 독자적인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2013년부터 닛산 Leaf용과 쉐보레 볼트용으로 제공해 왔다. 최근 7.2kW급으로 1시간 충전에 32km를 추가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 S용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4월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Qualcomm도 2015년부터 ‘Halo’라는 무선 충전 시스템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