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재생에너지 유통망 개선돼야 한다 - ①
[초점] 재생에너지 유통망 개선돼야 한다 - ①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1.01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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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도입으로 전력시장 활력 불어넣어야

전기판매 시장 법적으로 개방돼 있어… 관련 규정 실질적 개정 필요
전기사업법 개정해 전력시장 강제주의 폐지하고 자유계약 확대해야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유통망 개선 방안’ 보고서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이루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고 에너지원이 분산돼야 하기 때문에 계통이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방향으로 전력을 공급하던 기존의 규제 패러다임으로는 새로운 저탄소 전력 시스템에 필요한 실시간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유통망 개선 방안’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유통을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도매·소매 전력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판매사업 세부기준 부재

현재 우리나라의 소매 전력시장인 전기판매시장은 공기업인 한전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이 한전에 유일 판매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전기사업법 개정 당시 개정법 및 시행령은 부칙으로 3년간 한전 이외 개인 또는 법인의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금지했다. 3년의 기간은 2004년 만료됐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단계적 계획에 따라 배전부문과 판매부문이 분할되기 전까지 한전의 전기판매사업 독점체제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판매경쟁을 유예한 것이다. 법에서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제한한 이유는 새롭게 도입한 전력시장이 안정된 후에 소매경쟁을 도입해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효력이 다한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부칙 이외에 현재 한전의 판매독점을 보장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판매사업 허가의 제한 시기를 10년 범위 내로 두고 해당 법 시행령 부칙에서는 이를 시행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로 규정했다.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10년의 범위 내에서 이 허가의 제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었지만 구조개편이 중단된 이후 별도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았다. 또한 전기사업법에서 정한 10년도 경과해 부칙의 효력은 소멸했다.

따라서 전기사업법과 시행령 부칙 각 제3조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2004년 2월 25일부터는 누구나 일정한 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으면 전기판매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전기판매사업 허가가 열려 있기에 지난 2016년 20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전력시장 개방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전기판매사업자를 한전 독점으로 명시하는 개정안까지 발의되기도 했다.

전기판매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서, 법인인 경우 정관,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주주명부 외에 다음과 같은 9가지 서류를 마련하면 누구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요건을 전부 갖춰 전기판매사업 허가 신청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전기판매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전기사업 허가는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기판매 사업을 허가하거나 전기판매사업 허가의 성질을 해석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허가를 내어줄지 알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전기판매사업 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 제4항은 세부 심사기 준을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위임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 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는 발전사업에 관한 기준만을 정할 뿐 전기판매사업 등 다른 사업에 적용되는 기준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입법의 공백은 사업희망자로 하여금 허가를 신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전기 판매시장은 이미 법적으로 개방돼 있다. 다만 전기 판매사업을 허가한 선례가 없고, 허가의 세부기준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경직된 전기 판매시장에 활력을 부여하려면 현재 발전사업에 대한 세부기준만을 정하고 있는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전기 판매사업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 전력시장 문제

한국의 전력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와 전기판매사업자는 전력거래소를 통해서만 전력을 거래해야 하고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전력을 거래하면 처벌된다. 이를 소위 전력시장 강제주의라 부른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도매 전력시장인 발전시장을 규제하는 불합리한 제도이자 헌법상 발전사업자와 소비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전력의 거래는 주식의 거래와 비교할 수 있다. 모든 주식회사의 주식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도록 하고 반드시 한국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강제풀에, 주식회사가 주식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할지 말 지 선택할 수 있고, 상장된 주식회사라 해도 한국거래소 외 장외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을 자유풀에, 한국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노풀에 비유할 수 있다. 즉, 강제전력시장 안에서만 전력거래를 하도록 강제한 것을 강제풀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많은 국가들이 자유풀 또는 노풀을 채택해 온 추세와 상반돼 강제풀 제도를 채택해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동부 주요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전력풀인 노르드풀, 일본·프랑스·영국 등 전력시장을 개방한 국가들은 쌍방계약에 의한 전력거래, 즉 전력의 장외거래가 허용된다. 전력시장이 존재하는 주요 국가 중 전력의 장외거래를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 그리스, 뉴질랜드 정도밖에 없다.

한국전력거래소가 개설·운영하는 강제전력시장은 하루 전에 시간단위로 거래하는 현물시장으로 경매 방식에 의해 결정된 전력 가격이 모든 낙찰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반해 장외거래가 가능한 자유풀 체제에서 발전사업자는 전기 판매사업자나 대규모 전기소비자와 스스로 정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가격을 예측할 수 있으며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현물시장에서와 달리 투자에 따른 리스크 헤지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기사업자 간 쌍방계약이 전체 전력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 전력거래 가격을 효과 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전력시장 제도 아래에서 발전사업자들은 한국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가 변동비(CBP)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전력 정산비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계약이라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거래하지 못하고 전력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현행 체제 아래서는 재생에너지, 분산형 에너지, 소규모전력중개 사업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 사업들의 확산이 더딜 수밖에 없다. 새로운 에너지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가격 우위를 내다본 장기거래가 금융조달이나 계약체결에 있어 더 유리하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전기판매독점 사업자인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요금정산체계(총괄 원가보상주의와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강제전력시장에서는 장기계약으로 도매거래단가를 조정해 안정적으로 전기를 수급하기를 원하는 대규모 전기소비자조차 발전사업자와 직접 쌍방 자유계약을 맺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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