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우리의 ESG 금융 어디까지 왔나 - ②
[분석] 우리의 ESG 금융 어디까지 왔나 - ②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2.01.01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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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 뒤쳐져 있던 ESG 투자 ‘급성장’
ESG 투자, 2020년 기준 약 188조… 민간 금융기관 ESG투자 활발
국민연금 영향 절대적… ESG투자 생태계 조성에는 여전히 무관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020 한국 ESG 금융 백서’ 발간

전 세계의 자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수렴되고 있다. 특히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환의 문을 여는 핵심 키워드가 ‘ESG’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최근 공적금융과 민간금융을 망라한 국내 금융기관의 ESG 규모와 방식과 목표 등 ESG 금융의 전반적인 현황을 분석하고 제도적 개선 과제를 담은 ‘2020 한국 ESG 금융 백서’를 국내 최초로 발간했다.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ESG투자

그동안 국내 ESG투자 또는 사회책임투자(ESG투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기금의 역할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적연기금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사 등 민간 금융기관의 ESG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2020년말 ESG투자 규모는 188조원이었으며 민간금융기관이 37%(70조원)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ESG투자는 공적금융기관과 공모펀드에 한정해 그 규모를 파악해 왔다. 이번 조사는 국내 최초로 민간 금융권의 ESG투자 규모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ESG투자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ESG투자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대체투자 등 모든 투자자산 군에 적용 가능하다.

2020년 기준 글로벌 ESG투자 규모는 35조3000억 달러(약 4482조400억원)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에 비해 뒤쳐져 있던 국내 ESG 투자도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ESG 투자규모(2020년 기준)는 약 188조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ESG투자 활성화 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나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도 작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금융의 총 ESG투자 규모는 70조원이었으며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42조원, 22조원이었다. 자산운용사의 ESG투자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탁운용 자산의 중복계상을 막기 위해 이번 조사에서 자산운용사가 수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은 전체 ESG투자 규모 산정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군 유형별로는 주식(57%), 채권(35%), 대체투자(9%) 순이었다. 공적연기금의 경우 주식 비중(88%)이 절대적으로 높았으며 이는 주식에만 ESG투자를 적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민간금융권의 경우 채권과 대체투자 자산을 위주로 ESG투자 를 적용하고 있었다(은행: 채권 97%, 보험사: 채권 41%/대체투자 58%). 일반적으로 국내 은행과 보험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ESG투자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민간금융기관의 ESG투자 규모는 농협중앙회1(11조원), KB국민은행(9조원), NH 농협은행(6조원), 하나은행(5조원)으로 은행권의 비중이 높았다. 비은행권에서는 교보생명(4.5조원), 삼성생명 (3.3조원) 순이었다.

국민연금의 2020년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833조원이며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금액은 총 503조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금액은 128조원에 이른다. 직접투자금액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 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는 국내 주식에 한정돼 적용되고 있으며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이 수탁자책임실의 지원을 받아 직접 운용하는 금액이 전체의 92%(93조원)이며 나머지 8조원은 자산운용사에 책임투자형으로 위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규모를 전체자산의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ESG투자는 최근 빠른 속도의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ESG정보 공개에 대한 역할 부재이다. 기업의 ESG 정보는 ESG투자의 핵심이다. 노르웨이연기금, 블랙록 과 같은 해외연기금 및 운용사는 적극적으로 기업에 기후변화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세계 3대연기금 가운데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가장 소극적 형태인 TCFD 지지기관 및 CDP서명기관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국내 최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기업의 ESG정보 공개 요구에 나서지 않는다면 ESG투자 확대를 선언한 국민연금뿐 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위탁운용의 위축 또는 더딘 성장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책임투자 규모는 2017년 대비 1,373%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책임투자형 위탁운용규모는 고작 16% 성장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은 그동안 국내 ESG투자시장 전체를 이끌어 가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다수의 민간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형 위탁펀드 운용을 목표로 ESG공모펀드 개발, ESG평가사와 협력 등을 진행해왔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위탁운용이 지금과 같은 더딘 성장을 이어간다면 국내 ESG투자 시스템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SG공모펀드

ESG공모펀드 즉, SRI공모펀드(사회책임투자 공모펀드)규모 추이는 ESG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 일반대중에게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ESG공모펀드 시장규모는 2020년말 기준 3조818억원으로 집계됐다. 4145억원이던 2019년 말 규모에 비하여 무려 7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우선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ESG열풍이 우리나라 공모펀드에도 반영되고 있고 더 직접적으로는 국민연금의 ESG 행보 가속화에 따른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8년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2019년 11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등 로드맵 제시는 공모펀드 상품을 출시하는 자산운용사에 적지 않은 신호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 히 국민연금이 제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중 책임투자 적용자산과 규모 확대, 그리고 위탁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요소 고려, 책임투자 위탁펀드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 의무화 등 위탁운용 책임투자 내실화 정책은 자산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ESG공모펀드 출시를 자극했고 펀드 가입자의 ESG공모펀드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ESG공모펀드 규모의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공모펀드 규모 대비 ESG공모펀드 규모 비중도 늘었다. 2017 년 0.2%, 2018년 0.3%, 2019년 0.2%, 2020년 1.1%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그러나 ESG공모펀드 비중은 1%에 불과할 만큼 미미하다. 이는 ESG펀드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초기단계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글 로벌적인 ESG열풍과 국내의 관심도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 확산되기까지는 다양한 정책과 더 많은 시 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SG공모펀드는 2020년말 기준 31개 운용사가 84개 펀드(OE, ETF포함)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별 ESG공모펀드 시장 점유율(자산 운용사 NAV 기준)을 분석해보면 한투자산운용이 34.3%로 가장 높았고 우리자산운용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은 각각 13.6%, 11.1%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한투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이 기존의 채권형 펀드를 ESG로 전략 변경하면서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2009년 ‘마이다스책임투자주식형펀드’로 책임투자 분야에서 오랜 업력과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ESG공모펀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상품을 확대하거 나 준비하고 있어 향후 시장 판도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2020년에 신규로 설정된 펀드는 12개로 모두 투자자가 펀드에 투자한 후 환매청구를 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 다. 운용규모는 2020년말 기준 약 3,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12개 펀드 중 5개가 채권형 펀드로, 그동안 주 식 일변도였던 ESG공모펀드 시장에서 채권형 ESG공모 펀드가 늘어나 채권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기능해졌다.

우리나라 ESG공모펀드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실 지금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ESG고려투자나 ESG정보공개 의무화 등 법과 제도적 시스템이 국내외적으로 본격적으로 구비되고 있는 현재는 ESG공모펀드가 양질의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되고 있다.

ESG 명확한 정의, ESG공모펀드 포트폴리오가 적합성, 즉 ESG 워싱 우려 차단, 국내 주식형 ESG공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성과 개선을 위한 운용사의 비즈니스 전략, 장기투자 문화 조성 등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ESG 위탁운용 비중을 단기적으로 대폭 늘려 자산운용사들의 관심도를 먼저 높여야 한다. 이럴 경우 자산운용사들은 위탁운용사가 되기 위한 노하우 축적을 위해 자체적으로 ESG공모펀드를 다수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연금의 ESG 생태계 조성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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