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30 온실가스 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
[초점] ‘2030 온실가스 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8.05.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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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된 정책 시그널 국제사회에 보내야”


그동안 전략적 고민도 없이 방치… 실행 여부 떠나 구체 실천 계획 내놓아야
나름대로 노력 불구 국내외 평가 ‘냉혹’… 기후대응을 기술혁신 기회 삼아야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듬 해 12월 이를 달성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목표만 제시했을 뿐 아무런 액션도 없었고 목표 자체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는 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감축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쟁점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모두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지금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감축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생각하면 단순히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온실가스 감축 토론회에서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나름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평가는 결코 그렇지 않다”며 “과감한 정책,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정책의 투명성이 부족했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 결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밝히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차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엇을 했는지는 차치하고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한 것은 무엇인지 국제사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다. 여기에 앞으로 어떻게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늦어지고 있으니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과연 감축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지금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이를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고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역시 이런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나라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한 판단은 지금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37%를 이미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공언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3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우선 실천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인데 이 경우는 비용이 발생하고 복잡한 이해관계 갈등과 국가경쟁력 저하 논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1차 INDC(자발적 감축목표)가 가지는 융통성의 측면을 활용해 실질적인 국가 부담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이나마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대응전략은 제시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마지막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모호한 2030 감축 로드맵을 만들기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첫 번째 선택은 반드시 기술혁신과 연동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두 번째 선택은 첫 번째 선택을 추진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2차 INDC에 대비한 전략을 준비해야 하며 국외 감축목표인 11.3%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김 교수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안을 아무런 전략적 고민과 의지 없이 방치하듯 지켜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와 같은 모호성과 무기력함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일관된 국가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감축목표 37%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목표 달성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감축목표 자체에 대한 입장차도 조율해야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목표 자체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2015년에 설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공평하고 의욕적이라는 설명과 다르게 국제사회에서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보완 과정에서 현재의 감축 목표를 고수하고 국내외 감축 비율을 조정하려는 시도에어 벗어나서 보다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전체적인 목표의 상향 조정은 산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감축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개별적인 목표 설정 및 추진보다 경제구조와 사회 시스템 등 보다 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모든 분야 에너지 가격이 적절하게 반영돼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시민들은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친환경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또한 수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기후변화센터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기요금 개편의 국민수용성 이해’ 연구를 위해 전국 만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설문 대상의 80%는 전기요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기 절약이나 발전원 종류에 비해 정보의 투명한 공개나 공평한 요금체계, 정보의 사전제공 및 설득과 같은 조건이 찬성 의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받아들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논의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주문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감축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득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답이라는 것이다.

김창섭 교수는 이와 관련 “기후는 독이다. 그러나 잘 사용하면 약이 된다. 독을 약으로 바꾸기 위한 매직의 원천은 기술혁신이다. 기후규제를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기술혁신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기후규제는 우리 산업경쟁력을 위한 훌륭한 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대응의 본질은 기술혁신이어야 한다. 발전연료의 전환이 아닌 에너지 생산과 소비 전반의 포괄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그 전환을 기술혁신의 방식으로 이뤄야 한다”고 재차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