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미래 구상 및 대응 방안
[특별기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미래 구상 및 대응 방안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9.01.02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재영 / 한국전기연구원(KERI) 책임연구원

정부 차원 '남북한·동북아 에너지협력 종합 마스터플랜' 필요
에너지 연계망 경유국가로서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 지향해야

 

동북아지역은 전기에너지 수급에서 전 세계 수요의 1/3을 점유하며 중국이 세계 2위, 러시아 3위, 일본 4위, 한국 역시 글로벌 8위 국가에 속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친환경전원을 공동개발하고 이를 동북아 6개국(한국, 북한, 몽골, 러시아, 중국, 일본) 전력망에 연계하여 상호 기술·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역내 평화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지역의 친환경 전원개발은 고비사막에 100GW급의 대규모 풍력과 태양광 신재생전원을 개발하는 계획이다. 현재 몽골정부에서 ADB 및 UNESCAP 등과 연합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ADB의 지원을 받아서 프랑스 EDF에서 타당성 검토를 수행 중이다. 이러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통하여 전력공급의 친환경성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제성과 전기품질 향상 및 계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역내의 인접국가 사이에 정치·군사적 관계가 원만했던 지역은 거의 없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서유럽은 물론이고 북미와 남미지역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역내 국가간의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하였고, 현재의 유럽공동체에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 유럽 전지역은 철도, 도로는 물론이고 가스, 석유, 전력 등의 에너지 연계망을 구축하고 공동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공동체와 결합된 에너지 연계망의 형성은 미주대륙과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공통적이며, 향후 더욱 더 증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일본을 가해자로 하는 과거 역사적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으며, 동북아 각 국가의 정치·사회적 체제 역시 크게 상이하다. 이는 동북아지역에서 역내 공동체간의 인프라연계망이 형성되지 않았던 근본 이유이다. 하지만, 동북아지역 평화무드 조성과 더불어 상호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협력을 공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역내 국가간에 다양한 인프라연계망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동북아슈퍼그리드는 안보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라는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으로서 역내 국가간 협력의 핵심이다.

1980년대 말 (구)소련 붕괴 이후 극동러시아 지역은 극심한 경제적 혼란기를 겪었으며, 그 결과 큰 폭의 수요감소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러시아의 잉여전력을 일본으로 판매하기 위해 동북아전력망연계가 구상되었다. 하지만, 주변국과의 정치적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고, 상호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하여 구호에만 머물러 있었다.

동북아연계망 시나리오 개념도
동북아연계망 시나리오 개념도

반면에 민간차원에서는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2000년대 이후 러시아 ESI(Energy System Institute), 한국전기연구원 및 일본 REI(Renewable Energy Institute) 등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동북아슈퍼그리드 구축방안의 기본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민간차원에서 수행되었고 2010년 이전에 정부차원의 동북아슈러그리드 구축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슈퍼그리드 논의는 2011년 이후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2015년 시진핑 주석의 유엔연설로 촉발된 중국 GEI(Global Energy Interconnection)정책으로 큰 전기를 맞게 되었다. 그 이후 각 국가의 실무기관간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특히 한국-중국 및 한국-일본 전력망연계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한국-중국 및 한국-일본 전력연계망에 대해서는 연계지점과 연계용량 및 융통방안과 같은 개념설계(안)도 지난 수년 이내에 제안되었다. 동북아슈퍼그리드는 정치·경제·군사적 관점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중요성과 상호 편익도 크지만, 국가간 입장이 상이하고 다양한 장애요인을 갖고 있다.

전력시장의 법제도적 관점뿐만 아니라 특히 탈원전과 친환경에너지 공급 관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의 초점은 고비사막 등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개발하고, 이를 대용량 송전망을 활용하여 중국과 한국 및 일본 등에 공급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 전력연계망 구축에서 남북한과 동북아 계통연계라는 두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다. 남북한·동북아 전력협력은 One Way, Two Track으로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병행추진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하면 남북한과 동북아에너지협력은 두 개의 옵션이자 기회로 볼 수 있다. 2018년 남북한 및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정치적 화해 분위가는 동북아지역의 전력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남북한/동북아 전력협력사업의 병행으로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동북아연계망 시나리오 분야별 영향
동북아연계망 시나리오 분야별 영향

정부 차원에서 남북한·동북아 에너지협력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잘 알려지다시피 북한은 남한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전기에너지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북한 전력공급량이 3.87억kWh(남한 발전량의 0.07% 내외)만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1% 증가된다는 놀라운 결과가 도출하였다. 이는 전기에너지가 크게 부족한 북한 경제에서는 소규모 전력공급만으로도 경제재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며, 남북한 전력협력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 1차에너지의 98%를 수입하는 국가이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발전연료는 수입하여 해외에 완전 종속되어 있다. 기존에는 중동과 남방국가에서 1차에너지를 공급받았지만 향후에는 북방 에너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국익차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변수와 관계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하여 실질적인 진행은 미흡하였다.

동북아슈퍼그리드를 한국의 국익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제적 관점의 종합적 검토가 요구된다. 동북아전력연계망의 연계용량, 연계방식, 연계지점 등의 기술적 사양과 각 국가의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분쟁과 비상상황 발생시의 대처방안에 대한 정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계당사자간의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 검토를 통하여 기술적, 상업적 편익과 다자간 에너지안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자간 보장체제는 정치적 의미도 있지만, 지분 참여 등의 방법으로 미국과 같은 제 3국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국내 전력산업계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전력산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동북아슈퍼그리드가 실현되면 동북아 국가 의 통합 전력수급계획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전력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다. 더불어 친환경에너지 공급으로 기후협약과 경제성 및 전기품질·계통신뢰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견지에서 동북아 중심국가, 특히 에너지 연계망의 경유국가로서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 3020 목표 달성과 연계하여 장기적인 계획 하에 단계별로 동북아슈퍼그리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지역 전력시장과 EPCM(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Maintenance) 산업의 동북아 지역 진출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전력산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동북아를 포함한 해외사업 추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나아갈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