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전환, 공진화(共進化) 없는 진화 없다
[E·D칼럼] 에너지 전환, 공진화(共進化) 없는 진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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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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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KERI) 선임연구원

에너지 분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전환(transition)'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해 왔고, 이제는 대다수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는 이미 몇 번 자연스러운 에너지 전환 과정을 겪어 왔다.

에너지원 관점에서는 목재에서 화석연료로의 이행, 그리고 원자력의 등장 등을 들 수 있으며, 에너지 공급 관점에서는 지역적이고 부분적 공급 형태에서 중앙 집중형으로 바뀐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는 각 나라별로 시차는 조금씩 있지만, 다시 한 번 에너지 전환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최대한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까?

2000년대 초반에 전환 및 전환 관리를 연구했던 네덜란드의 Rotmans 등에 의하면 전환 과정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부는 하나의 주체로서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1980년대 및 90년대에 발달해 온 혁신이론 및 진화경제학과 그 궤를 같이 하는데, 각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학습을 통해 '공진화(coevolution, 共進化)'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한 분야에서의 전환은 관련 기술과 제도, 그리고 각 주체들의 행동이 맞물려 있는 시스템적 수준에서 단기적 노력들이 쌓여 장기적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한 쪽에서만 주도한다고 전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 위한 환경과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비단 에너지를 공급하는 위치에 있는 발전 및 송배전 관련 기업이나 기관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산 및 공급 방법 변화에 따른 유통 및 판매 방법의 변화도 필요하고, 전력을 공급 받아 사용하는 위치에만 있던 소비자들의 인식 및 행동 변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공급 측면에서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소비 측면에서의 효율성 제고 및 수요 증가 억제를 같이 추진하였다. 이러한 정책들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여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얻었고, 에너지 전환 이행에 따른 비용을 전력 요금에 포함하여 징수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가? 그에 따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까지 습관화된 에너지 사용 패턴과 고착화된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없이는 전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한 바퀴만 굴러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속도를 맞추어, 다 같이 같은 방향으로 굴러 주어야 우리가 바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모든 진화는 공진화를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한 단계 더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 같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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