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상반기 전기업계
(2)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2003 상반기 전기업계
(2)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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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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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앞세워 원전 건설을 밀어붙인 개발지상주의 발상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에도 그대로 투영돼 주민과 마찰 야기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를 둘러싼 찬반이 2003년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그 시작 시점은 산자부가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당시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네 곳 발표한 지난 2월 4일부터였다.

산자부는 영광,고창,영덕,울진 등 4개 지역을 방사능 폐기장 후보 부지로 선정 발표했다. 4개 후보지 중에서 2개 지역을 1년 후에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겠다는 것. 즉각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야기됐다.

4월 16일, 제238회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산자부 장관은 방폐장 후보지는 두 곳 아닌 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국회 산자위 상임위 회의에서 배기운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윤진식 산자부장관은“애초의 입장은 방사능 폐기장을 동해안과 서해안에 각각 1곳씩 모두 2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한 곳이 선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4월 21일에는 핵폐기장 후보지를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연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남 영광군이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자 핵폐기장을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묶어서 처리하려는 의도였다. 이와 같은 연계 방침은 10개부처 장관 명의로 발표됐다.

5월 1일에는 민간사업자 참여 방식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8월부터 10월 말까지는 원전건설 유경험 업체를 참여시켜 지역사업과 연계해 유치신청을 받기로 했다는 것. 민간사업자가 후보지 적격부지를 확보해 지자체의 건설 승낙을 받아 올 경우 그 건설을 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그 후 산자부는 방사능 폐기장이니 핵폐기장이니 하는 용어 대신에‘원전수거물 관리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관리센터는 한수원의 자회사로 운영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별도 회사로 독립시킨다는 것이다.

5월 말 산자부는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2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으며 6월 초에는 그 내용을 후보지역 주민에게 알리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2003년 상반기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는 전기업계 최대의 이슈였다. 그리고 산자부와 한수원은 많은 홍보를 통해 지자체에서 운전수거물 관리센터를 유치할 것을 설득해 왔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산자부와 반대 주민과의 간격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상반기 전기업계 최대 이슈였던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 문제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지난 9일 전남 영광읍 전력문화회관 앞.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 설명회를 위해 산자부에서 온 직원들을 가운데 두고 반대측과 찬성 측이 맞섰다. 찬반으로 나누어진 주민들 일부는 몸싸움까지 벌였다. 논란을 벌이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불가피한 과정이다. 논란에 의해 시간이 낭비되고 그것에 의해 바람직하지 못한 결론이 도출된다고 해도 논란은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다. 그런 모습을 영광의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누어져 보여 주었던 것이다.

산자부와 산수원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는가? 산자부나 한수원 직원들이 원전의 어떤 시책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져 논란을 벌였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지난주에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원전을 다룬 다큐멘터리에는 스웨덴 유스달에 거주하는 반핵운동가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라슬로. 그는 방사능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어디든 휴대가 가능한 측정기계를 만든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원래 핵물리학자였다. 체르노빌 원전의 피해가 스웨덴까지 밀려오는 걸 보고 반핵운동가가 됐다.

우리 나라에는 한수원 출신의 반핵운동가가 있는가? 한수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원전의 이런 점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반핵운동에 나섰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한수원의 임직원은 100%가 원전에 반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떤 조직이든 반대자는 있게 마련이고, 반대자가 없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논리에 의하면 100%의 찬성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지만 한수원의 모습에는 반대자가 없는 것이다.

왜 이런 모습이 된 것인가? 이는 원전이 1970년대(원전이 최초 가동된 때는 1978년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 공익을 앞세우며 출발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다시 말해 이 땅의 원자력 도입 되기 전, 사회단체나 연구단체가 국가 에너지 수급에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내거나 혹은 시민단체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했던 것이 아니다.

정부라는 막강한 권력이 공익을 앞세우면 원전 건설을 서둘렀다. 그 과정에서 부딪힌 반대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판국이라서 한수원(당시로서는 한전)이 내부 비판을 받아들일 만한 여지는 전혀 없었다.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면 그것은 회사의 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부에 도전하는 짓이 되는 거였다. 1970년대 정부에 도전하는 것은 곧 반국가행위였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절대적이던 당시 반국가행위는 엄중한 처벌 대상이었다.

1970년대 이후 한수원의 일 처리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에너지 대안 센터 대표이고 방송통신대 교수인 이필렬 씨는 녹색평론 70호에 발표한 ‘핵폐기물과 수소혁명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에너지 정책에 관한 근본적인 검토는 미뤄둔 채 핵폐기물 처분장이 없으면 전기가 끊어진다는 ‘협박’과 이를 받아들이는 곳에서는 보상금을 주겠다는 ‘회유’를 통해서 어떻게 해서든 핵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당국의 원전 시책에는 회유라는 겉치레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협박이며 이는 이전의 밀어붙이기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협박과 회유는, 아래와 같은 산자부의 원전수거물 관리센터와 관련 홍보에서 쉽게 찾아진다.

“대한민국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한, 원전수거물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는 반드시 세워져야 합니다.”

반핵운동가들은 개발지상주의 발상에 얽매여 있어서 산자부가 발전 시설로 원전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원전은 거대 프로젝트인데 이는 곧 개발지상주의의 특징 중 하나인 대규모 사업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상에 근본 수정이 오지 않는 이상 산자부는 세계 각국에서 건설이 중단된 원전 건설에 계속 매달릴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곧 원전보다 더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풍력, 조력, 태양력 발전을 외면할 것이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산자부와 한수원은 공익을 앞세워 원전 건설을 밀어붙인 70년대 개발지상주의 발상을 간직하고 있다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문제에도 그런 발상이 기저를 이루고 있는가?
산자부와 한수원은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어질 혜택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지역개발예산은 핵심사업에 8천6백억원, 지원사업에 7천5백억원, 지역개발사업에 4천9백억원이 투입된다. 핵심사업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사업에 6천7백억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에 1천6백억원, 한수원 본사 이전사업에 300억원이다. 지원사업은 지원금 지원사업 3천억원, 중앙정부지원사업 4천5백억원이다. 지역개발사업의 사업비는 테크노 파크개발사업 800억원, 산업단지 개발사업 1천5백억원, 배후 주거단지개발사업 1천1백억원, 관광레저단지개발사업 1천5백억원이다.

백화점식 개발 품목의 나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모든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이렇게 개발 품목을 내세우며 전시효과를 유도하는 것부터가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그리고 산자부가 말하는 ‘주민 혜택’이라는 구절을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전 수거물 관리시러 사업에 6천 7백억원이 투입된다고 해서 그게 곧 주민 소득이냐고 의문을 나타낸다. 그런 대규모 사업은 중앙에서 내려온 거대 건설회사가 맡게 돼 주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사업의 일부는 지역 건설업체의 몫이 되지만 그들 역시나 주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자부의 약속대로 지역에 예산이 투자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거대 건설업자와 몇몇 하청업자에게 돌아갈 뿐 지역주민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익은 거대 재벌과 기업가들이 챙겨가고 지역 주민은 계속 가난하게 남는다는 것은 개발 독재 시대의 양상이다.

지역 주민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10일 전남 장흥군 군민회관 앞에 내걸린 프랭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백년간 핵을 안고 살 수 없다.’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산자부와 한수원의 밀어붙이기식 주장에 불만이다. 그리고 70년대 이후 바꾸지 않은 산자부와 한수원의 개발지상주의 태도에 무엇보다도 불만이다.

산자부와 한수원은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를 받아들이면 뭘 주겠다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시혜자의 태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70년대의 개발지상주의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왜 제기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는 2003년도 상반기의 반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나라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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